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G7서 文대통령 가장 경계…회담 불발은 총리 판단”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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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日 외무성 간부 인용…文대통령 피한 스가, 3차례 짧은 인사만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 3세션에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참석해 있다. ⓒ 영국 총리실 제공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 3세션에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참석해 있다. ⓒ 영국 총리실 제공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최근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경계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한·일 정상의 약식회담 불발도 스가 총리의 결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아사히신문은 이번 G7과 관련한 내막을 전하면서 스가 총리가 영국에서 귀국한 뒤 "(G7) 정상회의에서 가장 경계한 것은 한국(문 대통령)이었다"고 털어놨다고 일본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또 G7에서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약식회담을 갖지 않고 인사만 한 데 대해 "모든 것은 스가 총리의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일본은 그동안 양국 정상의 약식회담 무산을 독도방어훈련이나 실무 조율이 되지 않았다며 '한국 탓'을 했지만 사실상 스가 총리의 거부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스가 총리가 문 대통령을 피한 것은 일본 국내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한국 정부 차원의 해결책을 압박하는 상황인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없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마주 앉게 될 경우 불거질 비판을 우려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지난 11~13일(현지 시각)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대화를 나눈 것은 3차례다. 지금까지는 지난 12일 G7 확대정상회의 1세션이 개최되기 전 카비스 베이 호텔에서 나눈 인사와, 같은 날 만찬장에서의 2번째 대면 등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대화한 것은 2차례로 알려져 있었다. 

아사히신문이 인용한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만찬장 등에서 모두 3차례에 걸쳐 스가 총리에게 말을 걸었다. 이에 스가 총리는 "감사하다"는 등 짧은 답변만 하며 대화를 피했다. 회담과 만찬장에서 문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피하던 스가 총리는 이후 20~30분 가량 서서 대화하는 형식의 약식회담도 결국 취소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영국을 떠나면서 SNS에 글을 올려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합의한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약식회담을 일본 측이 독도방어훈련을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는 한국 외교부 당국자 말을 부인하면서 스가 총리 일정(스케줄) 등의 사정으로 약식회담이 열리지 않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아사히는 지난 1년6개월간 열리지 못한 한·일 정상회담이 내달 23일 예정된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참석해 문 대통령이 답방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방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사히는 일본 정부가 문 대통령 방일과 정상 간 대화를 별개 문제로 인식하고 있어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 내에서도 G7 당시일본 대응이 논란이 되며 여론이 악화하고 있어 도쿄올림픽에 맞춘 문 대통령의 방일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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