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윤석열, 한번 만나자 전화 연락 왔다”
  • 송창섭·이원석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1 14:00
  • 호수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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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킹메이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尹, 기성 정치인 손부터 잡으면 결과 안 좋을 것”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정국의 한가운데 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에 정치권은 요동을 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야기다. 정가의 관심이 청와대가 있는 광화문이 아닌, 그가 있는 대한발전전략연구소(광화문 인근 소재)로 향해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대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는 물론이고 현재, 차기 권력 모두 그의 입을 주목하는 것은 왜일까. 일단 두 번의 대선 승리라는 결과물이 이러한 정치적 무게감을 말해 준다. 차기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언제 어떤 형식으로 만날지는 여전히 정가의 뜨거운 관심사다. 김 전 위원장은 올 초 윤 전 총장을 향해 ‘별의 순간’(대선 도전)이 올 것을 예견한 바 있다.

5월17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대한발전전략연구소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쟝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5월17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대한발전전략연구소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쟝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윤석열 전 총장을 만날 뻔했는데 못 만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내가 무슨 윤 전 총장을 기다리는 사람도 아니고. 상황이 맞아야지 일방적으로 만날 순 없는 것 아닌가. 언론이나 정치평론가들이 상상력을 갖고 이야기하는데, 참 못마땅하다.”

윤 전 총장 쪽에선 전혀 연락이 없었나.

“한 번 전화를 받은 적은 있다. 전화만 받았는데 그게 뭐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인사하러 전화한 거지.”

어떤 이야기를 했나.

“무슨 말을 하나. 언제 한번 뵀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거지.”

지금 시점에서 윤 전 총장이 자신만의 새 정치를 내세우려면 어떤 것을 강조해야 할까.

“내가 어떻게 얘기할 수 있나. 알아서 준비해야지.”

지금까지의 모습은 ‘공정’과 ‘정의’를 많이 강조하는 지도자로 비친다.

“그거야 검찰총장을 했고,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옥신각신하면서 많이 이야기한 거니까. 헌법적 가치에 대해 많이 강조했는데, 물론 그게 국가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큼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국가가 운영되지 않는다. 지금은 옛날과 달리 사회가 굉장히 다양해졌고 국제관계도 간단한 상황이 아니다.”

직접 만나보진 않았겠지만 언론 등을 통해 본 정치인 윤석열은 어떤 것 같나.

“검찰총장으로서 권력과 맞서서 자기 의견을 관철하는 것을 보면 굉장한 장점을 가진 사람이다. 그 밖에 대해선 따로 대해 보지 않아서 뭐라고 얘기하기 그렇다.”

잠행이 길어지면서 피로감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정치를 처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도 쉽게 결정 내리기 어려울 거다. 게다가 대권후보로서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으니 이 사람 저 사람이 많이 끼어 있을 것 아닌가. 거기서 방향 설정을 확고하게 하기 힘드니 저런 식으로 어정쩡하게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권에 도전할까.

“그건 난 모르겠다.”

그렇다면 정치에 도전은 할까.

“최근 5·18과 관련해 메시지를 내는 거 보면 정치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건 틀림없다고 본다.”

벌써부터 국민의힘 중진들은 윤 전 총장과의 친분을 강조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이들 손을 잡을까.

“현실 정치인들이 유치하다고 보는데, 어느 날 시기가 되면 몰라도 미리부터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윤 전 총장이 정치를 제대로 하려면 현실 정치인과 손잡는 것보다는 국민 정서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바가 뭔지를 인식해야 한다. 거기에 순응하려고 해야지 종전 방식으로 정치권 실력자들과 같이 어울리면 좋은 결과가 안 나올 것이다.”

국민의힘에 입당해야 할까.

“거기에 대해선 내가 판단할 부분이 아니다. 본인이 알아서 해야지. 국민 정서가 뭔지를 알면….”

그 국민 정서가 뭔가.

“내가 볼 때 국민 정서는 양당에 대해 큰 신뢰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입당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정치에 도전한다는 설도 있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전혀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지난번 금태섭 전 의원을 만나 제3지대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고 보도됐는데, 어떤 이야기였나.

“난 제3지대란 말을 해 본 적이 없다. 그게 다 언론이 만들어낸 말이지. 제3지대가 있을 수가 있나.”

새로운 정치 세력, 정당은 등장하기 어렵단 뜻인가.

“새 정당이 탄생하긴 힘들다. 사실 대선이라는 것도 해 보면 꼭 당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민의 지지만 확실하면 그 후보가 선대위를 만들고 새로운 정치 세력을 가꿔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총장과 같은 대선후보에게 딸려가는?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국민의힘이 새 대표를 뽑아서 당의 진로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외부 사람이 관심을 갖고 갈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안 갈 수도 있는 거다.”

여권 내에선 친문 영향력이 어떤 것 같나.

“친문이고 아니고 간에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면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을 후보로 내세울 것이다. 현재로선 다른 후보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

완전히 새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을까.

“여권에? 누가 있겠나. 나온다는 사람은 많은데, 그건 그 사람들 자유고.”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의 정치적 수명이 다했다는 평가도 있다.

“옛날 386이 86이 된 거 아닌가. 그 사람들이 17대 국회부터 정치권에 들어왔는데, 이후 우리나라 정치가 뭐 제대로 발전한 게 있나. 그렇기에 내가 다음 대통령은 1970년 이후 출생자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거다.”

국회에서 본 86세대의 가장 큰 문제는 뭐던가.

“뚜렷한 목표가 없다. 말만 진보지. 민주화 세력이라면서 집권하자마자 언론, 사법부부터 장악하는 거 봐라.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월10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한동 전 국무총리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나서며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월10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한동 전 국무총리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나서며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래서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에게 기대를 거는 건가.

“사고방식이 다르지 않나. 알다시피 내가 보수·진보 정권을 다 경험하지 않았나. 별 차이를 못 느낀다. 다들 권력만 가지면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거론했다.

“내가 보기에 김동연 전 부총리도 사실은 대권의 꿈이 있는 거 같더라. 나름 부총리를 그만두고 준비를 많이 한 사람이라고 본다.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는 두고 봐야지.”

김 전 부총리로부터 연락받은 적이 있나.

“옛날부터 개인적으로 잘 알기 때문에 가끔 만나곤 한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정치 도전을 할 거라고 보는 건가.

“기회가 되면 할 용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김 전 부총리가 변화를 이끌 리더 자격은 충분히 있다고 보는 건가.

“경제 전문가이기에 현재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세밀한 관찰은 하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양극화 문제나 산업구조 재편 등에 대해 소상한 지식을 갖고 있다.”

“정권 교체되면 개헌 필요성 커질 듯”

개헌과 관련한 주제로 넘어가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3월 펴낸 책 《영원한 권력은 없다》의 상당 부분을 개헌 필요성에 할애했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의회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정부 구성 초기부터 혼란이 생기겠지만, 개헌 필요성의 목소리는 되레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개헌 필요성을 강하게 강조한 바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 역시 정치권이 개헌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부 수립 70년이 넘었지만 국민이 존경하는 대통령이 단 한 사람도 나오지 않은 것은 지금의 불안정한 권력구조 때문이다. 더 이상 불행한 대통령이 생겨나선 안 된다”고 밝혔다. 책에서 그는 “대통령제는 그동안 우리가 많이 체험해 봤고 그것에 대한 장단점을 다 안다”면서 “권력을 분점하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내각제 개헌을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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