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대·국’ 지지율은 회복했으나…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07 16:00
  • 호수 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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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지지율 추락에 결국 국민의힘 조기 입당…중도층 이탈과 당내 견제 역풍도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지난 6월29일 윤 후보가 출마선언을 한 이후 가장 큰 불확실성은 국민의힘 입당 여부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회동을 하고 다수의 국민의힘 인사가 ‘친윤계’로 불리며 윤석열 후보 캠프로 이동했지만 입당 직전까지도 입당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8월10일이라는 ‘설’이 흘러나왔고 8월15일 광복절에 극적으로 입당한다는 추측까지 있었을 정도다.

윤 후보는 출마선언 이후 왕성한 행보를 이어 왔다. 한쪽으로는 ‘민생투어’라는 명분으로 탈원전 토론회를 비롯해 수도권을 포함한 지방 방문 일정을 진행했고, 한편으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과 만나며 외연 확대를 시도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론 효과적이지 않은 지표로 돌아왔다. ‘민생투어’는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한 정치적인 비판과 공방으로 이어졌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의견으로 ‘120시간 근무제’를 거론했다가 비판 세례를 받았고, 지역 기반이 될 대구를 방문했다가 ‘대구 아닌 다른 지역 같았으면 민란’이란 발언으로 설화를 겪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는 ‘미팅투어’도 이어갔지만 뾰족한 메시지는 없었다. 결국 윤 후보는 자신의 지지율에 가장 중요한 ‘대권 비전, 입당 여부, 의혹 해소’에 대한 명쾌한 설명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지지율이 하락 추세로 접어들었다.

윤 후보의 전격적인 입당 결정의 가장 큰 배경은 ‘흔들리는 지지율’이었다. 입당하지 않고도 지지율이 고공행진했다면 윤 후보가 입당했을까.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발언대로 ‘11월 단일화’ 가능성이 더 높았을지 모른다. 대통령도 대선후보도 지지율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면 입당 이후 윤 후보의 지지율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입당 직전 윤 후보는 보수 야권 특히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가장 중요한 기반인 ‘육·대·국’에서 지지율이 빠지고 있었다. ‘육’은 60대 이상을 의미하고, ‘대’는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이며, ‘국’은 국민의힘 지지층이다. 과연 입당 효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시사저널 이종현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8월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 초청 강연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60대·대구·국힘 전통 지지층 결집

윤석열 후보의 입당으로 나타난 첫 번째 현상은 ‘60대 이상’의 지지율 회복이다. 모든 연령대 유권자가 중요하지만 보수 야권 후보에게 60대 이상 지지율은 핵심 기반이다. 60대 이상 유권자가 선거 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 비율을 차지한다. 전통적으로 60대 이상은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60대 이상 유권자 지지를 받지 못하고 당선된 보수 세력 후보는 없었다. 차기 대선후보 중에서 윤 후보가 60대 이상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후보지만 국민의힘 입당이 불확실해지는 상황에서 지지율은 서서히 이탈하고 있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60대 이상 응답자의 지지도 추세를 분석해 보았다. 출마선언 직전인 6월25~26일 조사에서 윤 후보의 60대 이상 지지율은 49.3%로 나타났다. 그러나 7월23~24일 조사에서 10%포인트가량 추락했다. 입당 직후인 7월30~31일 조사에서 다시 60대 이상에서 40%대 지지율을 회복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조금씩 하락하고 있었던 60대 이상 지지율이 입당과 함께 회복됐다(그림①). 입당이 지지율 반전의 계기가 된 셈이다.

윤석열 후보 입당의 두 번째 효과는 ‘대구·경북(TK)’ 지지율의 반등이다. TK는 보수 정당의 심장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탄생한 대통령 중 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TK 기반을 가지고 있다. 보수 정당의 대선후보로 출마하는 정치인이라면 TK의 지역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죽했으면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 사퇴 직전 TK를 방문해 자신과의 인연을 강조했을 정도다. 입당 직전 TK의 지지율은 어떤 추세였을까.

KSOI와 TBS 조사에서 TK의 윤 후보 지지율은 하락세였다. 6월25~26일 조사에서 TK의 윤 후보 지지율은 45.5%였다. 입당 직전 지지율은 37%까지 곤두박질쳤고 입당 직후 45.3%로 한 달여 전 지지율을 거의 회복하는 수준으로 올라갔다(그림②).

입당 후 검증 칼날과 언행 비판 더 강해져

윤 후보의 국민의힘 입당으로 달라진 지지율 변화는 또 하나 있다. 바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다. 윤 후보의 지지율은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면서 조국 전 장관 또는 추미애 전 장관과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빚어진 갈등 속에서 피어나 ‘반사체’ 성격이 강하다. 반사체 속성이 있지만 지지율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다시 회복하는 가장 큰 동력은 국민의힘 지지층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정권교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윤 후보의 경쟁력을 보수진영의 다른 후보보다 더 높게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윤 후보의 입당 뜸들이기는 국민의힘 지지층 이탈로 이어졌다.

KSOI의 6월25~26일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윤 후보 지지율은 무려 68%나 된다. 압도적이다. 그러나 입당을 결정하기 직전 조사에서 윤 후보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57.2%로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입당 이후 윤 후보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다시 68.1%로 회복됐다(그림③). 윤 후보의 입당은 지지율 반전 효과로 이어졌다.

윤 후보의 국민의힘 입당으로 후보자의 불확실성은 모두 해소된 것일까. 대세 상승의 기회로만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윤 후보는 입당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만들었다. 특히 보수 후보에게 가장 핵심적인 ‘육·대·국’ 지지율을 회복했다. 그렇지만 같은 조사 결과 분석에서 40대·서울·중도층 지지율의 회복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국민의힘에 입당했어도 검증의 칼날은 무뎌지지 않았다. 홍준표 의원을 비롯해 대선후보로 나서는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윤희숙 의원 등은 윤석열 후보 검증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특히 윤 후보가 흔들리는 와중에 지지율이 탄력적으로 상승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윤 후보와의 차별화로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는 중이다. 윤 후보는 입당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발언에 대한 불확실성과 가족에 대한 의혹 검증으로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한 언론사와 인터뷰 중 한 ‘부정식품’ 발언 논란이 여야를 모두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윤 후보의 부인을 비방하는 ‘벽화 논란’도 일단락되지 않고 논쟁의 서막을 열어둔 상태다. 윤 후보는 보수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다. 자신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해 가는 데 유권자들과 소통하고 설명하는 역할은 대선후보의 기본이다. 입당 이후 윤 후보의 경쟁력은 유권자들과 얼마나 자주 소통하느냐보다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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