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항암제 쓰면 폐암 5년 생존도 가능하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1 08:00
  • 호수 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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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철 서울아산병원 교수 “늦게 발견하는 폐암은 항암제로 치료⋯3주 이상 감기 증상 땐 의심해야”

8월1일은 세계 폐암의 날이다.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인 암 중에서도 폐암은 사망률 1위의 암종이다.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2018년 기준 매년 약 2만8000명의 폐암 환자가 생기는데 5년 생존율은 췌장암(12.6%), 담낭·담도암(28.8%)에 이은 32.4%로 낮은 편이다. 증상이 없다시피 해서 조기 진단이 쉽지 않고 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생겨 치료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수술하지 못할 정도로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말기 폐암은 주로 항암제로 치료한다. 그동안 항암제도 발전했다. 

1세대 항암제는 세포독성 물질로 암세포를 공격해 사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암세포뿐만 아니라 주변의 정상 세포까지 손상을 입는 부작용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암세포만 공격하는 2세대 항암제 즉 표적항암제가 개발됐다. 현재 폐암의 1차 치료에 표적항암제를 사용한다. 그러나 표적항암제에 암세포가 내성을 보이는 문제가 있다.  이런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가 세계적으로 한 가지밖에 없었는데, 올해 두 번째 표적항암제가 국내에서 개발돼 사용 허가까지 받았다. 

또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까지 등장하면서 폐암 치료를 위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대한폐암학회 학술이사 및 표적치료연구회 운영위원인 이재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와 함께 앞으로 폐암 항암제 치료 방향을 살펴봤다.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 최준필

1980년대까지만 해도 폐암은 곧 사망 선고와 다름없었다면, 40년이 흐른 지금 폐암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암을 치료한 후 5년 동안 생존하면 완치에 근접했다고 보는데 1990년대 5년 생존율은 10%를 겨우 넘기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보다 3배 이상 증가한 30% 생존율을 보인다. 폐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실망부터 하는데, 데이터가 말해 주듯이 치료 성적이 좋아졌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편이 유리하다. 물론 위암·대장암 등과 같은 다른 암의 5년 생존율 75% 이상과 비교하면 폐암의 생존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앞으로 해결할 과제가 많은 암이기도 하다.” 

거의 수술로 치료하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항암제가 개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치료 방향의 세계적인 추세는 어떤가. 

“폐암 초기는 수술, 중기는 방사선, 말기는 항암제로 치료한다. 1970년대에는 항암제가 거의 없었다. 1980~90년대 백금 계열의 항암제가 나와 6개월 정도 수명을 연장했고, 독성 물질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항암제가 개발된 후 수명 연장은 1년으로 늘어났다. 2000년대 초 표적항암제가 등장하면서 5년 생존이 가능해졌다. 표적항암제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폐암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2010년 이후 면역항암제가 나오면서 새로운 치료 방향이 제시됐다. 앞으로 면역항암제가 보험 적용을 받으면 많은 환자가 본격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본다.” 

과거에는 단순히 ‘폐암’이라고 불렀다면 지금은 ‘(특정) 유전자 변이 폐암’이라고 할 정도로 폐암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많이 발견했다. 그중에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의 변이가 대표적인데, 어떤 특징이 있나. 

“항암 치료 전에 가장 먼저 유전자 검사를 한다. 특정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표적항암제를 찾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것이 EGFR과 ALK 변이다. 국내 폐암의 85%는 비(非)소세포암인데 이 가운데 EGFR 변이가 약 30%로 가장 흔하다. ALK 변이는 4~5%다. 나머지 변이들은 각각 1~2% 수준이다. 서양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 EGFR 변이가 2~3배 많다. 또 비흡연자 폐암 환자에서 이런 변이가 많이 발견된다.” 

그런 변이가 있는 폐암에 맞춘 표적항암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나.  

“진행암 환자가 세포독성 항암제로 치료받으면 1년 생존하는데, 표적항암제를 쓰면 2~3년 생존한다. 특히 ALK 변이 환자는 4~5년 생존할 정도로 효과가 더 좋다. 과거에는 조기암에 표적항암제가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기암을 우선 수술로 제거한 후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GFR 변이 폐암 환자가 수술받은 후 3년 동안 타그리소(표적항암제)를 사용한 결과, 재발률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1차 표적항암제에 저항성이 생겼을 때 쓸 수 있는 2차 표적항암제가 그동안엔 한 가지밖에 없었는데, 최근 국내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두 약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1차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폐암 환자에게 2차 표적항암제를 쓴다. 그동안 타그리소가 유일했는데 최근 국내 제약사 유한양행이 렉라자라는 신약을 개발했다. 렉라자 효과는 타그리소와 비슷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 렉라자는 폐암이 뇌로 전이된 데 효과가 좋으면서도 독성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표적항암제 이후 개발한 면역항암제도 기대를 모으는데 어떤 약인가. 

“균이 들어오거나 세포가 변형될 때 우리 몸은 이를 포착하고 면역세포가 활성화해 방어한다. 그러나 면역세포 활성화가 과하면 오히려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우리 몸에는 면역이 무한대로 활성화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면역 체크포인트(immune checkpoint·면역관문)’가 있다(면역관문은 정상 세포와 결합해 면역세포가 정상 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다). 암은 이를 이용한다. 암은 면역관문과 결합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않도록 한다. 면역항암제는 암이 면역관문과 결합하는 고리를 끊는 역할을 한다.” 

비흡연자 폐암 환자에게 표적항암제를 사용한다면, 흡연자 폐암 환자는 어떤 항암제를 사용하나. 

“일반적으로 비흡연자 폐암 환자에게 표적항암제를 사용하고 흡연자 폐암 환자에게는 면역항암제가 효과적이다. 그래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흡연으로 인한 폐암이 다수였지만 지금은 비흡연자 폐암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흡연 인구가 감소하는데도 말이다. 왜 그런지 분명하지 않아서 그 이유를 찾는 연구가 활발하다.”  

모든 암처럼 폐암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데, 조기 발견에 X선보다 저선량 CT(컴퓨터단층촬영)가 유리한가. 

“그렇다. 단순 X선 검사로 못 찾는 작은 암도 저선량 CT로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국가암검진에도 54~74세 흡연자(하루 2갑씩 15년 이상 흡연자 또는 하루 1갑씩 30년 이상 흡연자)에 대해 저선량 CT가 적용된다.”  

저선량 CT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나. 

“미국의 대규모 연구에서 흡연자와 같은 고위험군 중 저선량 CT를 찍은 군과 흉부 X선 촬영을 한 군을 비교해 보니 저선량 CT를 찍은 군에서 사망률이 약 20% 하락하는 결과가 나왔다. 유럽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됐다. 따라서 폐암 조기 발견은 사망률을 낮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폐암의 조기 증상이 없다는 점인데, 어떤 증상일 때 폐암을 의심하고 진단을 받는 것이 좋을까.  

“폐암의 조기 증상은 거의 없다. 있더라도 기침과 가래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감기는 2~3주면 회복되는데 그보다 오래 증상이 이어지면 한 번쯤은 병원을 찾아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폐암 예방법은 뚜렷하지 않지만 그래도 예방 팁을 추천한다면. 

“폐암을 예방할 비법은 없다. 그러나 간접흡연을 포함한 흡연은 확실한 폐암 위험인자이므로 금연해야 한다. 금연보조제, 금연상담, 국가 금연정책 시행을 활용하면 좋겠다. 위험인자인 라돈은 밀폐된 실내에서 농도가 높아질 수 있으므로 자주 환기해야 한다. 요리할 때 미세먼지 등으로 폐암이 늘어난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환기하고 후드를 사용하는 것이 이롭다. 석면과 벤조피렌(화석연료 불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도 폐암과 관련이 있어 피해야 한다. 이와 같은 위험인자가 있는 작업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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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폐암 표적항암제는 어떤 약인가? 

폐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는 먼저 1차 표적항암제로 치료받는다. 이 항암제의 효과가 없거나 내성이 생기면 2차 표적항암제를 사용한다. 최근까지 세계적으로 2차 표적항암제는 코로나19 백신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라는 약이 유일했다. 이 약을 쓰고도 효과가 없으면 폐암을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세계에서 두 번째 2차 표적항암제가 국내에서 탄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1월 2차 표적항암제인 유한양행의 렉라자를 국산 31호 신약으로 허가했다. 임상시험 결과, 타그리소에 뒤지지 않는 효과를 보이며 뇌로 전이된 폐암 환자에게도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에게는 항암제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이 약은 7월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돼 연간 7000만 원대의 환자 부담이 370만 원대로 낮아졌다. 

이재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1989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99년과 2002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각각 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2010년 원자력병원에서 호흡기내과 과장으로 재직했으며, 2003~05년 미국 듀크대 종양내과에서 연구교수로 있었다. 2005~10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재직했고, 2012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로 있다. 2019~20년 분자폐암연구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대한폐암학회 학술이사와 표적치료연구회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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