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립고교에 10년째 ‘유령직원’ 근무 의혹…“교직원들 아무도 몰라”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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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월급 꼬박꼬박 지급…“10년간 근무기록 없어”
사전조사 당시 급조한 책상 정황…시민단체 “충격적인 일”
광주시교육청, 감사착수 예정, 공금 횡령죄로 수사 의뢰 검토

광주의 한 사립고등학교에 10년째 ‘유령직원’이 근무하면서 월급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교육 당국이 감사에 나섰다.

7일 광주시교육청과 교육시민단체인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 따르면, 관내 사립학교인 D고등학교는 지난 2011년 1월 1일 자로 50대 남성 A씨를 정규직 9급으로 채용했고, 이후 8급(사무운영서기)으로 승진했다. A씨는 학교 행정실에 근무한 것으로 서류에 기재돼 있어 현재까지 10년간 봉급을 매달 꼬박꼬박 받아왔다.

광주시교육청 사학정책팀이 7월 1일 A씨가 광주 D고교 행정실에 실제 근무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시교육청 감사관에 D 학교에 대한 감사를 요구한 공문.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광주시교육청 사학정책팀이 A씨가 광주 D고교 행정실에 실제 근무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시교육청 감사관에 D 학교에 대한 감사를 요구한 공문.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그러나 최근 국민신문고를 통해 ‘A씨는 지난 10년간 학교에 근무하지 않았다’는 제보가 광주시교육청에 접수됐다. 이러한 제보를 받은 시교육청 사학정책팀은 지난 2일 D고교를 방문해 A씨의 지난 10년간 서류 기안과 작업 기록, 인사기록카드, 직원일람표 등 A씨가 근무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 제출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학교 측은 A씨의 관련 근무 기록 등을 제출하지 않았다. 사학정책팀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행정실에 A씨가 근무하고 있었으나 A씨의 책상이 ‘급조된 정황’을 발견했다. 또 사학정책팀은 무작위로 해당 학교 교직원을 면담한 결과 “A씨를 아는 교직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학정책팀은 A씨가 실제 근무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시교육청 감사관에 D 고교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측은 A씨가 10년간 근무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근무기록 등을 제출하지 않아 근무기록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감사를 통해 위법 여부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또한 재정결함보조금(예산)으로 사립학교 교직원 월급이 지급되는 점을 고려해 A씨가 근무하지 않고 월급을 받았다면 횡령죄가 성립될 수도 있어 감사 결과에 따라 수사 의뢰도 검토하고 있다.

광주지역 교육시민단체인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이날 “해당학교 사학법인은 그간 청렴도가 높고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해 지역사회에서 칭송이 자자했었기에 이번 사건은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며 신속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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