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로나’ 부른 안일함…1년 전 광화문집회 소환되는 이유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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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다 확진자 수에 ‘6시 통금’ 현실화
성급했던 ‘노마스크’ 유인책 도마 위로

초유의 ‘6시 통금’이 현실화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정부는 수도권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연일 최다 기록을 경신하며 4차 대유행에 다다른 상태다. 이 속도면 2000명대 확진자 수도 시간문제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안일한 방역 대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거리두기 체계를 느슨하게 하고 ‘노마스크’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의 잘못된 신호가 4차 대유행의 신호탄이 됐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3차 대유행 당시에도 정부가 성급하게 방역의 고삐를 풀어 사태를 악화시켰고, 그 실수가 고스란히 반복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한 채 전국노동자대회를 여는 모습 ⓒ 연합뉴스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한 채 전국노동자대회를 여는 모습 ⓒ 연합뉴스

“그럴 때 아니다” 지적에도 ‘완화’ 시그널…4차 대유행 자초

정부가 급박하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결정한 이유는 이번 대유행이 이전 1~3차 유행 때와 다르게 규모가 훨씬 크고, 통제도 어려운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스치기만 해도 감염된다’는 별명을 가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는 데다, 활동 반경이 넓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감염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20~30대의 백신 접종률은 10%대에 그쳐 면역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스스로 코로나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4차 대유행 이전부터 이미 300~6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었고, 변이 바이러스 유입도 증가하고 있었는데, 방역당국이 이 같은 국면을 예측하지 못했느냐는 지적이다.

오히려 정부는 국민을 향해 방역 완화 신호를 내보냈다.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1차 접종자의 경우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접종을 완료하면 트래블버블을 통해 해외여행도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통해 1단계는 모임 인원 제한이 완전히 풀리고 2단계에서도 8인까지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내수진작을 위해 소비쿠폰 지급 등의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메시지 관리를 잘못해 방역 긴장도를 떨어뜨렸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1·2·3차 대유행 때부터 어긋난 대책…대규모 집회發 집담감염 우려

방역 실패의 상징적 장면으로 지난 3일 열린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시위가 꼽히기도 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이틀째 800명 안팎을 기록하는 등 심상찮은 시기에 방역당국이 대규모 집회를 제대로 막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집회 금지 조치를 내리고 여의도 일대를 원천 봉쇄했으나, 민주노총은 장소를 종로3가로 바꿔 기습 집회를 단행했다. 이후 코로나19 확진자는 1200명대로 폭증했다. 지금까지 해당 시위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보고되진 않았으나, 잠복기를 고려하면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불법집회에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15일 불법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송치된 민주노총 관계자들에 대한 기소 여부가 11개월 넘도록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불법집회를 연 혐의로 2개월 만에 기소된 보수단체 사례와 대조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민주노총을 대하는 정부여당의 태도가 너무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단체의 8·15 광화문 집회 ⓒ시사저널 박은숙
지난해 8월15일 열린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 ⓒ시사저널 박은숙

2차 대유행의 기폭제가 된 지난해 광복절 집회 당시에도 정부의 ‘오판’에 비판의 화살이 쏠린 바 있다. 5월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감염 등 산발적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때였는데도, 정부는 8월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소비쿠폰을 대량 발급했다. 여기에 종교시설과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겹치면서 500명대 대유행이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방역 완화 신호를 내비칠 때마다 확산세가 커지는 상황이 반복된 셈이다.

한편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라, 오는 12일부터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모임이 금지된다. 결혼식과 장례식에는 친족만 참석 가능하며 행사는 전면 취소, 집회는 1인까지만 가능해진다. 유흥시설의 집합금지 조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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