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치매 일으킨다”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5 11:00
  • 호수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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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에 노출 심할수록 치매 발병 위험성 증가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은 1970년 61.9세에서 2020년 81세로 늘었다. 50년 동안 20년이나 연장된 것이다. 그만큼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치매 환자 수도 빠르게 증가해 ‘2019년 치매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 가운데 약 75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치매 환자 수는 2024년에 100만 명, 2039년에는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뇌의 퇴행성 변화, 뇌혈관질환, 영양결핍, 대사질환, 감염, 종양 등 다양한 원인이 치매를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미세먼지에 장기적으로 노출됐을 때도 치매가 유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자동차로 인한 공기 오염이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연구진은 보통 유전자를 가진 쥐와 사람의 알츠하이머 취약 유전자를 가진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각각 한쪽 그룹은 자동차 통행이 잦은 터널 속 공기를 가져와 그대로 노출했고, 다른 그룹에는 오염물질을 걸러낸 공기를 공급했다. 14개월간 오염 공기에 노출한 결과, 알츠하이머 위험 유전자를 가진 쥐는 물론 보통 유전자를 가진 쥐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이 유발되고 진행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코나 폐에 염증 생겨 뇌 손상 추정

스웨덴에서는 60세 이상 5111명을 무작위 선정해 이 중 등록 시점 치매가 없던 참가자 2927명을 연구에 포함시켜 평균 6년간 추적 관찰했다. 또한 매년 거주지 주변의 주요 대기오염 물질인 초미세먼지와 산화질소를 측정했다. 그 결과 장기간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치매 위험이 커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심부전이나 허혈성 심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 대기오염 노출로 인한 치매 위험이 더 커졌다는 사실을 밝혀 장기간 대기오염 노출 시 뇌출혈을 통해 치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미세먼지는 어떤 경로로 체내에 침입해 치매를 유발하는 것일까?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크게 세 가지 경로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첫째, 미세먼지가 코로 들어가 후각망울(후각신경이 있는 조직)을 통해 뇌로 들어가서 치매성 병변을 만드는 것이다. 둘째, 미세먼지가 코 상피세포(표면 세포)에 영향을 주어 염증을 유발함으로써 뇌에 손상을 주는 것이다. 셋째, 미세먼지가 호흡을 통해 폐에 도달해 염증을 일으켜 뇌 손상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면역체계를 제어하는 신호물질)을 분비시키는 것이다. 

선진국의 주요 도시 대비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5~2배 수준이다. 미세먼지는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으므로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을 때는 장시간의 실외활동을 제한하고, 부득이 외출할 때는 황사용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그리고 교통량이 많은 지역을 다니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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