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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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내년 6월30일까지 하병필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체제

경남선거관리위원회가 27일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기로 했다. 지난 21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지사직을 상실한 지 6일 만에 내린 결정이다.

이제 경남 도정은 행정부지사인 하병필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 내년 6월30일까지 맡는다. 여권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여권 대선 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23일 “김 전 지사가 그동안 추진했던 일들, 하고 싶다는 일은 내가 챙기겠다”면서 하 경남도지사 권한대행과 차담을 나눴다. 민주당 경남도의회 의원들도 “도민과 더불어 김 전 지사의 성과를 잘 챙기고, 남은 정책 과제가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7월23일 시군 부단체장 영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하병필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경남도
7월23일 시군 부단체장 영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하병필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경남도

여권의 메시지는 사실상 임명직인 권한대행에게 과감한 대응과 신속한 결단을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한계가 뚜렷한 도지사 권한대행에게 김 전 지사의 역할을 해달라는 셈이다.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대선에서 성난 민심을 달래면서도, 부울경 메가시티와 남부내륙고속철도 조기 착공을 포기할 수 없다는 복잡한 셈법이 깔린 것이다.

어쨌든 하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은 ‘시한부’ 꼬리표가 붙은 채 도정을 도맡게 됐다. 그런데 벌써 일각에서는 보수적인 직업공무원인 그가 정책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의아해한다. 또 김 전 지사 공백으로 입지가 좁아진 경남도가 주축이 될 수밖에 없는 부울경 메가시티 등을 정상 궤도에 올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 여긴다.

남부내륙고속철도는 김 전 지사의 1호 공약이다. 2019년 1월 정부 재정사업으로 선정될 만큼 순항했다. 2022년 조기 착공을 목표로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기본설계비 150억원을 확보해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국토부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에서 결정될 노선과 정거장을 변경하라는 요구가 들끓고 있다. 사업 추진을 위한 의견수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 전 지사는 정부 지원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3개 광역자치단체로 구성될 부울경 광역연합 출범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생겼다. 여태까지 김 전 지사의 정치적 역량에 의해 정부 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선출직 경남도지사가 궐위된 현시점에서 권한대행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부울경 메가시티를 주도하기란 결코 간단치 않다.

하 도지사 권한대행은 21일 “기존 도정 운영 방향을 변함없이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26일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내년도 국비 예산과 부울경 광역연합의 안착 지원을 요청했다. 그렇다. 앞서 2019년 박성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 경남 도정 사상 최초로 국비 5조원 시대를 열었듯이, 그도 다른 지자체가 입을 떡 벌릴 액수를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지역균형발전 철학이 굳건하다면, 29일 열릴 부울경 메가시티 합동추진단 개소식에서 김 전 지사의 공백을 거뜬히 메울 수 있다. 든든한 정부·여당의 지원을 등에 입고 있지 않은가.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경제 위기 상황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동시에 겹쳤다. 경남도 처지에서 살얼음판인 것은 분명하다. 이 상황에 경남 도정 리더십이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이 위기가 혼란의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끝이 돼야만 한다. 하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의 무거운 책무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권한대행은 현상 유지 권한만 행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경제 등 예상치 못한 긴급 사태가 터질 경우 대처해야 할 책임도 진다.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정치적 논란과 떨어져서 권한대행의 역할만 충실히 해주길 바란다. 7번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조차 죽기 살기 여야 정쟁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면 경남 도정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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