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윤석열, 과거 수사에 대한 보수층 반감 잘 설득해야”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05.30 10:00
  • 호수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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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어 당 대표 도전한 주호영
“스타 되려는 당대표가 아닌 무대감독이 필요”

‘원내대표’ 주호영의 1년은 대부분 승리의 기억으로 채워졌다. 주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총선 참패 이후 침체된 국민의힘의 원내 사령탑을 맡아 지난 4월 보궐선거가 끝난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사이 국민의힘 지지율은 꾸준히 올라 더불어민주당을 역전하기도 했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당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 승리의 기억은 지금, 당 대표에 도전하는 주 전 원내대표에겐 가장 강력한 무기다. “시간 허비 없이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선 경험 있는 유능한 선장이 필요합니다.” 그의 당 대표 출마선언문에도 안정감 있는 경륜이 강조돼 있다. 당 대표 경쟁자인 이준석·김웅 등 신진 후보들이 자신을 변화에 취약한 기득권으로 규정한 데 대해 “누구나 말로는 혁신과 통합을 말할 수 있지만, 진짜 해 본 사람은 따로 있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주 전 원내대표는 경쟁 후보들이 주장하는 ‘세대교체’를 비판하며 “지금은 세대교체론으로 우리 당을 잠식시킬 때가 아니라 대의인 정권교체를 외쳐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왜 주호영 대표여야 하는가.

“‘다음 대선을 어떻게 이겨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으로 들린다. 정권교체를 위해선 범야권의 모든 대권주자를 한데 모을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단 5개월 만에 이뤄야 한다. 모험할 시간이 없다.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맡기긴 불안하다. 난 총선 참패로 궤멸에 빠진 당에 김종인 위원장을 모셔왔고, 장외집회 없이 당심을 결집해 보궐선거 승리를 이뤄냈다. 국민의당과의 합당도 9부능선까지 달성해 냈다. 지금은 스스로 스타가 되려는 인물보다, 정권교체를 위해 무대감독으로 뛸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5선의, 원내대표 경험을 가진 주호영이다.”

지금의 당 대표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나.(JTBC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5월22~23일 만 18세 이상 1013명을 대상으로 당 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30.3%)이 1위, 나경원 전 원내대표(18.4%)가 2위, 주호영 전 원내대표(9.5%)가 3위로 나타났다.)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이며, 전당대회는 전화로 인기투표 하는 예능 방송이 아니다. 당심이 반영되는 전당대회는 분명 다르다. 현명한 당원들이 흔들림 없이 잘 판단할 거라 생각한다.”

신진 당 대표 후보들은 ‘세대교체’를 앞세우며 신구 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다.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위해선 새로운 인물이 당선돼야 한다는 논리인데.

“신진 돌풍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지금 당 지도부의 세대교체가 필수적으로 필요했다면 난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당 세대교체는 총선 때마다 적절한 물갈이를 통해 이미 잘 이뤄져왔다. 지금 갑자기 세대교체를 내세우는 건 당에 분란만 일으키는 것이다. 큰 싸움을 앞두고 작은 싸움에 몰두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의 대권주자로서 조속히 행보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일정을 단정 짓는 것은 피차에 좋지 않다. 일각에서는 잠행이라고 하지만 본인 나름대로 정치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환경을 조성하고 살펴보는 단계이고, 내가 대표가 되면 즉시 만나 정확한 입장을 확인할 계획이다. 대선에서 개인의 행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윤 전 총장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선후보로서 윤 전 총장의 강점과 한계점을 평가해 달라.

“강점이라면 정의와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인물이라는 것이고, 약점이라면 그 외의 영역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당이 필요하고 집단지성이 필요한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어느 한 명의 영웅이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하는 시대가 아니다. 윤 전 총장도 본인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과거 적폐 수사와 관련한 보수층의 반감에 대해 회피하지 않고 본인이 마땅히 책임지고 설득하는 단계를 넘어야 한다.”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이른바 ‘이대남’의 국민의힘 지지가 높았다. 그러나 여전히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정당이란 느낌이 부족하다. 2030세대 지지율도 아직 민주당을 크게 앞서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이들의 마음을 끌어올 것인가.

“2030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었지만 정권의 실정을 경험하고 불공정에 배신감을 느껴 그 대안 세력으로 우리 당을 찾고 있다. 이들은 위선과 가식을 싫어한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해 달라고 우기는 세대가 아니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 하고 다른 대안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 민주당은 다 해 줄 것처럼 얘기하고는 결국 자기 편에만 혜택을 베푸는 위선을 보였다. 우리 당은 이들에게 특혜가 아닌 공정을, 포퓰리즘이 아닌 미래 곳간도 생각하는 제대로 된 정책을 제시할 것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 역할론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두 사람 간 관계가 우호적이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뿐 아니라 한국 정치사에서도 중요한 분이다. 언제라도, 어떤 방식이든 내가 먼저 역할을 요청할 것이다. 관계에 대해선 오해가 있다. 김 위원장이 물러나시기 전에 나보고 당 대표 되라고 말씀하기도 했다. 나랑 대립할 게 전혀 없다.”

홍준표 의원이 복당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가 확실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복당 논란을 길게 끌 이유가 없다.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 만일 복당이 끝내 거부된다면 그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국민의당과도 통합하고 누구든지 들어오라고 하면서 홍 의원만 안 된다고 할 명분이 있나. 홍 의원도 성찰의 시간을 가졌고 개인적 행태 문제에 대해선 당에서 위기관리를 잘하면 된다.”

홍 의원이 복당하면 윤 전 총장의 입당이 어려워진다는 시각이 있다.

“그런 주장 자체가 갈라치기다. 그런 태도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 이런 사안들을 관리하기 위해 경륜 있는 당 대표가 대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를 하기 위해 무엇을 꼭 해야 하고, 반대로 무엇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보나.

“꼭 해야 할 것이라면 앞서 설명한 혁신과 통합이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 계파정치로 분열하고 대립하는 것이다. 우리 당이 실패한 건 계파로 분열돼 대립해서였다. 그런데 또다시 계파정치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영남 배제론, 세대교체론 등 당내 분열을 야기하는 움직임이 있다. 계파정치의 희생양이었지만 결코 계파정치를 해 오지 않은 내가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친이(親이명박)계가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 오히려 주 전 원내대표가 계파정치를 하려는 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날 조직적으로 지원한다고 보도된 보수단체 ‘국민통합연대’는 친이계 모임도 아니며, 이들과 사전에 상의한 적도 전혀 없다. 억측이다. 거기에 현역 국회의원이 하나도 없는데 그들이 어떻게 계파인가. 그분들끼리 순수하게 나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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