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전남교육청의 낯 뜨거운 교육감 홍보…“직무평가 1위? 글쎄”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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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청 이래 최대 오명’ 납품비리 불명예는 쏙 빼고 ‘선택적 홍보’ 빈축
“도민과 괴리된 수치로 자랑할 게 아니라 반성과 변화 노력 필요”

전남도교육청은 7일 ‘장석웅 전남교육감, 직무수행지지도 26개월 연속 1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장 교육감의 혁신교육정책과 소통이 평가 받아 높은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전남교육청의 이 같은 성격의 보도자료는 이날 갑자기 낸 것이 아니다. 장 교육감이 직무수행지지도 1위를 하는 매달 초에는 어김없이 등장하고, 많은 언론이 이를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 

이날 역시 판박이 보도자료는 장 교육감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주민직선 3기,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의 2021년 6월 직무수행 평가에서 48.0%의 지지를 얻어 지난 2019년 5월 이후 26개월 째 1위를 달렸다면서 시작됐다. 이어 장 교육감은 2018년 7월 취임 이후 매월 진행된 지지도 조사에서 이번을 포함해 28차례(77.7%)나 1위에 올랐고, 나머지 8번은 2위를 기록했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전국 교육감 17명의 2021년 6월 평균 지지율은 38.7%이며, 1위 장 교육감과 2위(44.3%)와는 3.6%p의 격차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전남도교육청 전경 ⓒ전남교육청
전남도교육청 전경 ⓒ전남교육청

하지만 전남교육청이 장 교육감이 혁신교육정책 등을 잘 실행해서 도민들의 공감을 얻어 2년여째 직무평가 지지지율 1위를 한 것처럼 자화자찬을 쏟아내 눈총을 사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성격상 직무평가 지지율 원인을 똑 부러지게 짚어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자료는 “이 같은 성과는 학생과 일선학교, 교사, 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의 덕분이다”며 “앞으로 미래사회를 주도할 역량을 갖춘 인재로 자라나도록 지속가능한 전남교육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정도로 마무리했으면 됐을 것이다. 

애써 1위 배경을 나열하면서 아전인수식의 ‘선택적 홍보’라는 비난의 빌미를 제공했다. 도교육청은 장 교육감의 지지율 고공행진 이유를 취임 후 3년 동안 오직 아이들만 바라보며 추진해온 혁신교육정책의 성과가 드러나고, 코로나19 이후 효과적인 대응 과정이 도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지난 6월 7일부터 코로나19로 인해 휴교와 원격수업, 부분등교 등을 반복한 지 15개월 만에 전체학교 전면등교를 단행, ‘일상 회복’의 큰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 장 교육감은 취임 후 3년 동안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신념 아래 학생을 중심에 놓는 혁신교육 정책을 펼쳐왔다면서 선제적 교육복지 확대, 교실수업 혁신과 맞춤형 진로·진학지도, 미래교육 기반 조성, 민·관·학 거버넌스 토대구축 등의 성과를 내며 교육현장에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자평했다.

자료는 나아가 장 교육감이 지난 6월 17일 도민·교육 가족들과 취임 3주년 기념 랜선 경청올레를 갖고 ‘전남교육의 미래교육 방향’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했으며, 24일에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도민과 소통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전남교육청이 올 1학기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전남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이 코로나 시대 교육 분야 새로운 대안으로 영국 BBCTV에 소개된 것도 장 교육감의 26개월 연속 지지율 1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는 식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녹록치 않다. 도교육청이 전체학교 전면등교를 단행, ‘일상 회복’의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자평했으나 여전히 자녀 손을 잡고 학원이나 교습소로 향해야 하는 학부모들의 일상은 현재진행형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장 교육감의 혁신교육 정책이 뜬구름 잡기식 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남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이 영국 BBC TV에 소개된 것을 보고, 도민들이 지지했다는 부분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지난해 5월 28일, TV뉴스 통해 전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도교육청과 나주교육지원청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한 장면이 도민들의 뇌리에 더욱 선명하게 남아 있을 개연성이 높다. 

당시 전남 일선학교 물품구매 계약비리 의혹을 조사 중이던 경찰은 이날 15명의 수사관을 보내 출근하는 도교육청 직원들을 통제하고 4층 재정과와 7층 시설과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2019년 6월에도 압수수색 당했다. 전남교육청이 ‘청렴 전남교육’ 실현을 다짐하며 ‘반부패·청렴정책’ 시행에 들어간 지 불과 3개월만이다. 이 사건으로 전 도교육청 시설과장(구속)과 교육청 산하기관 서기관(불구속) 등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었다. 경찰이 교육시설 납품 비리와 관련해 전남교육청 관련 시설을 압수수색한 것은 장석웅 교육감 체제에서 세 번째로, 이로 인해 개청 이래 최대 비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래서인지 이번 성과 분석에서는 청렴 정책 부분이 쏙 빠졌다. 장 교육감의 혁신교육정책이 칭찬받기에는 아직 이르다. 현 여야 정치 지형과 밀접하게 연동될 수밖에 없는 여론조사 지지율을 가지고, 자화자찬식 보도자료를 매번 내놓고 이를 ‘교육감의 치적’이라고 침소붕대하지 않았으면 한다. 전남교육청은 도민과 괴리된 수치로 자랑할 게 아니라 반성과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는다면 여론조사 가지고 도민 정서를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정치 장사’ 의도가 다분하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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