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치닫는 ‘로톡 대전’…법조판 ‘타다 사태’ 결말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8.0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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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 가입 변호사 징계 추진에 갈등 최고조
‘자본 이용한 횡포 vs 법조 기득권의 저항’ 첨예한 대립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 시행을 하루 앞둔 8월4일 서울 교대역에 설치되어 있는 법률 플랫폼 '로톡'의 광고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 시행을 하루 앞둔 8월4일 서울 교대역에 설치되어 있는 법률 플랫폼 '로톡'의 광고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플랫폼 서비스를 둘러싼 시장 참여자의 갈등이 법조계로도 옮아붙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온라인 법률 플랫폼 ‘로톡(LAWTALK)’에 가입한 변호사들의 탈퇴를 압박하고 징계까지 추진하면서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는 양상이다. 유례없는 대규모 변호사 징계를 사이에 두고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변호사들의 플랫폼 활용 가능 여부부터 시장 선진화와 서비스 질 향상, 소비자 접근권 확대 등 모든 면에서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어 장기간 법정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법률판 ‘타다 사태’로도 불리는 이번 갈등은 변호사 업계는 물론 법률 시장 전체에 상당한 파급을 미칠 전망이다.

 

로톡 가입 변호사 전방위 압박하는 변협

변협은 8월5일 0시를 기해 로톡 가입 변호사들을 상대로 한 징계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에 가입한 법률인들이 변호사의 광고·홍보·소개를 의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5월 개정된 이 규정은 사실상 로톡 가입 변호사들의 탈퇴를 겨냥한 장치라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변협은 변호사윤리장전에도 ‘변호사 또는 법률사무 소개를 내용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 등 전자적 매체 기반의 영업에 참여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협조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로톡을 비롯해 앞으로 생겨날 온라인 서비스의 이용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규정이 만들어지자 로톡 가입 변호사 500여 명에 대한 징계 요청 진정서가 접수됐고, 변협은 규정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징계 절차에 나서겠다며 회원들의 자진 탈퇴를 권고해왔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에 따르면, 현재 로톡 가입 변호사 회원은 2855명으로 전체 개업 변호사(2만4000여 명)의 10%를 넘는다. 로톡 측은 2014년 2월 서비스 시작 후 85개월 연속 회원 증가세를 보이다 징계 예고가 나오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변협이 실제 징계 절차를 밟는 기간을 감안하면 탈퇴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변호사 징계 절차는 지방변회가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개시를 신청하면 변협회장이 징계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 징계가 청구되면 변협 징계위원회가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변협에서 최종 징계가 확정된 경우 법무부 징계위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변협 징계위는 통상 청구 시점부터 6개월 안에 징계 여부를 확정한다. 그동안 변협이 일관되게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 처분을 공언해 온 만큼 징계위에서의 처분은 이변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이 4월21일 강남구 대한변협회관에서 변호사 수급문제 관련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이 4월21일 강남구 대한변협회관에서 변호사 수급문제 관련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쟁점 놓고 평행선…혼란 불가피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 것은 주요 쟁점을 놓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어서다. 로톡 측과 변협은 모두 각자의 주장이 ‘법’에 근거한 합리적 판단이라고 강조한다.

변협은 로톡의 서비스 자체가 변호사 시장에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름을 바꿨을 뿐 변호사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조 브로커’와 동일선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로톡은 자신들의 사업은 합법적인 광고 서비스이며, 모든 정보와 최종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변호사와 로펌이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다음 등에 활발히 광고를 하고 있는데, 이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변협 측은 로톡 서비스는 사건 수임 여부와 그 내용에 따라 중개수수료가 다르고 변호사들이 플랫폼을 통해 정산받는 방식인 만큼 여타 광고와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다고 반박한다. 소통 방식도 의뢰인과 변호인이 플랫폼을 경유하도록 돼 있어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갖는 만큼, 현행 체제에서 오히려 후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톡이 내건 법률 시장 선진화와 소비자 접근권 확대에도 회의적이다. 오히려 대형 플랫폼의 개입으로 자본에 종속돼 공익성과 공공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본다. 변호사의 품위유지의무와 윤리성 또한 지켜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로톡은 변협의 강력한 반발을 ‘그들만의 리그’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기득권 지키기 일환이라고 깎아내렸다. 청년 법률가들과 개인·소형 법률사무소의 진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법률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지역·계층의 접근을 막아 결국은 모든 피해가 국민과 소비자에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한다.

변협과 로톡 갈등은 앞으로의 법률 시장 변화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톡의 시장 진입이 끝내 제한되면 온라인을 활용한 업계의 방향 전환 모색은 상당 기간 불가능하게 된다. 반대로 로톡이 새로운 시장 참여자로서 지위를 인정받게 되면 법률 서비스 이용 방식과 이에 따른 변화도 불가피하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 시행을 하루 앞둔 8월4일 서울 교대역에 설치되어 있는 법률 플랫폼 '로톡'의 광고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 시행을 하루 앞둔 8월4일 서울 교대역에 설치되어 있는 법률 플랫폼 '로톡'의 광고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법조계 전체를 혼란에 빠트린 벼랑 끝 대치의 결론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사안이 커지자 법무부와 정치권도 중재 또는 압박에 나서며 개입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로톡 가입 변호사들은 지난 6월 변협의 광고 규정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변협의 징계 추진도 정당성을 확보할 지, 아니면 제동이 걸릴 지 판가름 나게 된다. 법무부가 변협 총회 결의 사항을 직권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동원해 변협의 윤리장전을 취소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리장전은 변협 광고 규정 개정안의 근거인 만큼, 이를 취소시키면 징계 추진 동력도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변협 측은 “온라인 법률플랫폼 서비스의 순기능을 살리려면 사실상 온라인 사무장 로펌 역할을 하는 서비스를 방관할 것이 아니라, 대법원 전자소송이나 국세청 홈택스처럼 변호사 공공 정보시스템을 개설하는 방식의 대안을 설계해야 한다”며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이를 막아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변협의 개정 광고 규정으로 로톡 서비스를 이용하던 변호사 회원들이 탈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 사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징계 위기에 처한 변호사 회원 보호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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