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빅테크’에 군기 잡는 시진핑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01 15:00
  • 호수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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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추싱’發 미·중 IT 전쟁 본격화할까

7월23일(현지시간)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시장이 열리자마자 중국 기업 디디추싱(滴滴出行) 주가가 폭락했다. 디디추싱은 전날에도 11.3%나 떨어진 10.2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날 하락 폭은 무서울 정도였다. 장중 7.93달러까지 폭락하더니 장 막판 소폭 반등해 8.06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 폭은 –21%에 달했다. 7월26일에도 디디추싱 주가 하락세는 지속됐다. 한때 7.17달러까지 떨어졌는데 장 중반부터 반발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전날보다 0.2% 하락한 8.04달러에 겨우 장을 끝마쳤다.

디디추싱은 중국 최대 차량공유 업체다. 중국에선 ‘디디(DIDI)’라고 부른다. 2012년 출범해 2013년 알리바바(阿里巴巴)와 텐센트(騰訊)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급성장했다. 이후 미국의 우버가 바이두(百度)와 합작해 중국에 진출했는데, 두 회사는 출혈경쟁을 우려해 2015년 합병했다. 디디추싱은 우버 차이나 지분까지 모두 인수해 중국 시장을 독점해 버렸다. 2020년 기준 디디추싱의 중국 차량공유 시장 점유율은 93%다. 이용자 수는 4억9000만 명, 하루 승차 횟수는 3000만 회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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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차량공유 기업인 디디추싱의 주가는 중국 정부의 규제로 폭락했다.ⓒAP 연합

中 규제에 주가 반 토막 난 디디추싱

최근 디디추싱은 NYSE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6월30일 상장한 직후 디디추싱 주가는 18.01달러까지 치솟았다가 공모가(14달러)보다 1% 높은 14.14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디디추싱의 시가총액은 680억 달러로 집계됐다. IPO에서 2014년 알리바바 이후 중국 기업으로는 두 번째로 많은 44억 달러를 조달했다. 하지만 7월6일 주가는 -19.6% 폭락하면서 크게 흔들렸다. 그 뒤 주가는 횡보세를 면치 못하다가 22~23일 다시 폭락세로 돌아섰다. 이로써 디디추싱 주가는 상장 이후 한 달도 안 돼 반 토막이 났다.

디디추싱 주가가 폭락하는 배경엔 중국 정부가 있다. 7월2일 온라인 감독부처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인터넷판공실)이 디디추싱에 대한 국가안보 심사에 착수했다. 디디추싱이 중요한 데이터를 미국으로 유출했다는 혐의다. 곧 자국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의 모든 앱을 삭제하도록 명령했다. 이에 따라 디디추싱은 신규 이용자 모집을 금지당했다. 5일부터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디디추싱 상장 전에 IPO를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디디추싱은 이것이 IPO 절차를 멈추라는 명령은 아니라고 판단해 상장을 강행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이 명령을 어기고 미국에 상장한 데 분노했다. 소문은 점차 구체화됐다. 7월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감독 당국이 디디추싱의 미국 상장을 의도적 기만에 따른 결과로 인식한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의도적 기만 행태를 ‘양봉음위(陽奉陰違)’라고 표현했다. 양봉음위란 앞에서는 순종하는 척하지만 뒤로는 다른 마음을 품는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이나 북한에서 개인이나 기관을 처벌할 때 거론하는 죄과다. 2013년 북한이 장성택을 숙청할 때 공표했다.

7월16일 SCMP의 보도가 사실이었음이 드러났다. 인터넷판공실은 공안부, 국가안전부, 시장감독총국, 세무총국, 자연자원부, 교통운수부 등과 합동으로 디디추싱에 대한 온라인 안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 내걸었다. 조사 사실을 밝힌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참여한 부처가 범정부적이었기에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심지어 조사요원들이 디디추싱 사옥에 직접 들어가는 사진까지 언론에 뿌려졌다. 22일 미국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디디추싱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상장 폐지나 영업 정지의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과징금은 올해 초 알리바바에 부과됐던 역대 최대 규모인 28억 달러보다 많을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상장 폐지나 영업 정지 등 제재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이 컸다. 중국 정부가 ‘빅테크’라고 불리는 대형 정보기술 기업을 증시나 시장에서 퇴출시킨 전례는 없다. 지난해 10월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가 금융 당국을 공개 비판하자 알리바바 산하 앤트(蟻)그룹의 홍콩 증시 상장을 중단시켰을 뿐이다. 하지만 디디추싱은 NYSE에 상장된 빅테크다. 이전과 전혀 다른 차원으로 디디추싱 사태가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 당국이 철퇴를 내리며 내세우는 ‘안보 조사’는 디디추싱이 보유한 광범위하고 세밀한 지도와 교통의 위치 정보를 가리킨다. 오래전부터 중국은 자국 지도와 위치 정보가 다른 나라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우려해 왔다. 그에 따라 외국인이 자국에서 측량 조사를 할 경우 간첩 혐의로 처벌해 왔다. 세계적인 위치 서비스인 구글 지도도 중국에선 중국 지도 앱의 정보를 받아 서비스하며 실시간 정보는 제공하지 못한다. 그런데 디디추싱은 NYSE에 상장을 준비하면서 올해 초 적지 않은 위치 정보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는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NYSE에 상장하려는 외국 기업에 자세한 기업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NYSE에 IPO를 하려는 중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였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중국 정부는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중국 빅테크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NYSE 상장이 필수적이라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기류가 바뀌었다. 중국 당국의 제재 대상은 그렇게 디디추싱뿐만 아니라 NYSE에 상장한 모든 빅테크로 확대되고 있다.

 

“누가 권력기관을 총동원할 수 있겠나”

7월5일 인터넷판공실은 취업 사이트 BOSS즈핀(直聘), 트럭 공유 업체 윈만만(運滿滿) 등에 대한 인터넷 안보 심사를 공표했다. 이들 기업은 올해 NYSE에 상장한 기업이다. 심지어 지난 3월 바이트댄스 경영진과 면담을 가졌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바이트댄스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의 모회사다. 틱톡은 2017년 중국에서 출범했으나 미국 10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2020년 기준 13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고 매출은 343억 달러, 영업이익은 19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 수년 동안 바이트댄스는 NYSE 상장을 추진해 왔다.

미국 정부는 미국인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의심하며 틱톡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도록 압박했다. 지금은 상황이 뒤바뀌어 중국 당국이 바이트댄스의 NYSE 상장을 제지하고 있다. 게다가 7월10일 인터넷판공실은 회원 100만 명 이상의 온라인 기업이 해외 증시에 상장하기 전에 국가안보 위해 요인이 없는지 사전 심사를 받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최근 상황에 대해 중국 업계의 소식통은 필자에게 “중국에서 공안부, 국가안전부, 세무총국 등까지 움직일 수 있는 이가 누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빅테크를 통제하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뜻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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