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언 넘어 막말로…윤석열 ‘입’이 잊고 있는 한 가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8.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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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만큼 높은 비호감도 상쇄 못해…각종 ‘설화’에 ‘쩍벌 논란’까지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월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역 앞에서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홍보 활동을 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월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역 앞에서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홍보 활동을 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정치권에서 백종원씨가 화두로 떠오른 적이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당내 유력 대권주자가 없던 국민의힘은 급기야 '백종원 영입론'까지 불지폈고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정치권 내에선 회의적이었지만, 대중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기성 정치에 회의감을 느낀 대중은 오히려 신인의 탄생을 응원했다. 난데없는 차출론이 뜻밖의 관심으로 이어진 것은 그만큼 거론된 인물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정치 신인인 동시에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목해야 할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높은 지지율만큼 압도적인 비호감도를 기록했던 윤 전 총장이 외연 확장을 하려면 등 돌린 여론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입당 후에도 이어진 각종 '설화'는 오히려 윤 전 총장의 비호감도를 위험 수위까지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실언을 넘어 막말 수위에 근접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월1일 서울 여의도 하우스카페에서 열린 청년 싱크탱크 ‘상상23 오픈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월1일 서울 여의도 하우스카페에서 열린 청년 싱크탱크 ‘상상23 오픈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입 열때마다 위기…'1일 1논란' 자초

윤 전 총장은 정치 참여를 선언한 직후부터 '논란 가도'를 달렸다. 주목할 점은 외부에서 제기한 'X파일' 논란에서 윤 전 총장 스스로 만들어 낸 것으로 양상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주 120시간 노동'을 비롯한 연이은 실언, 가족 리스크가 겹치며 지지율 하락을 마주하며 '입의 질주'도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은 계속됐다.  

특히 최근의 '부정식품'과 '페미니즘' 언급은 후폭풍이 거세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를 인용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부정식품이라도 싸게 먹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최근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에 참석해 페미니즘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면서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논란이 불거지자 '왜곡된 것' '전체 발언을 보면 그런 맥락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전문을 봐도 윤 전 총장의 발언이 잘못 해석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단 말을 뱉은 뒤 후폭풍이 일면 받아들이는 쪽의 해석을 탓하는 식의 대응은 또 다른 비판을 불러왔다. 

윤 전 총장은 3일 서울 강북권 원외당협위원장들과의 간담회 직후 가진 백브리핑에서도 자신의 발언에 대해 "검사 시절에는 재판부와 조직 수뇌부, 같은 팀원 분들을 설득하는 것이 직업이었다"며 "정치는 조금 다른데, 처음 시작하다보니 설명을 자세하게 예시를 들어 하다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드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을 뿐 발언과 인식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 전 총장이 이처럼 '발언-논란-후폭풍-해명' 궤도를 반복하면서, 정체를 빚다 상승세를 탄 지지율도 다시 흔들릴 위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 중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 중이다. ⓒ연합뉴스

실언 이어 태도까지 '비호감도' 자극

더 큰 문제는 다른 대선 후보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 '비호감도'를 누그러뜨릴 대안이 보이지 않는 점이다. 정치 참여 선언을 전후해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오르내림을 반복했지만, 비호감도만은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네 차례 실시한 여야 대선주자 비호감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첫 조사에서 20%대 초반을 기록했던 윤 전 총장 비호감도는 마지막 조사에선 30%를 넘겼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입을 열 수록 비호감도도 함께 커졌다는 뜻이다. 비호감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후보의 외연 확장력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특히 중도와 2030 세대 등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큰 층을 흡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총장의 최대 약점이 된 '입'에 이어 코로나 방역이 한창인 와중에 잇달아 공개 '음주회동'을 가진 점, '쩍벌 다리', 반말투도 윤 전 총장이 격파해야 할 비호감 요소로 꼽힌다. 여권은 물론 윤 전 총장을 견제하는 야권 대선주자들도 이에 대한 난타전에 나섰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의 '부정식품' 발언에 대해 "평소 철학이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며 작심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의 설화는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지지도는 물론 범야권 전반의 경쟁력을 상당히 훼손할 수 있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캠프의 최지은 대변인은 "(윤 전 총장 부정식품) 발언을 보면 시장 맹신주의자로 불릴 만 하다"며 "무식한 건지 이중적인 건지 구분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이낙연 캠프도 "인간과 건강에 대한 위험한 인식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의 '쩍벌 자세'에 대해 "조응천 의원이 '다리 좀 오므리고 앉으라'고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그거 잘 안 된다"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이런 부분이 쉽게 교정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정 의원은 "앉아있는 자세도 참모들이 여러 번 지적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안 고쳐지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태도가 불량하면 사람을 불쾌하게 한다. 태도는 무의식의 발로이며 마음의 표현"이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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