[시론] 야당 새 대표 경선, 불확실할수록 매력
  •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1 17:00
  • 호수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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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야당 리더십은 대선을 승리로 이끌까? 국민의힘 대표 후보등록이 5월22일 토요일이라 생각나는 의문이다. 정당의 새 지도부 구성과 선거 승리에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1960년부터 1992년까지 캐나다의 136개 리더십 교체 사례 분석은 여러 함의를 주는데, 특히 ‘전당대회가 얼마나 분열적이었느냐’에 주목한다. 얼마나 분열적이었느냐는 다른 말로 하면 리더십 구성 과정이 ‘얼마나 경쟁적이었느냐’는 뜻이기도 하다. 

지루하고 사람 정 떨어지게 하는 네거티브 경선이 당을 더 갈라놓고 지지자를 떠나게 할 수 있지만, 전당대회가 얼마나 경쟁적으로 치러졌느냐에 따라 새 야당 지도부가 대선을 승리로 이끌 가능성이 높아진다. 캐나다의 경우 전부터 예상됐던 대로 쉽게 당선된 새 당 대표가 선거 승리를 이끈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누가 당선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전당대회는 언론과 유권자 그중에서도 무당파의 관심을 끈다. 이러한 주목은 정당의 조직 강화와 새로운 지지층 유입으로 이어지며 결국 선거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핵심이다. 캐나다 유권자들은 특히 ‘뉴 페이스의 지도부’를 좋아했다고 한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시사저널 박은숙

중진과 초선들의 대결 구도는 이런 측면에서 내년 대선 승리의 필요조건 중 하나다. 역동성과 변화의 상징은 미래지향적 선거인 대선 승리의 입구다. 새 지도부 구성을 통해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를 향한 원팀의 플랫폼이라는 메시지가 전해져야 한다.

정당의 리더십 구성 과정이 얼마나 분열적이었느냐의 상당 부분은 당내 강경그룹(열성 지지자들)이 존재하느냐와 관련 있다. 최근 미국 공화당 서열 3위였던 리즈 체니 하원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의 당직 축출 과정을 보면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선거의 공천과 당선이다. 체니 의원은 지난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를 향해 “빅 라이(Big Lie)”라며 “법의 지배를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공화당은 분기점에 있다. 진실과 헌법에 충실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워싱턴포스트에 썼다. 

체니 사태는 공화당에 좋지 않다. 왜냐하면 대다수 사람이 사실이며 진실이라고 믿는 곳으로부터 공화당이 멀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판 중도 확장의 실패다. 열성 지지자만의 정당은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2년마다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 하원의원에겐 당원 지지가 결정적이지만 상황은 변한다. 최근 텍사스의 한 공화당 당내 경선 결과 (트럼프 지지) 후보가 1위, (체니 지지) 후보가 2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두 후보의 결선투표는 공화당 지지자뿐만 아니라 원하는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완전개방형 경선’이다.

정당 리더십의 역할도 대선 승부에 결정적이다. 1948년부터 1968년까지는 ‘미국 정당정치의 재편기(Realignment)’였다. 남부의 백인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에서 공화당 지지로 바뀌며 ‘뉴딜연합 해체와 공화당 남부’가 완성됐다.

정치인들이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구조적인 변화다. 그럼에도 역사적 전환의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전국 또는 남부) 리더십이 어떤 전략과 전술을, 언제 어떻게 전개했느냐에 따라 선거동맹의 해체 및 완성의 모습과 시기 등은 달라졌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할 야권의 대선후보 단일화 경선 관리가 새 지도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전당대회가 얼마나 분열적이냐에 따라 당과 세력으로서의 정체성이 유지될지 아니면 원심력이 작용할지가 결정된다. 동시에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지지 확대의 경쟁성도 필요하다. 나의 선거 승리가 아니라 우리의 대선 승리를 향한 정당의 정체성과 경쟁성, 두 상반되는 요구의 조화,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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