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B-, 공수처 C-"
  •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5 07:30
  • 호수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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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100일, 성과와 과제

개혁은 통상 100일 안에 그 성패가 결정된다. 이른바 ‘검찰 개혁’을 기치로 올해 1월1일부터 전격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은 달 21일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4월로 100일을 지났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100일의 성적표는 어떤가.

2021년 1월1일은 ‘경찰 수사권 독립 기념일’이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형사사법제도는 검사가 수사에서 기소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지휘하던 구조에서,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와 경찰공무원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형사사건을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는 구조로 변경됐다. 더불어 대통령·국회의원·법관·지방자치단체장·검사 등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 및 기소할 수 있는 독립기관인 공수처도 지난 1월21일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취임과 함께 공식 출범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제도적 검찰 개혁이 완성된 셈이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5월11일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5월11일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인권 보호 강화…수사 역량에는 물음표

먼저 검경 수사권 조정 100일의 성과와 과제를 보자. 실무상 긍정적 변화가 손에 잡힌다. 경찰 수사권 독립에 따른 가장 큰 성과는 경찰 수사 절차상 인권 보호가 대폭 강화됐다는 점이다.

실무가 입장에서 수사 참여를 위해 경찰서를 방문해 보면, 독립되고 쾌적한 조사실이 가장 눈에 띈다. 종래에는 여러 수사관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많은 조사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수사에 집중하기도 어렵고 피의자나 피해자의 프라이버시가 보호되기 어려웠다.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위해 많은 물적 투자를 하면서 독립된 조사실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수사 관련자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의 수사 참여권이 강화된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 작년만 해도 일부 경찰조사관은 피의자 대신 변호인이 사실관계에 관해 답변하는 것을 막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올해 들어 그런 기억이 거의 없다. 오히려 변호인이 사실관계를 정리해 답변하면, 조서에 ‘변호인’이 진술의 주체임을 명시하고, 그 진술한 내역을 조서에 기재하는 방식으로 개선되고 있다. 그만큼 경찰 조서의 질적 향상도 엿보인다. 피의자 측 변호인뿐만 아니라 고소인 측 변호인의 조사 참여도 종전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고소인 조사에 굳이 변호사님이 계실 필요가 있나요?”라며 변호사의 조사 참여를 완곡히 거부하던 때와는 격세지감이다.

경찰과 변호인 등 수사 관계자의 의사소통도 전보다 원활해졌다. 수사에 참여하다 보면 조사관이 휴대폰 번호나 업무 이메일을 변호인에게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수사 진행 상황을 수시로 문자나 전화를 통해 문의할 수 있고, 굳이 경찰서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추가적인 증거자료를 이메일로 전달할 수 있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도 많다. 제도가 시행된 지 100일 넘게 흐른 상황이지만 여전히 실무에서는 혼란이 크다. 변경된 제도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유명무실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변호사들도 고소장을 어디에 접수할지, 불송치 결정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면서 서로 귀동냥을 하고 있다.

수사 사건 정보를 총괄하는 형사사법포털(KICS)에서 사건 검색이 불가능해지는 등 기본적인 준비 부족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사건 관계자로서는 자기 사건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 지휘를 하고 사건 기록 일체를 경찰에 보내더라도 사건이 계속 검찰에 접수된 상태였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 결정을 하면 검찰에 접수되었던 사건번호가 없어지고 다시 경찰 사건이 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 관리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수사 진행이 늦어지는 것은 가장 큰 문제다. 수사 진행과 처리 속도가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에 비해 현저히 지연되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경찰수사규칙상 사법경찰관리는 고소·고발을 수리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유명무실하다. 종전에 검찰이 수사지휘를 통해 사건 관리를 할 때에 비하면 사건 처리가 언제 될지 예측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필자는 최근 한 경찰서 경제팀으로부터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량이 2~3배 이상 늘었지만, 인력 보강이 없다 보니 죽을 지경이다. 야근해도 야근수당도 제대로 못 받는다”는 볼멘소리를 들었다. 민원인은 민원인대로, 경찰은 경찰대로 불만이 쌓여간다. 경찰청은 수사 지연에 대한 대책으로 전국 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을 대상으로 ‘경제범죄수사팀 활성화를 위한 특별계획’을 시행 중이다. 경찰에서 수사 업무를 맡기 위해서는 내부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4시간을 넘는 초과근무에는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범죄수사팀에 대해서는 내부 자격시험 없이 수사팀에 투입하고 초과수당도 모두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전국 경찰서 사이버팀과 지능팀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경찰 순경 공채는 형사소송법이 선택과목이어서 실제로 형소법을 모르는 경찰도 적잖다. 경제 관련 범죄는 형법뿐만 아니라 민사적 전문지식도 필요한데, 조사관이 부족하다고 자격시험조차 없이 현업에 투입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아니다.

변호사를 실무자로 채용하거나, 내부 인력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등 보완책이 시급하다.

경찰의 부실한 불송치 결정 이유서는 경찰의 수사 능력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필자는 복잡한 배임 등 고소 대리 사건에 관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문을 받고는 깜짝 놀랐다. A4용지 절반가량의 불기소 이유에는 이해 불가한 말이 무성의하게 적혀 있었고, 그 흔한 대법원 판례 등 불송치 결정을 뒷받침할 법리 한 줄 기재돼 있지 않았다. 종래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던 사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논란의 공수처, 갈 길 멀다”

2021년 1월21일생 공수처도 지난 4월30일 출범 100일을 맞았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생후 100일이 된다는 것은 태어난 뒤 위험한 고비들을 잘 넘겨 면역력도 갖추고 건강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 하는데 공수처도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성장했던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과연 그럴까.

공수처의 100일은 논란의 연속이었다. 출범 일주일 만에 헌법재판소가 공수처의 설립 근거가 된 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위헌 논란은 일단락됐다. 위험한 고비는 넘긴 셈이다. 그러나 검찰의 편파 수사 시비로 신설된 공수처가 1호 사건을 처리하기도 전에 불공정 논란에 휩싸이면서 첫걸음이 꼬였다.

공수처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기소 여부를 직접 판단하겠다고 나섰다가 조직 미비 등을 이유로 검찰에 사건을 재이첩했다. 그 과정에 비밀 접선하듯 이 지검장을 공수처장용 1호 관용차로 모시면서 조서조차 남기지 않는 등 ‘황제 면담’을 했다는 논란까지 보도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1호 사건도 김 처장의 공언과 달리 자체 인지 사건이 아니라 감사원이 경찰로부터 가져온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특채 의혹 사건이다. 정보력과 수사력의 한계가 노출된 것이다. 게다가 공수처는 판검사에 대한 기소권이 있을 뿐, 교육감에 대해서는 기소권이 없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쟁을 낳고 있다. 벌써부터 대검찰청은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기에 불기소 결정도 할 수 없다며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공수처 홈페이지에는 대변인 공개 모집광고가 올라오는 등 아직도 인원을 못 채우는 실정이다. 지난달까지 형사사법포털(KICS)도 아직 마련되지 않아 800여 건에 달하는 사건을 문서로 관리하고 있다. 이러고도 “태어난 뒤 위험한 고비들을 잘 넘겨 면역력도 갖추고 건강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렇다면 냉정하게 100일 성적을 평가해 보자.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성적은 ‘후하게는 B-, 박하게는 C+’라면 적당하다. 반면 공수처는 ‘후하게는 C-, 냉정하게는 D+’ 정도가 아닐까. 첫돌에는 좀 더 높게 평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검찰과 경찰, 그리고 공수처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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