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 사라지고 친윤-친최 생기나…국민의힘 ‘新계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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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vs‘친최’ 기싸움 본격화…입당·출마 예고된 8월이 분수령

국민의힘에서 대선 주자들을 둘러싼 세력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당내 인사들이 유력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검찰총장 캠프로 갈라져 각자도생하는 분위기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기존의 ‘친이(친이명박)’ 대 ‘친박(친박근혜)’ 계파 구도가 ‘친윤(친윤석열)’ 대 ‘친최(친최재형)’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불거진 윤 전 총장 측 캠프 인사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아직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은 윤 전 총장의 대선 캠프에 당협위원장 등 당 소속 인사들이 공식적으로 대거 합류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당 안팎에서는 해당 인사에 대한 징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 시사저널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 시사저널

‘세력 과시’ 선수 친 윤석열 vs 태클 거는 최재형 

가장 강하게 반발한 것은 최재형 전 원장 측이다. 선제 입당으로 당내 입지를 구축해온 최 전 원장으로선 당내 인사들의 윤석열 캠프행이 ‘불공정’하다는 입장이다. 최 전 원장 측 총괄상황실장인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이 입당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캠프에 합류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 전 원장 측이 여권이 아닌 야권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키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의 입당이 가시화하자 본격적으로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이날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놓고도 기싸움을 벌였다. 윤 전 총장이 “드루킹 사건의 배후를 밝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으나 최 전 원장 측은 윤 전 총장의 ‘원죄론’을 꺼내들며 제동을 걸었다. 대표적 친윤 인사로 꼽히는 정진석 의원은 특검을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에 나서자고 제안했지만, 최 전 원장 캠프에 합류한 김용판 의원은 “특정 후보가 어젠다를 던진 후 우리 당 의원들이 하명을 받아 실행하는 모습은 아름답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또 “애초에 서울중앙지검이 드루킹 사건에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은 게 문제”라면서 윤 전 총장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계파 갈등이 고개를 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표출되고 있다. 김태호 의원은 “친윤·친최 등 당이 또 다시 계파로 분열되는 듯한 징후들이 보도되고 있다. 심히 우려스럽다”면서 “친이·친박 계파갈등으로 망한 경험을 아프게 되새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7일 부산 중앙공원 충혼탑을 찾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7일 부산 중앙공원 충혼탑을 찾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친윤vs친최 신경전, 계파 갈등 신호탄?

정치권에서는 경선 일정이 다가올수록 신경전의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대선에 미래 권력의 향배가 달린 만큼, 당내 인사들의 세력 줄타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대선 후보 캠프가 본격적인 진용을 갖추고 경쟁에 박차를 가할수록 상대방을 향한 견제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최 전 원장이 현재의 지지율 흐름을 유지한다면 양측의 기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최 전 원장 지지율은 매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두 자릿수까지 넘보고 있다. 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3~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6일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최 전 원장은 전주보다 2.5%포인트 상승한 8.1%를 기록했다. 윤 전 총장(26.9%)의 하락분(3.4%)을 대부분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국민의힘 대권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가운데)이 한국전쟁 정전협정기념일인 27일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인근을 방문해 간담회를 열고 주민과 대화를 나누던 중 사진을 함께 보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가운데)이 한국전쟁 정전협정기념일인 27일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인근을 방문해 간담회를 열고 주민과 대화를 나누던 중 사진을 함께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최 전 원장의 추격세가 가팔라질수록 윤 전 총장 측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캠프 인사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으나,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까지 좁혀지면 후보 당사자 간의 설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과거 친이 대 친박 구도까지 소환되며 계파 갈등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이목은 8월로 쏠린다. 윤 전 총장의 입당과 최 전 원장의 대선 출마 선언이 이뤄질 8월15일 광복절 전후가 야권 계파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입당 시기는 결정된 것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8월10~15일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최 전 원장 측도 8월 초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하고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빅 이벤트’ 이후 지지율 흐름에 따라, 세력 다툼 전개 양상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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