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는 ‘리얼돌 체험방’ 논란…“불법 아닌데” vs “아이들 무방비”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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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여가부·지자체 등과 2개월 합동 단속…찬반 양론 격화

리얼돌(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체험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경찰이 리얼돌 관련 영업장에 대한 본격 단속에 돌입하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여론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합법인 리얼돌 체험방을 단속하는 것은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입장과 체험방이 동네 곳곳으로 파고들면서 어린이와 청소년 등이 유해한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불법 아닌 '리얼돌 체험방'…단속은 왜?

7일부터 서울·경기남부·경기북부청은 여성가족부, 지방자치단체와 다음달 31일까지 약 2개월 동안 리얼돌 체험방과 관련한 불법 행위 합동 단속에 돌입한다. 

합동 단속 초점은 리얼돌 체험방 온·오프라인 광고와 용도·시설 미변경 등에 대한 불법 행위다. 리얼돌 체험방 운영 자체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광고나 영업장 운영상 위법 사항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성인용품점으로 신고하는 리얼돌 체험방은 학교 경계로부터 200m 이내에서는 영업이 불가능하다. 일반인이 통행하는 장소에 리얼돌 체험방 전화번호, 주소·약도, 인터넷 주소(URL) 등의 정보가 담긴 간판이나 광고물을 내걸면 청소년보호법 위반에 해당해 단속 대상이 된다. 

또 리얼돌 체험방 온라인 광고에 청소년 유해 매체물임을 표시하지 않거나 성인인증 등 청소년 접근을 제한하는 기능을 적용하지 않으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한다. 건축법상 위락시설에 해당하는 리얼돌 체험방에 계단·출구·통로 등 일정한 구조를 갖추지 않으면 건축법 위반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이후 리얼돌 체험방 영업이 늘고 있다"며 "리얼돌 체험방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경찰은 청소년들의 성인식 왜곡을 막기 위해 불법행위를 단속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9년 6월 한 리얼돌 수입사가 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은 최소화해야 하며, 성 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해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때문에 합법으로 인정받은 리얼돌 체험방에 대한 표적 단속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에서는 "성인용품점인 리얼돌 체험방을 무슨 근거로 표적 단속하느냐", "대법원 판결로 합법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과도한 국가의 개입이다"라는 반발이 거세다. 또 "불법은 아니지만 불법행위를 단속한다는 논리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법 집행을 하는데 있어 여론 눈치보기를 하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잇달았다. 

리얼돌 체험방을 운영하는 업주들도 "불법 성매매 업소 영업은 손도 못대면서 법 테두리 안에서 정상적으로 신고 뒤 영업을 하는 사업장을 제재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5월3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 온 "의정부시 리얼돌 체험방을 중단시켜달라"는 제목의 글. 청원인은 해당 업소가 아파트 단지와 학원, 어린이집 등이 밀집한 곳에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이 무방비로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5월3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 온 "의정부시 리얼돌 체험방을 중단시켜달라"는 제목의 글. 청원인은 해당 업소가 아파트 단지와 학원, 어린이집 등이 밀집한 곳에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이 무방비로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학원가·아파트 밀집 지역서도 영업…시민들 "영업 중단" 호소

리얼돌 체험방이 일상 깊숙이 들어오면서 시민들의 우려는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대다수의 리얼돌이 여성을 형상화 하고 있고 이를 성적 도구로 이용해 수치심과 모욕감을 유발하고, 왜곡된 성관념을 갖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리얼돌 체험방 영업에 '학교로부터 200m' 거리 제한 등 일정 기준이 적용되긴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져 어린이나 학생들이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를 제외한 일반 학원 시설이나 복합 건물 등에 대한 제재는 없는 데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이동 반경을 고려하면 200m 라는 제한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현행법상 성인용품점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성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어서 성매매방지특별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관련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도 이어졌다. 최근 경기 의정부시에서는 상업지구 내에 24시간 리얼돌 체험방이 오픈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커뮤니티 등에서 반대 여론이 거세졌고, 결국 국민청원 게시판에 "의정부시 리얼돌 체험방을 중단시켜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해당 리얼돌 체험방 주변에서 불과 도보로 4~9분 사이에 어린이집과 아파트 단지, 어린이 공원 등이 있어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영업 철회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만한 크기인 135cm의 인형에 성욕을 푸는데 문제없은 일인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 부터가 문제 아닌가. 인형으로 성욕을 푸는 잘못된 성에 대한 인식이 언제 어떻게 사람으로 항하게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라고 꼬집었다. 

의정부 시민들은 24시간 영업하는 리얼돌 체험방이 입주한 건물에 키즈카페를 포함한 각종 어린이 이용 시설이 있다며, 우후죽순 늘어나는 체험방에 대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리얼돌 체험방 영업을 반대하는 한 시민은 "복합 상가 건물 등에서 별다른 제제없이 영업이 가능한데, 아이들과 청소년이 엘리베이터 등 한 공간에서 이들과 마주칠 경우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처럼 느슨한 규제만으로 운영하면 이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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