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한국 기업 맞나요?” 심상찮은 불매 운동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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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 민낯 드러난 쿠팡…화재·블랙컨슈머에 욱일기 논란에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앱의 리뷰·별점 제도가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배달앱 측이 점주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앱의 리뷰·별점 제도가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배달앱 측이 점주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올해 미국 상장 후 급성장하던 쿠팡이 연이은 악재에 제동이 걸렸다. 물류센터 화재, 욱일기 판매, 쿠팡이츠 블랙컨슈머 논란 등 온갖 논란이 복합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어서다. 부정적인 여론은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면서 쿠팡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놓인 모습이다.

2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쿠팡 덕평 물류센터가 화재 발생 엿새 만인 지난 22일에 이르러서야 완전히 진화됐다. 소방관 한 명이 목숨을 잃고, 피해액만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는 등 이번 화재로 쿠팡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 보인다.

 

김범석 의장 사임 논란 불똥…쿠팡 “화재 17일 전에 이미 사임”

쿠팡의 핵심 경쟁력인 로켓배송에 일부 차질이 불가피한 데다 안전관리 및 근로자 근무 환경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제때 작동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쿠팡이 물류센터에서 일어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묵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논란이 계속되는 도중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국내 법인의 이사회 의장과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달 31일부로 쿠팡 사내 이사 자리에서 사임했다. 공교롭게 해당 사실이 덕평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난 17일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일각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김 의장이 책임지지 않기 위해 사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울러 지난 1년간 쿠팡 배송 및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9명에 달했지만, 김 의장은 사과보다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쿠팡 측은 “사임 등기가 완료돼 일반에 공개된 시점에 공교롭게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며 사임과 화재와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다.

설상가상으로 쿠팡이츠가 ‘갑질’ 이용자로부터 점주 보호에 소극적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와 판매자들의 공분을 샀다. 최근 새우튀김 1개 환불 등 무리한 요구와 악의적 리뷰로 스트레스를 받던 점주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이 알려지면서다.

하지만 쿠팡이츠는 별다른 중재 없이 고객의 요구사항만 기계적으로 전달하는 등 적절한 지원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쿠팡의 정산 시기 및 불공정 약관 등으로 인한 그간 쌓여온 판매자들의 불만이 함께 퍼지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20일 오전 폭격을 맞은 듯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20일 오전 폭격을 맞은 듯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악재 쌓인 쿠팡…SNS ‘#쿠팡 탈퇴’ 인증샷 유행

아울러 쿠팡이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관련 상품을 팔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한 군에서 사용된 깃발로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통한다. 종종 스포츠 경기 응원에서 사용돼 국제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쿠팡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즉각 판매 중단 조치를 했다.

연이은 악재가 덮치고 있는 가운데 쿠팡이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쿠팡 탈퇴’를 인증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네티즌은 “개선되길 바라면서 기다렸지만. 이젠 포기해야겠다”, “잘가라. 로켓와우고 쿠팡이츠고 다신 안씀” 등의 글과 함께 쿠팡 탈퇴 인증 사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쿠팡탈퇴’ 해시태그(#)를 단 글이 17만 여건이 올라오며 국내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쿠팡에 대한 불매운동은 그동안 누적된 부정적 이슈가 이번 화재 사건을 통해서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공식 사과 및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판매자 모두에게 퍼지는 부정적 여론을 쉽게 잠재우지 못하는 모습이다. 로켓배송과 함께 급성장한 쿠팡에 책임 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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