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왕부터 조폭 연루설까지…‘광주 참사’ 복마전으로 번지나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6 16: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 사고 책임 규명 넘어 재개발 비리까지 수사 확대할까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 사고 현장 ⓒ연합뉴스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 사고 현장 ⓒ연합뉴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철거 건물 참사가 재개발 복마전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경찰은 사고 책임 규명을 위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다. 과거 ‘철거왕’으로 불린 업자와 조직폭력배 연루설 등이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수사본부는 이번 광주 붕괴 사고와 관련된 원청과 하청 등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날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철거 현장 굴착기 기사와 현장 책임자 등 2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 치사상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현재 경찰은 사고 원인 규명과 원청과 하청의 불법적 구조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시공사 현대산업개발 강제수사 착수…학동4구역 둘러싼 개발비리도 도마에

이번 참사로 학동 4구역의 개발비리도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전날 경찰은 재개발 구역 주택조합 사무실과 광주광역시청 도시경관과, 광주 동구청 건축과 등 3곳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특히 재개발 조합장 부정 선거와 관련된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25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조합의 새 임원을 결정하는 선거가 진행된 가운데 개표 과정과 선거 후 각종 잡음이 발생했다. 개표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 도장이 찍히지 않은 투표용지가 나오자 조합원들은 불법 선거라며 반발했다.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이었던 문흥식씨가 이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재개발 사업조합 고문으로 활동하며 조합 선거에 개입했다는 게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선관위 도장이 찍히지 않은 투표용지와 의결 정족수 미달 등을 주장하며 개표 절차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문씨의 개입으로 무마됐다는 게 조합원들의 설명이다. 

문씨는 조합원 선거 때 허가 없이 개표장 경비 업무를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건장한 청년 30여 명을 동원해 봉인된 투표함을 강제로 개봉해 개표를 진행하면서 조합원들이 112에 신고해 경찰까지 출동했다. 이 사건으로 일부 관련자는 형사 처벌을 받기도 했다.

철거하고 있는 건물 붕괴로 17명 사상 피해가 발생한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사 중인 경찰이 16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이 든 상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철거하고 있는 건물 붕괴로 17명 사상 피해가 발생한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사 중인 경찰이 16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이 든 상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합선거 개입한 5·18단체장, 참사 이후 해외 도피…‘철거왕’ 계열사 로비 의혹도

아울러 최근 문씨는 재개발 사업 현장의 업체 선정에 관여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지만, 이미 지난 13일 미국 시카고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는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철거 공사 수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도피성 출국’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회장이 ‘조폭 출신’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재개발 사업에 조폭이 연루됐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5·18 구속부상자회는 지난 12일 임시총회를 열고 문씨를 회장직을 박탈했다. 경찰은 문 전 회장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송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참사에 ‘철거왕’으로 불린 이아무개 회장이 설립한 다윈그룹의 계열사 다윈이앤씨가 개입한 정황이 있어 파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1990년대 후반 폭력 등 불법행위를 동원해 철거현장을 장악한 용역업체 적준 출신이다. 1997년 다원을 세워 독립한 뒤 ‘철거업계의 대부’로 성장했다. 2015년 이씨는 경찰 고위층 로비 의혹 등이 제기된 가운데 회삿돈 100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재개발 조합은 다원이앤씨에 석면과 지장물 해체를,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한솔기업에 일반건축물 해체를 각각 맡겼다. 계약과 달리 현장에선 다원이앤씨와 한솔기업으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은 광주 지역 업체 백솔이 석면과 일반건축물 철거 작업을 하면서 참사가 발생했다.

현재 다원이앤씨는 2000년대 학동 일대 재개발사업 철거 업체 선정을 위해 금품 로비를 벌인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다원이앤씨 대표 등 임직원 2명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등 다윈그룹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