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사고 120억 철거계약은 누가?…전·현 조합 간 책임 공방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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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철거계약…전·현 재개발조합 모두 “상대편 책임” 주장
“전 집행부가 이미 결정…관련 없어” vs “현 집행부가 새로 계약”
경찰, 18일 추가 압수수색…철거공사비 120억’ 자금 흐름 추적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건물 붕괴 사고에 책임이 있는 철거업체들과 12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쪽이 어디냐를 두고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조합 전·현 집행부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어 책임 떠넘기기 논란을 빚고 있다.

현 집행부는 전 조합 측이 업체 선정과 용역계약을 결정한 만큼 전임 집행부에 계약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전 조합 측은 현 집행부가 들어서 공사비를 새로 책정하는 등 계약의 주요 부분이 변경된 만큼 계약주체는 마땅히 현 조합이라고 맞서고 있다.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조합은 새 집행부가 선출된 2018년 10월을 기점으로 전·현 집행부로 나뉜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건물 붕괴 사고에 책임이 있는 철거업체와의 계약을 체결한 쪽이 어디냐를 두고 전·현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조합 집행부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9일 붕괴 참사가 발생한 5층 건물을 굴착기가 허물고 있다. ⓒ연합뉴스=독자제공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건물 붕괴 사고에 책임이 있는 철거업체와의 계약을 체결한 쪽이 어디냐를 두고 전·현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조합 집행부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9일 붕괴 참사가 발생한 5층 건물을 굴착기가 허물고 있다. ⓒ연합뉴스=독자제공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공사비는 일반건물 철거 70억원, 석면 해체 22억원, 지장물 철거 25억원을 비롯해 인허가 행정절차 비용 등을 포함해 총 120억원 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철거공사비 약 120억원이 불법 재하청 업체들로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지난 15일에 이어 18일 재개발조합 사무실 등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하면서 조합과 관련된 전반적인 철거업체 선정 비리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이처럼 경찰수사가 사고 초기 부실공사에서 점차 계약 비리 쪽으로 향하면서 계약 당사자를 놓고 양 측의 책임 공방은 가열되고 있다. 

먼저 해명에 나선 쪽은 현 재개발조합 측이다. 조합은 17일 오후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최근 조합 협력업체 용역비와 관련,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는 제보를 접했다”며 “당시 정비기반시설업무, 지장물철거, 석면철거 등의 선정과 용역계약은 2018년 2월, 이미 전 집행부에서 결정한 내용으로 그해 10월에 출범한 현 집행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전 재개발조합 측은 전혀 다른 입장을 보였다. 17일 오후 시사저널과 만난 전 조합 측의 한 핵심인사는 “현 조합 집행부가 전 조합 측이 체결한 철거 등 각종 계약 공사비를 10% 가량 삭감했다고 자랑했다”며 “이는 전 조합이 체결한 각종 계약을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현 조합 측과 철거업체 간에 새로운 계약이 맺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전 조합이 철거업체들과 체결한 계약이 그대로 승계됐는지 아니면 이후 공사비가 변경됐는지 등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조합은 17일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당시 정비기반시설업무, 지장물철거, 석면철거 등의 선정과 용역계약은 2018년 2월, 이미 전 집행부에서 결정한 내용으로 그해 10월에 출범한 현 집행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독자 제공​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조합은 17일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당시 정비기반시설업무, 지장물철거, 석면철거 등의 선정과 용역계약은 2018년 2월, 이미 전 집행부에서 결정한 내용으로 그해 10월에 출범한 현 집행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독자 제공​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의 업체 선정 과정에서 비리를 수사 중인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이곳에서 △일반 건축물 철거 △석면 철거 △지장물 철거 등 3가지 철거 계약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반 건축물 철거비 70억원은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과 현대산업개발 도급계약, 현산과 한솔 하도급계약, 한솔과 백솔 재하도급 계약을 거쳐 20억원으로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경찰 등은 석면 해체 계약은 조합과 다원이앤씨(50%), 지형(50%)이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다원이앤씨가 광주 한 석면 해체업체와 이면계약을 하고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장물 철거 계약은 일반 건축물 철거 계약을 받은 ‘한솔기업’이 조합으로부터 도급 계약을 받아 한솔(30%), 대건(20%), 거산(50%)이 체결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6일 기준 총 14명을 입건했다. 이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인물은 총 7명이다. 시공사인 HDC 관계자 3명, 철거업체 한솔기업 측 2명, 재하도급 철거업체 백솔건설 측 1명, 감리 1명 등이다. 이들 중 혐의가 확인된 현장소장과 굴착기 기사 등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17일 발부됐다. 

또한 철거업체 선정 비위 관련 입건자는 재개발조합장 등 총 9명인데, 2명은 사고원인 관련 입건자와 겹친다. 이와 관련해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은 지난 13일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경찰은 문 회장과 연락을 통해 귀국을 설득하고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 16일 오전 재개발사업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이 든 상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 16일 오전 재개발사업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이 든 상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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