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가 기업의 필수 전략이 됐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3 10:00
  • 호수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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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윤리적 혁신이 필요한 시대
환경과 사회 문제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기업들

기업이 돈만 잘 벌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는 환경문제와 사회문제는 기업의 ‘이윤 추구’보다 ‘사회적 책임’을 강화시키고 있다. 가치소비가 익숙한 소비자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눈길을 보낸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였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기업의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투자 지표로 자리 잡았다. 이제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됐다. 윤리적인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기업에 대한 ‘선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 적당히 ‘보여주기’식으로만 해서는 통하지 않는다. 단기적이어서는 안 되고, 기업을 알리는 수단이 아니어야 하고, 방향성이 올발라야 한다. 이제 ‘착한 기업’이 뜬다. 기업들은 ESG와 관련한 어떤 목표에 힘을 싣고 있을까.

‘환경’ 키워드가 대세…유통가는 ‘패키징’에 집중 중

‘환경’은 지금 가장 중요한 화두다. 한국은 올해 초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발표한 세계 국가별 ESG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환경 분야에서는 2등급에 머물러 있다. 탄소 전환, 기후변화, 수자원 관리, 폐기물 및 공해, 자연 자본 등 환경의 5가지 세부 항목에서 모두 2등급 판정을 받았다. 국가만의 과제가 아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의 가치는 상승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인 기업들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조사 결과도 있다. 곧 환경을 고려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 된다. 많은 기업이 ESG 경영을 강조하면서 특히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들고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유통기업들은 ‘패키징’에 주목한다. 최근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상품 구매와 소비 과정에서 버려지는 포장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패키징 정책을 수립하며 환경 이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친환경 포장을 설계하고(Redesign), 재생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고(Recycle), 자연 기반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는(Recover) 3R 패키징 정책을 따른다. 대표적인 상품인 햇반의 용기 구조를 변경하고, 배송 보냉재는 100% 물로 만든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생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해 두부 제품의 포장에 적용하기도 했다.

CJ그룹은 상품 배송에 친환경 보냉재와 완충재를 사용하고 있다.ⓒCJ그룹
CJ그룹은 상품 배송에 친환경 보냉재와 완충재를 사용하고 있다.ⓒCJ그룹 제공

식품 전문기업인 SPC의 움직임도 환경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녹색전문기업 인증을 획득한 계열사 SPC팩이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해 파리바게트, 배스킨라빈스, 던킨, SPC삼립 등 그룹 계열 브랜드들과 다양한 기업에 공급 중이다. 던킨과 배스킨라빈스는 친환경 테이크아웃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던킨은 배달 주문이 늘어나면서 딜리버리 전용 패키지인 ‘던캔’도 도입했다. 재활용 공정이 간단하고 산업 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알루미늄 재질로 제작한 패키지다. 배스킨라빈스는 옥수수 전분을 활용한 친환경 스푼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동원 F&B는 최근 무라벨 생수와 무라벨 차 음료를 출시하면서 친환경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지속적으로 줄여 내년까지 2680톤의 플라스틱을 감축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리필’이라는 방식을 선택했다. 지난해 9월부터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리필할 수 있는 자판기인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9개 점포에서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는 샴푸와 보디워시를 리필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리필 용기를 구매해 원하는 상품을 충전하는 방식이다.

이마트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 중이다.ⓒ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 중이다.ⓒ이마트 제공

금융권, 플랫폼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적 캠페인 진행

ESG 경영에서 언급되는 사회 분야의 이슈는 노동, 인권, 다양성, 지역사회 관계 등 그 영역이 매우 넓다. 소비자들은 이제 넓은 영역에서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선호한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윤리적 경영과 사회적 공헌활동이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준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소비자가 92.1%에 달했다. 10명 중 7명이 ‘ESG 경영을 도입한 기업에 관심이 생길 것 같다’고 응답했고, 전체 응답자의 86.9%가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를 끌어안아야 하는 기업들은 사회적 공헌활동에 어떻게 나서고 있을까. 특히 금융권은 플랫폼의 장점을 살려 사회적 문제 해결과 다양한 캠페인 활동에 나서는 추세다. 하나금융그룹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사업과 연구 활동을 펼치는 ‘청소년그루터기재단’을 이달 초 공식 출범했다. 청소년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하나금융공익재단과 하나금융나눔재단 등 산하 공익재단 간 시너지를 창출해 사회적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 여파로 폐업한 자영업자,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자 등을 특별 채용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학대 피해 아동 지원을 위한 ‘동행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 피해아동쉼터에 차량과 유류비를 지원한다.ⓒ신한은행·LG 제공
신한은행은 학대 피해 아동 지원을 위한 ‘동행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 피해아동쉼터에 차량과 유류비를 지원한다.ⓒ신한은행

신한은행은 ‘아동’에 초점을 맞췄다. 학대 피해 아동 지원을 위한 ‘동행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전국 피해아동쉼터에 차량과 유류비를 지원하고 있다. 피해 아동들의 후유증 치료를 위한 의료기관 방문과 등·하교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부터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재정 안정 지원에도 나섰다.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와 함께 신용회복 지원자와 저신용자들의 취업훈련 기간 동안 생계비를 지원하고, 채무 상환 유예와 감면 제도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금융의 영향력이 부정적인 이슈를 만드는 데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 아래, 지난해 9월 ‘적도원칙’에도 가입했다. 인권 침해나 환경 파괴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사업에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행동 협약이다.

LG는 ‘일회용품 제로’를 목표로 하는 기업인 ‘트래쉬 버스터즈’ 등을 육성해 ESG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LG 제공
LG는 ‘일회용품 제로’를 목표로 하는 기업인 ‘트래쉬 버스터즈’ 등을 육성해 ESG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LG 제공

‘ESG위원회’ 통해 신뢰 확보 나서

일부 기업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택했다. SPC는 코로나19와 기상 피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기 위해 ‘행복상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 농산물의 꾸준한 소비에 기여하기 위해 새로운 품종 개발 지원에도 나섰다. 논산시와 상생 협약을 맺고 베이커리에 최적화된 딸기 품종을 개발하는 등 안정된 공급을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탠 것이다.

LG는 친환경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LG소셜 캠퍼스’라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혁신적인 기술과 사업 방식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기업,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성과가 나는 기업들은 아니지만, 이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전체적인 ESG 생태계를 꾸려간다는 ‘큰 그림’에서다. ‘일회용품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 ‘트래쉬 버스터즈’, 친환경 택배 상자를 개발하는 ‘에코라이프 패키징’, 친환경 브랜드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임팩토리얼’ 등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 중이다.

결국 모든 ESG 경영은 ‘윤리적’인 경영이다. 기업이 펼치는 ESG 경영이 ‘포장 수단’이라고 비판받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가 윤리성을 제고하고 투명성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기업들은 직접 위원회를 구성해 신뢰 확보에 나서고 있다. CJ 지주사인 CJ주식회사와 계열사는 최근 ESG위원회를 도입하고, 정책 전반을 심의하고 자문할 자문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옴부즈만 제도를 신설해 은행의 정책을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검증하고 있다. 주요 소비자 보호 이슈를 점검하는 옴부즈만 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상품 선정과 출시에 관한 자문을 수시로 병행해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ESG위원회를 신설하며 ESG 경영을 확대하고 있는 이마트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새로운 주주 환원 정책을 공개했다.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배당하고, 주당 최저 배당금 2000원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이다. 또 2019년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없는 주주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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