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은 잊고 그저 즐겨라, 이 뜨거운 올림픽을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30 10:00
  • 호수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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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 딴 것도 축하할 일”…新세대의 新바람 분다
끝없는 도전 속 빛나는 올림픽 정신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다. 메달에, 메달 색깔에만 집착하던 악습은 점차 시대의 뒷문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메달이 없어도 아름답고 품격 있는 모습은 나왔다. 태권도 세계랭킹 1위 이대훈은 도쿄올림픽에서 ‘무관’에 그치며 은퇴를 선언했지만 그 뒷모습은 누구보다 품격 있었다. 그는 승자의 등을 두드리며 축하해 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상대 선수와 경기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 순위와 기록보다 중요한 올림픽 정신은 페어플레이와 상대에 대한 존중이라는 점을 일깨워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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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7일 도쿄올림픽 여자 태권도 67㎏ 초과급 결승에서 한국 이다빈이 세르비아 밀리차 만디치에게 패한 뒤 인사하는 만디치에게 엄지 척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언론은 한국 태권도가 사상 첫 ‘올림픽 노골드’에 그치며 종주국 체면을 구겼다고 했지만, 충분한 감동과 울림이 있었다. 태권도 국가대표 이다빈은 7월27일 여자 67kg 초과급 결승에서 아쉽게 패배했다. 이다빈은 경기가 끝난 뒤 인사를 하는 상대 선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상대의 기량을 인정하는 제스처였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 경기에 만족해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은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숙이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그랬을까. 이제는 다르다.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표정을 보여준다. 이다빈 선수는 “제가 은메달을 딴 것도 축하할 일”이라고 했다. 단체전 은메달을 딴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맏언니 강영미는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와서 메달을 따게 돼서 너무너무 행복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들은 지금 ‘행복’하다. 그리고 마땅히 축하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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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6일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우승한 김제덕, 김우진, 오진혁이 시상대에서 은메달(대만), 동메달 수상자(일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어리다”

올림픽 정신이란 무엇인가. 이번 올림픽의 슬로건은 ‘감동으로 하나 되다(United by Emotion)’다. 우리는 언제 감동으로 하나가 되는가. 지금은 오직 금메달만이 감동을 주는 시대가 아니다. 최선을 다한 노력, 깔끔한 승복, 상대를 향한 축하가 모두 담긴 이다빈과 이대훈의 ‘엄지 척’이 바로 올림픽 정신 아닐까. 금메달을 딴 우리 양궁 남자 대표선수들이 시상식에서 일본, 대만 선수들과 함께 셀카를 찍자고 제안하는 모습은 또 어떤가. 

한국 대표단 최고령 선수인 ‘사격 황제’ 진종오(42)는 메달 도전에 실패했지만 2024 파리올림픽에도 도전한다. 그의 도전정신은 꺾이지 않았다. 17세 신유빈과 맞붙었던 룩셈부르크 탁구선수인 58세 니샤롄은 패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어리다. 오늘 도전하고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도전정신은 경쾌하다. ‘노출 없는 유니폼’으로 스포츠의 성평등 가치를 일깨운 독일 여자 체조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시대는 바뀌었고 세상은 전진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는 우리에게 올림픽이란 무대를 새롭게 보게 하고 있다. 새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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