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 세계가 주목하는 ‘철새 도래지’로 급부상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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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찾은 겨울 철새 14만여 마리…해마다 증가

울산이 세계가 주목하는 겨울 철새 도래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태화강을 찾는 멸종위기종이 부쩍 늘어나면서 ‘국제철새 이동 경로 네트워크 사이트’(FNS)에도 등재됐다.    

지난 겨울 울산 태화강에서 관찰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큰기러기(가운데)'와 천연기념물 '큰고니' 무리ⓒ울산시
지난 겨울 울산 태화강에서 관찰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큰기러기(가운데)'와 천연기념물 '큰고니' 무리 ⓒ울산시

울산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겨울철 조류 관찰 활동을 벌인 결과 겨울철새가 모두 90종 14만3500여 마리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전년도(70종 13만5000여 마리) 보다 20종 8500여 마리가 늘어났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먹황새(천연기념물 200호) 어린 개체 3마리는 울산 회야호를 찾았다. 또 천연기념물 243-1호인 독수리 무리도 울산 태화강과 국수천 일대에 잠자리를 마련하고, 인근 사연댐 모래언덕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관찰됐다.지난 2018년과 2019년 태화강을 찾았던 큰고니도 3마리가 시차를 두고 다시 날아들고, 이들과 함께 온 큰기러기(멸종위기 2급) 1마리도 큰고니가 떠난 3월 이후까지 태화강에 머물렀다.

2013~2015년까지 오다가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던 기러기목 오릿과 황오리도 다시 태화강을 찾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황오리는 오렌지빛이 나는 새로 울음소리가 요란하며, 수컷은 검은 목테를 두르고 있다. 태화강 겨울 철새 중 가장 많은 개체 수를 보인 종은 떼까마귀·갈까마귀다. 이들은 2015년 5만5000여 마리에서 2016~2019년까지 10만여 마리가 관찰되다가 작년부터 13만여 마리가 태화강 대숲에 찾아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조류 중 최강자 맹금류인 황조롱이(천연기념물 제323-8호), 말똥가리는 매년 태화강을 찾아오고 있다. 울산시는 “전반적으로 태화강 하구 하천 생태계가 월동지로서 충분한 환경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울산이 겨울 철새 도래지로 급부상하면서 태화강·외황강·회야호·선암호·울산만 등 57.59㎢ 일대가 최근 환경부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에 의해 ‘국제철새 이동 경로 네트워크 사이트’(FNS)에 등재됐다. 우리나라에서 17번째로 뒤늦게 등재되긴 했지만, 서해안이 아닌 동해안의 하천 습지에다가 인구 100만 이상 도심 하천으로는 처음이라 의미가 각별하다.

울산 태화강은 1960~1970년대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끄는 공업도시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수질오염으로 ‘공해도시’의 상징으로 꼽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들이 태화강 강물 위로 둥둥 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던 태화강이 2000년대 들어 울산시민들의 노력으로 생태하천으로 거듭났다. 지난 2019년 7월 우리나라의 두번째 국가정원으로 등록된데 이어 2021년 5월 철새도시로 인증됐다.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을 상당수 부양해야 한다는 EAAFP의 ‘국제철새 이동 경로 네트워크 사이트’ 등재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EAAFP는 “공해를 극복해 낸 이후 철새를 보호하려는 울산시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매년 철새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등재결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울산 태화강은 경제 성장과 생태환경을 맞바꾸다시피 했던 도시가 스스로 환경오염을 극복해낸 성공스토리를 담고 있다. 태화강에 최근 3년간 평균 4만 마리 이상의 철새가 찾아오고 있다. 흰죽지·흰줄박이오리·갈매기·흰비오리·민물가마우지 등 5종은 전 세계 개체 수의 1%를 넘는다. 산업도시 울산이 지구 반대편을 오가는 철새들이 오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정원을 품고 있는 도시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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