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부인 김혜경씨 ‘정치 내조’ 가세…세번째 호남행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7.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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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지지율 상승세에 긴장…이재명, 부인 호남 급파했나?
남편 대신 호남 공들이기…29~31일, 광주전남 400km ‘강행군’
‘10m 전력 질주’ 주먹 인사도…따뜻한 감성의 공감 행보 호평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다시 광주·전남 민심행보에 나섰다. 이 지사와 별도로 광주와 전남을 찾아 물밑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본경선 이후 김씨의 호남 방문이 부쩍 잦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김씨는 29일 광주에 내려와 30~31일에는 전남 서부 목포에서 장흥, 장성을 U자형으로 300~400여km를 강행군하는 등 2박3일을 온전히 호남에 공들였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29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목포시당에서 시도의원과 여성위원회 간담회를 갖기 위해 복도를 걸어오고 있다. 김씨는 대기 중이던 한 당직자를 발견하자 10m 전방에서부터 전력 질주로 뛰어와 환한 미소로 인사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29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목포시당에서 시도의원과 여성위원회 간담회를 갖기 위해 복도를 걸어오고 있다. 김씨는 대기 중이던 한 당직자를 발견하자 10m 전방에서부터 전력 질주로 뛰어와 환한 미소로 인사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김씨의 호남행은 세 번째다. 사실상 여권 심장부인 광주전남을 매주 찾는 셈으로, 남편 대신 ‘바닥 민심’과 접촉면을 넓혀 가며 손을 보탰다. 보통 하루 5~6개의 숨가뿐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목포를 찾아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장인상 빈소를 조문했다. 남편이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이후로 첫 행보였다. 닷새 전에는 광주를 찾았다. 지난 24일,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해 ‘들불야학’의 거점이자 80년 5.18 당시 ‘투사회보’를 제작했던 광주 광천시민아파트를 들른 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을 만났다. 

호남행은 계속됐다. 김씨는 29일 오후 2시쯤 SRT로 광주 송정역에 도착해 곧바로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로 이동했다. 옥상에서 5·18 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을 내려다 본 뒤 시민군 출신 택시운전사 한진수씨의 5·18 택시를 타고 금남로와 전일245빌딩, 메이홀을 거쳐 전남대에서 ‘청년, 찾다-하다’를 주제로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가 끝나자 남구 양림문화역사마을로 이동해 이이남갤러리에서 차담회를 하고, 오후 6시30분 광주 남구에 있는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했다. 

다음날, 발길은 전남으로 향했다. 30일 전남 서부권인 목포와 장흥을 찾았다. 오전에는 목포 공생원 방문 후 박승희 열사의 모교인 정명여고를 찾아 추모한 뒤, 오후에는 더불어민주당 목포시당에서 시도의원과 여성위원회 간담회를 했다. 오후 4시께는 전남 장흥 대덕읍 평촌마을 김용수(57)씨의 표고버섯 재배 수해피해 현장을 방문해 이틀째 봉사활동으로 구슬땀을 흘린 전남개발공사 직원들을 격려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29일 오후 4시께 전남 장흥 대덕읍 평촌마을 표고버섯 재배사 수해피해 현장을 방문해 농장주 김용수(57)씨와 이틀째 봉사활동 중인 전남개발공사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7월29일 오전 '들불야학'의 거점이자 1980년 5.18 당시 '투사회보'를 제작했던 광주 광천시민아파트 앞에서 이혜영 작가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민형배 국회의원 페이스북​

이어 종친 어른들의 요청으로 경주 이씨 집성촌인 장흥군 관산읍 산서마을을 방문했다. 김씨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큰절을 하고 “종친 어르신들에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마지막 날인 31일은 전남 장성 한마음공동체와 로컬푸드 등을 둘러본 후 상경했다.

김씨의 내조는 주로 5.18 등 민주화 거점 및 역사 공간 방문, 민생 분야에서 조용히 이뤄졌다. 김씨의 행보는 철저하게 비공개로 이뤄졌다. 장흥 수해피해 현장 방문을 두고는 미리 대기 중이던 취재진을 피해 한때 일정을 취소하는 등 언론 노출을 극도로 삼갔다. 이 지사의 캠프 관계자는 “진정성을 갖기 위해 조용히 비공개 행보를 하고 있다”며 “이런 조용한 행보가 호남에서 반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상 밖의 파격 행보도 보였다. 특유의 활발한 성격과 따뜻한 감성으로 의례적인 일정이 아닌, 공감의 행보를 펼쳤다는 호평이 나온다. 그는 이날 가는 곳마다 차량에서 내린 뒤 전방 10m지점에서부터 전력 질주로 뛰어와 대기 중이던 인사들과 반갑게 주먹인사를 나눴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한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의 소유자가 김혜경씨라고 지목당하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후 대외활동을 자제해왔던 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29일 오후 4시께 전남 장흥 대덕읍 평촌마을 표고버섯 재배사 수해피해 현장을 방문해 농장주 김용수(57)씨와 이틀째 봉사활동 중인 전남개발공사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29일 오후 4시께 전남 장흥 대덕읍 평촌마을 표고버섯 재배사 수해피해 현장을 방문해 농장주인 김용수(57)씨와 이틀째 봉사활동 중인 전남개발공사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일각에서는 김씨가 본격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으로도 꾸준히 호남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져 ‘정치 내조’를 본격적으로 재개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관측은 이 지사의 호남 지지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당의 텃밭인 호남은 민주당 대권 경선의 승부처로 꼽힌다. ‘될 사람을 밀어준다’는 호남이 어느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느냐가 전체 경선 판세를 좌우할 수 있다.

더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당 대표의 지지율이 호남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이 지사 입장에서는 호남 수성이 시급하다. 하지만 경기도지사 일을 겸하는 있는 이 지사로선 운신의 폭에 한계가 있다. 이에 이 지사가 부인을 대신 보내 호남 민심을 간접적으로 챙기며, 이 전 대표를 견제하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정가에선 오는 9월 25~26일에 열리는 호남 현장 투표를 가장 중요한 승부처로 보고 있다. 

지역정가 한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 입장에선 ‘백제 발언’ 논란에다 매주 호남을 찾는 이낙연 전 대표의 바닥 민심 공략에 대응책이 절실한 형국이다”며 “하지만 현직 단체장인 그는 시간·물리적으로 제약받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대선 예비후보 자격으로 호남을 자주 찾는 게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부인 김혜경씨가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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