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이 보는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 김종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1 16:00
  • 호수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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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빈부·세대·젠더 4대 갈등 관리 못 하면 ‘민심 폭발’

정치권의 대표적인 전략가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무엇이라고 보고 있을까. 주요 선거 때마다 보수는 물론 중도와 진보 진영에서도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가 보는 민심의 거대한 요구는 무엇일까.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언론에서 ‘책사’라는 뜻으로 ‘제갈량’ ‘장자방’ 등으로 부른다. 정치권의 대표적 전략가라는 의미일 텐데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으로 보나.  

“우선 책사라는 호칭에 대한 얘기부터 짧게 하자. 그건 부당한 호칭이다. 일단 저는 그런 책략적인 두뇌가 없는 사람이다. 만약 제갈량, 장자방이 살아 있다면 제게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었을 거다. 천부당만부당한 얘기다. 무엇보다 지금 시대는 책사를 요구하지 않는다. 책략엔 ‘어두운 지혜’란 뉘앙스가 있다. 예전엔 정치가 권력 엘리트 간의 투쟁일 때가 있었다. 그때는 책략이 쓰였다. 하지만 지금은 주권자인 국민이 심판하는 시대다. 그런 주권자를 상대로 책략을 쓰면 되겠나. 국민이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저는 정치권이 책략을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지금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한 네 가지 갈등이 있다고 본다. 이념·빈부·세대·젠더 갈등이 바로 핵심 갈등 축이다. 이 네 가지 갈등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문제는 어느 갈등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이를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를 해소할 노력을 진지하게 하지 않으면 엄청난 폭발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지금 민심은 용암처럼 들끓고 있다. 어느 시점에 임계점을 넘어 자극을 받으면 화산처럼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엄청난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 어떤 세력이 내년 대선에서 등장하든 이 갈등들을 정말 진지하게, 효율적으로 관리해 그 폭발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 

어떻게 하면 폭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까. 

“그걸 알면 내가 대통령을 하지(웃음). 지금 이 네 가지 갈등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공정’이란 담론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결국 국정 최고지도자와 집권 세력이 ‘정직’하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정직하고 용기가 있어야 공정할 수 있다.” 

무슨 의미인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네 가지 갈등을 정직하게 봐야 한다는 점을 우선 강조하고 싶다. 정직하게 문제와 갈등을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해결 방식도 마찬가지다. 정파적 이익을 따지면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법을 찾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정파적 이해에 따라 움직이면 갈등 해결에 실패할 뿐만 아니라 결국엔 갈등을 더 키워 폭발시키는 촉발제가 되기 쉽다. 그래서 정직성이 매우 중요하다. 정직하게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도 용기가 없으면 끝까지 일할 수 없다. 지도자라면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잃는 한이 있어도 정직한 길이라면 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독일의 슈뢰더 전 총리는 복지병을 치유하고 노동·사회 개혁을 위해 정권을 잃을 걸 알면서도 뚝심 있게 개혁을 추진했다. 대단한 용기다. 저는 정직함과 용기를 가진 지도자가 등장하지 않으면 이 네 가지 갈등은 해소는커녕 관리조차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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