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시·군 단체장 ‘꼬리 무는 비리’…행정 공백 ‘위기’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1.08.08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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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완 의령군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기소·성추행 혐의 검찰 송치
문준희 합천군수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법정행
송도근 사천시장,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판결 목전

“역대 군수마다 검찰에 소환되고 법정에 섰습니다. 애들 보기 부끄럽습니다.”

경남 의령군민 박아무개(54)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간담회에서 성희롱성 발언과 강제추행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오태완 의령군수가 검찰에 송치됐기 때문이다. 

오 군수는 또 선거 공보물 등에 경력을 허위로 기재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오 군수는 지난 4·7 재·보궐선거 당시 책자형 공보물 등에 자신을 경남도 1급 상당 정무 특보를 지냈다는 경력을 기재한 혐의를 받으면서다.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오 군수는 군수직을 잃게 된다.

오태완 의령군수가 공약 44개 단위 과제의 실행을 위해 토요애 유통을 방문해 실태 점검을 하고 있다. Ⓒ의령군
오태완 경남 의령군수(사진 맨 오른쪽)가 토요애 유통을 방문해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의령군

의령군에서는 오 군수 이전에도 민선 군수들이 사법처리를 당한 과거가 있다. 민선 6기 오영호 전 군수는 지난 2월 조직폭력배에게 언론인을 협박하도록 교사하고, 그 대가로 유통업체 일을 따낼 수 있게 영향력을 행사해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 

2018년 당선된 민선 7기 이선두 전 군수 역시 선거 전에 지역민 모임에 참석해 지인을 통해 음식값을 결제한 혐의가 인정돼 군수직을 잃었으며, 보궐선거를 통해 그의 빈자리를 채운 현 군수까지 이번에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8월6일 의령군청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부정적인 뉴스에 우리도 속이 상한다”며 “직원 대부분이 군수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 군수는 사실무근이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주민들 반응은 냉담했다. 8월6일 의령읍에서 만난 주부 김아무개(51)씨는 “누가 군수가 되든 문제 일으키는 건 똑같다. 너무 혼란스럽다”고 했다. 상인 이아무개(64)씨는 “군민들이 신경을 바짝 써야 한다. 그래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며 군수를 불신했다. 현 군수가 수사를 받으면서 지역민들의 허탈감이 커진 셈이다. 

경남의 시군 단체장들이 뇌물수수 등으로 재판을 받는 사례는 더 있다. 문준희 합천군수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200만원과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선 무효형이 선고됐는데, 문 군수는 2018년 6·13지방선거를 앞둔 5월 한 건설업자로부터 현금 1000만원, 앞서 2014년 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문 군수는 항소한 상태다.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도근 사천시장은 대법원의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앞서 송 시장은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심에서 원심과 같은 형 선고를 받았고, 송 시장은 이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경남지역 관계 인사들은 선출된 자치단체장이 재임 중 재판을 받게 되면 그 상처는 주민에게 돌아온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다 자칫 행정 공백이나 시·군정 불신으로 이어져 산적한 현안들이 표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 인사는 “수사와 재판에 시달리는 동안 필연적으로 행정 활동에 제약을 받아 자치행정 안정과 정상화에 역행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자치단체장이 공직선거법이든 정치자금법이든 일단 위반하면 재판을 최소 1년 안에 끝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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