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저승사자’ 특수부 지고, 공정거래조사부 뜨나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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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부, 검찰 수사권 축소 속에서 살아남아…검찰 내 새로운 요직으로 급부상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공조부)가 검찰 내 새로운 요직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에 이어 특수부 폐지로 한때 검찰 안팎에서는 대기업 수사 명맥이 끊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그 공백을 공조부가 메우고 있는 모습이다. 대기업들의 부당거래 혐의 등을 직접 수사하며 기업 총수까지 구속하는 성과를 올리면서 ‘재계 저승사자’로 자리를 굳혀 가고 있다.

 

대기업 사건 몰리는 공조부…박삼구 회장 구속으로 주목 받아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공조부 수사와 관련해 기업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정부가 공정경제를 강조하면서 갑질이나 불공정거래행위 등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법 집행이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변화에 발맞춰 대형 로펌들은 전관으로 구성된 대규모 공정거래팀을 꾸려 공조부 수사에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공조부는 재계에서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LS그룹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정몽진 KCC 회장의 차명회사 자료 누락, 대웅제약의 실험조작·경쟁사 방해 혐의 등을 잇따라 수사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26일 공조부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전격 구속하면서 세간에 큰 주목을 받았다.

이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기소한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계열사 부당지원 사건도 공조부에서 수사했던 것을 인계받은 것이다. 여기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발한 삼성웰스토리 사내급식 일감 몰아주기 사건과 하이트 진로의 친족 계열사 공시 자료 고의 누락 사건 등이 줄줄이 공조부 수사를 기다리고 있다.

공조부에 근무했던 한 검찰 관계자는 “현재 공조부에는 수많은 기업 사건이 쌓여 있다. 사실 공조부가 어떤 걸 수사하는지 잘 모르고 안일하게 조사에 응하는 기업들도 많다”며 “그런데 이들 모두 공조부 조사를 몇 번 받고 나면 대형로펌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새로 꾸려온다”고 귀띔했다.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받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5월1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받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5월1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 총수 겨냥하며, 몇 년 사이 요직으로 급부상

법조계에서 공조부의 위상은 최근 몇 년 사이 확연히 달라졌다. 공조부는 2015년 2월에 탄생했다. 출범 당시에는 공정거래조세조사부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와 조세 사건을 대처하겠다는 취지로 신설됐지만,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주로 공정위와 국세청 고발 사건을 처리하거나 기업 간 담합 수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공정거래조사부와 조세범죄조사부로 나눠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울러 사실상 기업 수사를 전담했던 특수부가 폐지되면서 기업 사건이 공조부로 몰리기 시작했다. 공조부는 기존의 담합 사건은 물론 대기업의 계열사 부당지원 등에까지 수사 범위를 넓히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기업 총수들의 불공정거래 등을 겨냥하면서 언론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검찰 내에서 공조부는 새로운 요직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공조부는 사실상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수사1·2부와 함께 4차장 산하로 검찰 내에서도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부서로 꼽힌다. 이제 일반 형사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는 경제 사건을 제외하고는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공조부는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여파에 따라 직접수사 부서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생존했다. 검찰 힘을 빼려는 정부 방침과 별개로 대기업의 불공정을 수사하는 조직의 필요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아울러 공조부의 성과가 특수부와 견주어 봐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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