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한 檄文 《무너진 정의》
  • 강일구 기자 (kgb019@sisajournal.com)
  • 승인 2021.07.3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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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화석 지음ㅣ공감책방 펴냄ㅣ461쪽ㅣ1만7000원

정치의 시즌이 돌아왔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대한민국 권력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보간 경쟁도 치열해져서일까. 여권에선 또 다시 지역주의 논란이 불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의 부인에 대한 사생활까지 벽화로 등장할 정도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 시즌에는 정치 서적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후보들이 자신의 생각을 담은 책을 펴내기도 한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식자들 또한 자신의 견해를 책으로 얘기한다. 어떤 책은 정책을 담고, 어떤 책은 사람을 그린다. 정책에 대한 비판 또한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매일경제 기자 출신의 오화석 배재대 글로벌교육부 교수도 문재인 정권의 4년을 고발하는 책을 냈다. 바로 《무너진 정의》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내팽개친 공정·민주주의’라는 부제목에 걸맞게 격문(檄文)이다. 저자가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과 반민주적 행태에 실망하고 분노해 널리 알리고자 쓴 글이다.

격문이긴 하지만 단순히 울분과 격정, 분노로만 가득찬 선동의 글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한, 혹은 문재인 정부가 일으킨 사건에 대해 그 진실이 무엇인지 시작과 진행 과정, 결말까지를 그렸다. 기자 출신 답게 일련의 과정을 차분하게 파노라마식으로 보여줘 왜 자신이 비판적 입장을 갖게 됐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필자는 문재인 정부의 사법 장악 과정을 이렇게 요약했다. 대법관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1명이 현 정부에서 새로 임명됐다. 감사원 또한 7명의 감사위원을 모두 문 대통령이 임명됐다. 이같은 팩트를 근거로 저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갈등을 묘사하며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삼권분립의 최후 보루인 검찰, 법원, 감사원 등이 집권 세력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책은 복잡한 사건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파노라마식으로 기술돼 마치 한 권의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그래서 더욱 실감나고 마음이 아프며 통쾌하고도 폐부를 찌른다.

이 책은 또 문 대통령과 문 정부의 4년 반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지만, 남은 기간에 대한 전망도 하고 있다. 저자는 그간 문 정부의 속성이나 행적으로 판단할 때 “남은 반년은 10년보다 더 길게 느껴질 것”이라며 매우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그 입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로 가득차 있다. 때문에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국민들은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에 대해 긍정 평가해보는 사람에게는 공감을 사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입장이 다르더라도 상대가 어떤 근거로 정부를 비판하는지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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