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까…반환까지 ‘산 넘어 산’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7.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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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용산기지 4분의1 반환 합의…환경오염·정화부담금 해법 등 과제 산적
6월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와 주민들이 주한미국대사관 용산미군기지 이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와 주민들이 주한미국대사관 용산미군기지 이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가 내년 초까지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 일부에 대해 반환을 추진키로 했다. 미군은 순차적으로 용산 기지를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반환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군 기지를 둘러싼 환경 오염과 정화 비용 부담 문제 등 실제 반환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30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장인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과 스콧 플로이스 주한미군 부사령관은 서울 용산기지 4분의 1가량을 2022년까지 반환하기로 협의했다. 다만, 반환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한·미는 통상 연말에 열리는 SOFA 합동위원회를 통해 정식으로 합의할 방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용산기지는 뉴욕 센트럴 파크의 거의 70% 크기에 해당하며, 200만㎡(60만 평)에 달하는 굉장한 규모의 단일기지”라며 “전체 기지 폐쇄 이후에 반환 절차를 시작한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어 구역을 쪼개서 순차적으로 반환 받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산기지 일부가 대규모로 반환되는 것은 처음이다. 반환이 결정된 부지는 용산기지의 녹사평대로 이남인 ‘사우스포스트’ 지역이다. 이 부지는 50만㎡ 규모로 축구장 70개 정도와 유사한 크기다. 앞서 지난해 12월 16년 만에 처음으로 용산기지 내 부지 2곳을 반환받았다. 하지만 전체 규모의 2.6%(5만3418m²) 수준에 불과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산 미군기지 모습 ⓒ연합뉴스
용산 미군기지 모습 ⓒ연합뉴스

오염된 용산 땅, 정화 비용 분담 평행선…용산공원은 언제 지어지나

용산기지를 둘러싸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현안들이 산적해 반환에 난관이 예상된다. 먼저 용산기지 부지의 환경 오염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그동안 미군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화학 물질 유출사고로 기지 내 토양 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용산 미군기지 내부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는 지난 25년 동안 84건에 달한다.

반환 예정인 사우스포스트의 토양 오염도 심각하다. 지난해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사우스포스트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납·아연 등 각종 유해 물질이 검출된 가운데 9개 항목에서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초과했다. 더 나아가 사우스포스트 인근인 녹사평 지하수에서는 1군 발암물질과 중추신경계 손상을 초래하는 각종 유해물질이 무더기로 검출된 실정이다.

그런데도 미군은 뒷짐만 쥐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협의에서도 환경오염 정화 비용 문제는 진전이 없었다. 정부는 2009년 합의한 공동환경평가절차서(JEAP)에 따라 조사를 거쳐 확인된 오염 정화 비용을 미군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 측은 SOFA 조항(4조)에 근거해 ‘미국은 구역 반환 시 원래 상태로 회복 또는 보상할 의무가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앞서 반환 기지 중 정화가 완료된 24곳에서 약 2200억원의 정화 비용이 소요된 가운데 향후 미군기지 반환 협상 과정에서 환경오염 비용 부담 문제는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군 측의 ‘쪼개기’ 반환으로 2027년까지 대규모 공원을 조성하려던 정부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11년 용산기지 공원 조성에 돌입해 10년 안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용산공원정비구역종합기본계획’을 마련했다. 국토교통부는 용산기지 전체 반환을 전제로 2027년까지 243만㎡ 규모의 ‘용산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하지만 미군기지 이전이 늦춰지면서 사업 추진이 2년 가까이 연기됐다. 아울러 이번 성명에서도 기지 반환 종료 시점이 적시되지 않아 사업 착수가 또 미뤄질 가능성도 크다. 주한미군이 여전히 용산기지 내 상당수 시설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들이 옮겨갈 평택기지 대체 설비는 완공되지 않은 탓이다.

대체 부지 시설이 언제 완공될지 특정하기 어려운 만큼 용산기지 반환 완료 시점도 못 박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남은 용산기지 부지 반환 역시 빠지는 병력 규모에 맞추는 쪼개기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2027년까지 용산기지에 공원이 들어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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