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락 경고’ 때마다 치솟는 부동산값…이번엔 다를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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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폭 클 것” 엄중 경고 또 내놨지만…‘학습효과’로 냉담한 시장
7월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시사저널 최준필
7월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집값 상승은 끝났다. 패닉바잉에 나서지 말라'는 정부의 경고가 또 나왔다. 최근 두 달새 5번째 엄포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의 강력 경고가 나온 뒤 집값 하락은 커녕 보란듯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특히 수도권은 물론 전국 부동산 가격이 고점에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번에도 '약발없는 경고'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수급 불안으로 매매가와 전셋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 정권 출범 후 서른 번에 가까운 '부동산 대책'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못 내지면서 정부는 집값은 물론 그동안의 정책 학습효과로 더욱 강력해진 시장의 '버티기 심리'와도 싸워야 할 상황에 놓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7월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며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이 함께 참석했다. ⓒ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7월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며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이 함께 참석했다. ⓒ 연합뉴스

홍남기 "시장 예측보다 하향폭 더 클 수도" 경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8일 부동산 시장 불안이 가중되자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향후 큰 폭의 집값 하락이 우려된다며 추격 매수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날 담화문 발표에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 등 관계기관장들까지 참석해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집값이 고점에 있다고 진단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하향조정 내지 가격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의 예측보다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가파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서 무리하게 매수에 동참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홍 부총리는 하반기 집값 안정화를 전망하는 이유로 사전청약 확대 등 공급 정책, 금리 인상과 유동성 관리 가능성 등 대내외적 환경을 꼽았다. 그러면서 올 하반기부터 수도권 3기 신도시 등에서 총 6만2000가구의 사전청약이 본격화되는 등 공급 확대로 패닉 바잉 수요를 흡수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부동산 관련 대출 억제를 통한 '돈줄 죄기'를 한층 강화하고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7월23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월세, 매매 정보가 부착돼 있다. ⓒ 연합뉴스
7월23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월세, 매매 정보가 부착돼 있다. ⓒ 연합뉴스

시장은 "글쎄" 냉담한 분위기

그러나 시장에서는 실효성 없는 대책 없이 말 그대로 '경고'에 그친 정부의 엄포였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정부 발표에도 시장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은 4년 넘게 부동산 대책에 의한 학습효과를 습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서른 번에 육박한 부동산 관련 대책이 쏟아졌지만 집값 안정은 커녕 폭등을 불러왔다. 

일각에서는 정부 전망을 믿고 부동산 매수에 동참하지 않았다가 '벼락거지가 됐다'는 한탄까지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일관성도, 약효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장이 대책과 경고에 무반응한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 5월24일 홍 부총리의 고점 경고가 나온 이후 전날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친 정부의 사인에도 집값은 하락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아파트값은 정부 발표가 있은 뒤 상승폭을 더 확대했고 두 달새 수도권 아파트 값은 2.7% 상승했다. 

최근 들어 상승폭은 더 가팔라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셋째 주(19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0.27% 올라 전주(0.24%)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수도권의 아파트값이 0.36% 올라 부동산원이 주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9년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결국 가격 상승세를 막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공급 대책을 잇달아 내놨지만, 중장기적인 매수 심리 진정 효과는 내지 못했다. 

기간을 지난해 8·4 대책을 전후한 시점으로 늘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월간) 통계를 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아파트 값은 10.88% 상승했다. 기존 연간 상승률과 비교하면 2006년(13.92%) 이후 약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세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7월 넷째 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8월 첫째 주(0.17%)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하락에 방점을 찍는 정부를 뒤로 하고 시장은 관망세를 더욱 굳혀가는 모습이다.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에서 더 이상의 새로운 대책이 나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이 전날 담화문을 통해서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부동산원은 7월 셋째 주(19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0.27% 올라 지난주(0.24%)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고 22일 밝혔다. 특히 수도권의 아파트값이 0.36% 올라 부동산원이 주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9년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경기 안양시 동안구 일대 아파트단지 모습 ⓒ 연합뉴스
부동산원은 7월 셋째 주(19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0.27% 올라 지난주(0.24%)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고 22일 밝혔다. 특히 수도권의 아파트값이 0.36% 올라 부동산원이 주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9년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경기 안양시 동안구 일대 아파트단지 모습 ⓒ 연합뉴스

"모순정책 편 정부…당장 시장 분위기 바뀌진 않을 것"

전문가들은 수요 억제책에 집중하던 정부의 공급 확대 전환 시기가 다소 늦었다고 지적한다. 또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갈팡질팡 시그널이 혼선을 부르면서 오히려 패닉바잉을 부추긴 측면이 있어 단기간에 부동산값 안정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8·4 대책 이후 공급 기대감에 따른 심리적 안정 효과가 일부 나타났으나 바로 며칠 전 새 임대차 법이 시행되면서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고 매매가격을 밀어 올린 측면이 있다"며 "대책을 내놔도 실제 주택 공급은 한참 뒤에 이뤄지기에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그래도 공급 정책은 꾸준히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쪽으로는 공급을 늘린다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임대사업자 규제를 강화하는 등 공급을 막는 모순적인 정책을 펴 물량이 나올 구멍을 더 막아놨다"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지금은 입주·분양 물량 모두 적은 상황이고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은 5년 뒤에야 입주할 물량이어서 당장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움직인다"며 "당장 내가 들어가 살 집이 없고, 분양받을 기회가 없는데 시장이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반면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 상황이 소득이나 물가 등 객관적인 지표에 비해 부동산 시장이 과열돼 있고 고평가된 국면이라는 데는 (정부와) 인식을 같이한다"면서 "상반기에 중저가 중심으로 가격이 많이 올라 하반기에는 거래가 둔화하면서 상승률도 낮게 유지되는 상고하저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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