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동료들 품으로…쿠팡 물류센터 화재 실종 소방관, 끝내 유해로 발견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sisa3@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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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개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구조대장, 오전 10시49분쯤 지하 2층에서 숨진 채 발견
발견 당시 유해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져
경기도, 김 대장 순직 절차 진행…장례는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1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지난 17일 건물 내부에 진입했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아무개 구조대장을 찾기 위해 내부에 진입했던 구조대원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낮 12시 10분쯤 김 대장으로 추정되는 시신 1구의 유해를 물류센터 건물 지하 2층에서 발견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지난 17일 건물 내부에 진입했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아무개 구조대장을 찾기 위해 내부에 진입했던 구조대원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동료들과 건물에 진입했다가 홀로 빠져나오지 못한 소방관이 결국 시신으로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19일 오전 10시32분 화재 당시 건물 내부에서 실종됐던 김아무개(52)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구조대장을 찾는 수색팀 15명을 투입했고, 17분이 경과한 오전 10시49분쯤 김 대장의 유해를 찾아냈다. 김 대장이 발견된 곳은 덕평물류센터 지하 2층 중심부에서 좌측으로 벗어난 지점이었다.

김 대장의 유해는 화염으로 인해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색팀은 오후 12시12분쯤 유해 수습을 완료했다. 이후 김 대장의 유해는 경기도의료원이천병원 영안실로 옮겨졌다. 경기도는 김 대장에 대한 순직 절차를 진행하고 오는 21일 오전 9시30분 경기 광주시 시민체육공원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영결식을 엄수할 방침이다.

김 대장은 지난 17일 화재 발생 6시간이 경과한 오전 11시20분쯤 불길이 사그라든 틈을 타 동료 4명과 함께 인명 구조 및 검색을 위해 물류센터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다.

그러나 김 대장과 소방관들이 진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반에 쌓여있던 의류와 상자 등이 무너져 내리며 불길이 다시 몸집을 키웠다. 현장에 진입한지 20분이 채 되지 않아 철수 명령이 떨어졌고 김 대장과 동료 대원들은 진입로를 되짚어 나오기 시작했으나 연기 등으로 인해 길을 찾기 쉽지 않았다.

김 대장은 뒤쪽에 뒤처지는 인원이 없는지 확인해가며 후배들이 먼저 빠져나가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대원들은 오전 11시45분쯤 무사히 탈출했으나 김 대장 자신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즉시 김 대장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건물 곳곳에 놓여있던 가연물질에 옮겨붙은 불길이 건물 전체로 세를 불렸다. 결국 구조작업은 오후 1시5분쯤 중단됐고 붕괴 등의 우려로 건물 내부 진입도 불가능해졌다.

김 대장은 1994년 고양소방서에서 소방 일을 시작한 이후 27년간 하남과 양평, 용인소방서 등에서 구조대와 예방팀, 화재조사 등 주요 부서들을 고루 거쳐왔다. 학구열도 남달라 응급구조사 2급 자격증과 육상무전통신사, 위험물기능사 등 각종 자격증을 두루 취득한 베테랑 소방관으로 평가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물류센터 화재는 지난 17일 오전 5시20분쯤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의 해당 건물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물품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에 있던 콘센트에서 불꽃이 이는 장면이 CCTV에 찍여있어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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