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소방관 구조 작업 난항…이천 쿠팡 물류센터 삼킨 불길, 왜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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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부터 종일 불타는 물류센터…화재 확산 원인 보니
1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무전을 주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무전을 주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의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17일 발생한 화재가 건물 전체를 덮쳤다. 밤샘 진화작업에도 불구하고 불길은 계속되고 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진화 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1명이 실종되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화재가 이렇게까지 확산한 데에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8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에도 쿠팡 물류센터 진화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건물 지하 1, 2층을 태우던 불은 전날 오후 7시께부터 건물 전 층으로 확산한 뒤 밤새 타올라 지금은 건물 뼈대가 드러났다. 특히 콘크리트 구조 건물이 장시간 뜨거운 열에 노출되면서 붕괴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소방당국은 연소가 더 진행될 경우 건물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방수포를 이용한 원거리 진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소방당국, 건물 붕괴 우려해 방수포 진화 작업 주력

앞서 전날 오전 5시 20분께 경기 이천시 마장면 덕평리에 소재한 지상 4층 지하 2층, 연면적 12만7178.58㎡ 규모의 물류센터 건물 지하 2층에서 전기적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20여 분만에 ‘대응 2단계’ 경보를 발령하고 장비 60여 대와 인력 150여 명을 동원해 초기 화재 진압에 나섰다. 오전 8시 19분께 큰 불길이 잡히면서 출동한 소방관들은 잔불 정리작업을 시작했지만 11시 50분께 내부에서 불길이 다시 치솟았다.

인명 검색과 건물 내부 진화 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한 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당시 소방관들이 치솟는 불길에 일제히 긴급 탈출했지만 김아무개 구조대장이 지하 2층에 고립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현재 소방당국은 김 대장의 구조에 난항을 겪고 있다. 24시간 넘게 이어진 화재로 건물 붕괴가 우려되면서 수색 작업을 중단했다.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한 후 구조팀을 진입시킬 방침이다. 다만, 안전진단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등은 현재로서 예상할 수 없다.

화재가 확산된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경찰은 정확한 조사를 위해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은 화재가 시작된 지하 2층에 설치된 페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발화지점과 화재 원인을 어느 정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센터 지하 2층 전기 콘센트에서 불꽃이 튀어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재 발생 당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스프링클러가 오작동했다는 소방 및 쿠팡 직원들 진술과 확보한 상태다. 박수종 경기 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소방 선착대가 현장에 왔을 때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상태로 확인했으나 작동이 지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문제가 확인될 경우 수사까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마치고 잠시 휴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마치고 잠시 휴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재 발생 당시 스프링클러 오작동 의심…물류센터 건축자재 불길 키웠나

물류센터 건물의 구조적 특성이 화마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물류센터는 저렴하고 단열 효가가 뛰어난 샌드위치 패널로 짓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샌드위치 패널은 양쪽의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을 넣어 만든 건축 재료로 물류센터를 지을 때 흔히 사용된다. 이 스티로폼과 우레탄폼은 쉽게 불이 붙는 가연성 물질이다.

인근 건물에 상수도 설비가 돼 있지 않아 진화 작업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주변에 상수도 설비가 없다보니 수십대의 소방차가 수량 확보를 위해 2㎞ 떨어진 소화전에서 물을 수 차례 실어날랐다. 소방당국은 인근 옆 건물로 불이 번질 가능성까지 고려해 소방차를 추가로 배치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물류센터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21일 경기 군포의 한 물류센터에서는 담뱃불로 인한 대형 화재가 발생해 220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냈다. 같은 날 부산 강서구의 한 물류센터 창고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이후 불과 8일 만에 경기 이천의 한 물류창고에서 다시 대형 화재가 났다. 이 화재로 48명의 사상자 및 부상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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