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파시즘의 바탕은 노무현 트라우마”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7 07:00
  • 호수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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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경애 변호사 “이광철 비서관, 문제 될 온갖 더러운 짓 도맡아 처리한 듯 ”

권경애 변호사(법무법인 해미르)는 문재인 정부 초기만 해도 현 정권의 지지자 중 한 명이었다. 권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이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2019년 4월경, 하루에도 몇 번씩 SNS에 글을 올려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권 변호사의 글을 민정수석실 회의 자료로 활용하고, 권 변호사에게 SNS를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권 변호사는 2019년 6월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식 당일, 청와대에서 조국 민정수석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른바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모든 것이 급변했다. 이후 권 변호사는 조국 사태를 비판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이른바 ‘조국흑서’의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권 변호사는 올 7월에 또 한 권의 책을 냈다. 《무법의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서 권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를 ‘파시즘 정권’으로 규정했다. 권 변호사는 이 책의 서문에서 “독재의 풍경. 내가 처음 잡은 이 책의 가제다”면서 “합법을 가장해 독재정권의 길로 접어든 이 정권에 대한 공적 분노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권 변호사의 비판은 거침이 없었다. 권 변호사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트라우마’가 문재인 정부 파시즘의 질료(質料, 바탕)가 됐다”면서 “증오의 정치와 음모·날조가 판을 치면서, 법치와 민주주의가 여기저기서 허물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최준필

문재인 정부가 2019년 패스트트랙에 상정한 검찰 개혁안을 보면, 검찰에 특수수사권(6대 범죄-부패·공직자·경제·선거·대형참사·방위산업)을 남겨둔 반면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폐지했다. 그러다 ‘조국 사태’가 터지자, 갑자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본모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광철 민정비서관(2019년 당시 민정실 선임행정관)이 여기 이 자리(권경애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검찰에게 특수수사권을 남겨둬야 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생각이셨어요. 이건 외부에 알려지면 곤란할 오프 더 레코드입니다만’이라고. 특수수사권을 검찰에 남겨두는 것은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 같다. 특수수사권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손쉽게 바꿀 수 있다. 검찰이 정권을 따르느냐 안 따르냐에 따라 특수수사를 줄 수도 있고 뺏을 수도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검찰은 ‘잘 드는 칼’이었다. 적폐청산이라는 명목하에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수사·기소하지 않았나. 검찰을 자신(문재인 정권)들이 활용할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어떻게 봐야 할까.

“공수처는 친위 사정기관으로 전락했다. 공수처장에 대한 야당의 비토권이 사라지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장치가 사라졌다. 검사가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신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수처 검사의 임기는 3년에 불과하다. 공수처 인사위원회가 인사를 좌지우지하면서, 정권 입맛에 맞는 검사를 선별할 수 있다.

과거 게슈타포(Gestapo·독일 나치정권의 비밀국가경찰)에는 사적인 고소·고발이 넘쳐났다. 현재 공수처가 딱 이 모습이다. 더구나 공수처는 고소·고발을 모두 처리하지 않고 취사선택을 한다. 공수처가 사건을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인데, 기존 사법 시스템과 다르다.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수 있는 것이다. ‘윤중천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및 유출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지 잘 지켜봐야 한다(*인터뷰 후인 7월20일, 공수처는 이 사건과 관련해 이광철 비서관의 집과 청와대 민정실을 압수수색했다). 사법기관의 정당한 법집행을 적대시하는 것이 파시즘인데, 검사와 판사에 대한 사정기관으로 전락한 공수처가 엄격한 법집행을 와해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민정수석(왼쪽)과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무법의 시간》에는 조국 전 민정수석과 이광철 비서관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던 얘기들이 나온다.

“조국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보다 본인이 앞섰던 사람이다. 차기 정권을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이광철 비서관을 통해 조국 전 수석이 단 한 번도 사퇴를 표명하지 않았다는 것을 들었는데, 이에 대해 이광철 비서관은 ‘조국 전 수석이 오직 문재인 대통령만,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광철 비서관은 굉장히 충직한, 문재인 정권에 희생적인 사람으로, 자신의 모습을 조국 전 수석에게 투영한 것에 불과하다.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식 당일에 청와대에서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만났다. 그때 조국 일가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거론하자, 조국 수석은 ‘합법 아닌 것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조국도 (문제가 될 것을) 알고 있었구나…조국이 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걸 다 알아보고 우회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이 계속 마음에 가시처럼 남았다. (조국 전 수석을) 믿었기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광철 비서관의 경우, 충직함이 검찰 개혁의 사명감에 사로잡혀 범법도 불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본인이 권력 욕심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광철 비서관은 나중에 문제가 될 짓, 온갖 더러운 짓을 본인이 도맡아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도 이광철 비서관이다. ‘반(反)검찰주의’와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만 함몰될 때 사람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를 이광철 비서관을 보면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를 ‘파시즘 정권’으로 규정했다.

“히틀러의 게으름은 유명하다. 지도자가 필요한 결정을 하지 않을 때, 밑에 있는 사람들이 지도자의 뜻을 짐작해 폭주하면서 파시즘적 경향이 발현한다. 문재인 정부가 바로 이 상황이다. 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폭주할 때 문재인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잘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했는데, 징계 당시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입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발을 뺐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항상 점잖은 신사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굉장히 정치적인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구체적인 지시 없이도 결국 사람들을 자기 뜻대로 움직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민단체도 포섭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거치면서 문재인 정부와 시민단체는 ‘일체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연대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정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합뉴스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7월1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와 관련해 기소되자 사의를 표명했다. 사표는 아 직 수리되지 않았다.ⓒ연합뉴스

한겨레21의 2019년 10월11일자 ‘“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 검찰, ‘윤중천 진술’ 덮었다’ 기사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을 위해 벌인 정치공작”이라고 비판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과 이광철 비서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터닝포인트가 이 기사다. 역사에 기록될 오보다. 이 기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최종적으로 기사화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이 오보로 인해 조국 일가와 관련한 각종 의혹, 이광철 비서관과 이규원 검사가 대검 진상조사단 시기에 저지른 불법들이 가려졌다. 나는 이광철 비서관이 어떤 방식으로든 연루됐다고 생각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그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이광철 비서관에 대해 공포를 느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언론 장악에도 나서고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언론중재위원회를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언론위원회’로 변경해 시정명령 내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언론위원회에 명예훼손 침해판정권을 부여하겠다는 발상도 나오는데,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에 사법적 권력을 부여하는 것과 다름없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국가권력의 무정형성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법치주의의 실질적인 와해이며 합법의 틀을 쓴 폭압에 불과하다.”

《무법의 시간》의 부제이기도 하다. 어쩌다 우리가 꿈꿨던 세상이 이 지경이 됐나.

“한 가지 사건, 한 명의 선택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 아니고, 여러 과정이 묘하게 얽히고설키면서 이 지경까지 왔다. 가장 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집권세력이 보인 ‘입 닫고 있어라, 어차피 같이 가야 할 사람들(우리 편)이다’라는 태도다.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인정하면 되는데, ‘노무현처럼 잃을 수 없다’는 정서로 똘똘 뭉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보수세력, 검찰, 언론이 저지른 정치적 타살이라고 생각한다. 참여정부의 부족함이나 측근 비리, 가족 비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 집단에서는 ‘노무현의 예수화·신격화’와 조국 전 수석 등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등치시키는 것이 보편적인 정서가 됐다. 노무현 트라우마가 증오의 정치와 음모와 날조가 횡행할 수 있는 질료가 됐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금기가 된 노무현 트라우마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거짓 선동을 가능하게 만드는지 그 메커니즘을 직시하고자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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