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범죄 도구 ‘틴더’...“성범죄자 확실히 존재한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1 10:00
  • 호수 16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이팅 중개로 1조5600억원 버는데 범죄 예방 기능은 허점투성이
美 본사 “현지 경찰에 항상 협조할 것”

‘스와이프 라이트(Swipe Right).’ 영미권에서 흔하게 쓰는 신조어다. ‘오른쪽으로 넘기다’란 뜻이지만, 일상에서는 ‘좋은 선택’이란 뜻으로 통한다. 반대말은 '스와이프 레프트(Swipe Left).' 이 표현은 미국 데이팅 앱 ‘틴더’에서 유래했다. 틴더에서 상대의 사진과 프로필을 보고 마음에 들면 오른쪽, 그렇지 않으면 왼쪽으로 넘기기 때문이다.

틴더에서 쓰이는 표현이 관용구가 될 만큼 그 영향력은 상당하다. 틴더는 미국 내 데이팅 앱 중 점유율 1위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전 세계 이용자 수는 670만 명이다. 틴더는 한국 이용자 규모와 매출은 따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틴더는 지난해 모든 데이팅 앱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은 매출을 올렸다. 분명 인기는 많다. 하지만 이면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틴더 홈페이지 메인 화면ⓒ틴더 홈페이지 캡쳐
틴더 홈페이지 메인 화면ⓒ틴더 홈페이지 캡쳐

670만 명 '스와이프'하는 중에 성범죄·살해도 발생

2019년 미국 컬럼비아대 탐사보도팀(CJI)은 최근 10년간 데이팅 앱과 관련된 성범죄 150여 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해자의 대부분이 틴더, 오케이큐피드, 플렌티오브피시 등 3개 앱에서 피해자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3개 앱 모두 틴더의 모회사인 매치그룹에 속해 있다. 매치그룹 대변인은 CJI에 “우리의 무료 앱에는 확실히(definitely) 성범죄자가 존재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호주에서는 2019년 틴더로 4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글렌 하트랜드(45)가 징역 14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성범죄 전력을 숨기고 이름을 바꾼 뒤 틴더에 가입했다. 이후 기자, 법학생, 인문학자 등으로 위장해 여성들의 환심을 샀다. 지난해에는 미국 유타주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24세 남성이 틴더로 만난 여성을 살해하기도 했다. 또 남성 1300여 명의 알몸 영상을 제작·판매한 혐의로 지난 6월11일 검찰에 넘겨진 김영준(29)은 주로 틴더를 범행 통로로 사용했다.

틴더는 뒤늦게 안전 장치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올 4월 가디언에 따르면, 틴더는 데이트 상대의 범죄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신원조회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수사기관이 아닌 개인이 신원조회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난해 6월 틴더는 프로필 사진과 이용자가 같은 인물인지 확인하는 인증 절차를 도입했다. 단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이용은 가능하다. 매칭이 이뤄지면 영상 채팅을 할 수도 있지만, 상대방이 거절하면 그만이다.

 

美 본사, 김영준 사건 관련 "매우 안타깝게 생각"

일각에서는 “데이팅 앱이 왜 성범죄까지 책임져야 하나”라는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데이팅 중개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 부작용을 도외시하는 건 옳지 않다는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틴더는 기본적으로 무료 앱이지만 매칭률을 높이려면 유료 아이템이 필수다. 틴더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14억 달러(약 1조5600억원)를 벌어들였다. 나스닥 상장사인 모회사 매치그룹은 시가총액이 46조원을 넘는다. 코스피 시가총액 9위인 삼성SDI(43조원)보다 많다.

틴더 본사 측에 김영준 사건을 비롯한 성범죄 예방책에 대해 물었다. 틴더 본사는 이메일을 통해 “진정한 만남의 기회를 찾는 틴더 회원분들이 로맨스를 가장한 사기로 피해를 보았다는 소식을 접하게 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틴더는 이러한 범죄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의심스러운 프로필을 감지하고 제거하기 위해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이러한 범죄가 일어날 경우에는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현지 경찰에 항상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김영준 사건과 관련, 그가 만든 영상을 재유포하거나 구매한 사람들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