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뚫렸다”…전남 ‘500㎜’ 물폭탄에 피해 속출
  • 정성환·박칠석·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7 10: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양 산사태·해남 계곡 범람…2명 숨지고 주택 등 침수 ‘속수무책’
이재민 68명 등 190명 대피…닭·오리 등 가축 폐사·농경지 침수 잇따라
남해안 강한 장맛비 계속, 장마전선 다시 남하…시간당 50㎜ 폭우 예상

장마전선 영향으로 6일 전남지역에 시간당 70㎜가 넘는 집중 호우에 따른 산사태와 주택 침수사고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전남 남해안의 경우 최대 500㎜ 이상의 폭우가 내렸고, 해남 북일·현산, 장흥 관산, 강진 마량에 시간당 70㎜ 이상의 기록적인 물 폭탄이 쏟아졌다. 미처 대비할 틈도 주지 않고 짧은 시간동안 많은 비가 내리면서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했다. 

장마전선 영향으로 6일 남부지방에 시간당 7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주택 침수사고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전남 남해안의 경우 최대 500mm 이상의 폭우가 내렸고 해남 북일·현산, 장흥 관산, 강진 마량에 시간당 70mm 이상의 기록적인 물 폭탄이 쏟아졌다. 침수된 전남 해남군 북일면 갈두리 앞 농경지. ⓒ신평호 해남 북일면 주민자치회장
장마전선 영향으로 6일 남부지방에 시간당 7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주택 침수사고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침수된 전남 해남군 북일면 갈두리 앞 농경지 ⓒ신평호 해남 북일면 주민자치회장

7일 전남도와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일 새벽 0시부터 6일 오후 2시까지 누적 강우량은 해남 현산 526㎜, 장흥 관산 460.5㎜, 진도 지산 440㎜, 고흥 도양 414.5㎜, 강진 마량 398.5㎜, 보성 득량 374.1㎜, 여수 산단 368㎜, 광주 남구 190.5㎜ 등이다. 특히 6일 전남 남해안에 최대 500㎜ 이상의 폭우가 내렸다. 해남 북일·현산, 장흥 관산, 강진 마량에 시간당 70㎜ 이상의 기록적인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2명이 사망하고 이재민 68명을 포함해 190명이 대피했다. 주택 93동과 상가 41동, 농경지 7566㏊가 물에 잠기는 등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전남 광양시 진상면 야산에서는 이날 오전 6시께 산사태가 일어나 주택 2채가 매몰됐다. 소방 당국이 약 9시간 동안 구조 작업을 벌였으나 8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 인근에서 주택이 침수돼 60대 후반 여성이 물에 휩쓸려 숨졌다. 

이재민도 속출했다. 대피 인원은 190명에 이른다. 전남 해남·강진 등에서는 이재민 55세대 68명이 발생했고, 하천 범람 및 산사태 우려로 81세대 122명은 일시 대피했다. 이 가운데 16명만 귀가하고 나머지 주민들은 인근의 숙박시설과 마을회관, 경로당, 학교 등 임시주거시설에 머무르고 있다. 진도 49동, 장흥 24동, 해남 20동, 고흥 19동, 강진 17동 등 도내 곳곳에서 주택 130동이 침수됐다. 

농경지 침수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침수 농경지 면적은 진도 5149㏊, 해남 1500㏊ 등 모두 7566㏊로 집계됐다. 가축 폐사도 잇따랐다. 도내 3개 농가에서 닭 3만4000마리, 오리 3만5000마리가 죽었다. 외양간 등 축사 침수 피해 농가도 27농가에 이른다. 장맛비가 일요일인 11일까지 수시로 예보되면서 농가 피해 규모는 더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흠뻑 젖은 소들’ 6일 오후 전남 해남군 황산면 축사가 폭우로 인해 침수돼 있다. 축사 주변이 1m 넘게 침수되면서 안전한 곳으로 옮겨지지 못한 소들이 축사에 남아있다. ⓒ연합뉴스
‘흠뻑 젖은 소들’ 6일 오후 전남 해남군 황산면 축사가 폭우로 인해 침수돼 있다. 축사 주변이 1m 넘게 침수되면서 안전한 곳으로 옮겨지지 못한 소들이 축사에 남아있다. ⓒ연합뉴스

시설 피해도 잇따랐다. 전남 순천과 여수 등에서 도로 사면 유실 26건이 발생했고 진도에서는 낙석으로 도로 1곳의 통행이 한때 제한됐다. 교통편도 곳곳이 막혔다. 여수 공항에서 항공기가 결항했고, 여수∼거문·녹동∼거문·제주∼해남 우수영 등 19개 항로 여객선 27척이 통제 중이다. 철도는 선로 내 토사 유입 등으로 순천∼광주 송정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열차 운행은 7일 오전 중 재개될 예정이다. 

밤사이 장마전선이 충청도 부근으로 북상하면서 광주·전남에는 장맛비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7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기준 구례 피아골 14.5㎜, 담양 7㎜, 곡성 옥과 7㎜, 광주 5㎜의 비가 내렸다. 전날 광주·전남 전역에 새벽 시간 기준 호우예비특보가 발효됐지만,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실제 호우 특보는 발효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들어 장마전선이 다시 남하하면서 광주·전남 지역에 많은 양의 비를 뿌릴 것으로 예보됐다. 예상 강수량은 7일까지 50~100㎜로, 많은 곳은 150㎜ 이상 폭우가 쏟아지겠다.

광주지방기상청은 6일 오후 4시20분 예보에서 “7일까지 광주·전남은 흐리고 매우 많은 비가 내리겠다. 특히, 천둥,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 이상의 매우 강한 비와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3일부터 장맛비가 계속되면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 발생 가능성도 크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목포와 여수 등 전남 남해안 지역은 폭우와 만조 시기가 겹쳐 해안가 저지대 침수 가능성도 있으므로, 배수구 점검 등 사전에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기상청은 강조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날 도청 영상회의실에서 실·국장, 시장·군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집중호우 피해 사항 긴급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신속히 복구되도록 시군이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 달라"고 지시했다. 김 지사는 회의에서 “집중호우로 지반이 매우 약해진 상태"라며 "산사태 우려가 있는 급경사지, 범람 우려가 있는 하천 등 저지대 재해 취약지 주민은 이상 징후를 잘 살펴 마을회관 등 지정된 장소로 안전하게 대피해 달라”고 당부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