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오존의 소리 없는 경고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6 08: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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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동연구팀 “대기 중 오존 농도 0.2% 상승할 때마다 연간 6262명 추가 사망자 발생”

오존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인간을 해치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는 도깨비 같은 물질이다. 오존 자체는 산화력이 강해 인체에 해롭다. 그러나 오존층은 자외선을 차단하는 ‘지구 선크림’ 역할을 한다. 지구온난화는 오존층 파괴를 수반한다. 온실가스가 오존층에 구멍을 내기 때문이다. 지구 표면에서 20~40km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은 태양에서 오는 강력하고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자외선을 흡수하고 걸러주는 필터(보호막)다. 오존층이 없어지면 생명체는 살 수 없다. 

반면 오존 자체는 독성이 강해 폐포의 세포를 손상시키고, 후두·기관지 등 호흡기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량이라도 장시간 흡입하면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오존주의보 발령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오존은 대기 중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착한 오존’이 될 수 있고 ‘나쁜 오존’이 될 수도 있다. 지상에서는 경계 대상 1호지만, 성층권에서는 보호 대상 1호다.

태양에서 내리쬐는 자외선은 백내장과 피부암 등을 유발한다.ⓒ연합뉴스

오존주의보 발령 증가…마스크도 무용지물

올해 들어 부쩍 대기 전광판에 ‘오존주의보’가 자주 뜨고 있다.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공단 도시와 차량 통행이 많은 대도시의 오존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8월8일 기준 울산의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는 벌써 11일이다. 2019년 10일, 2020년 7일보다 훨씬 많았다. 오존 시간평균농도가 0.12ppm을 초과하면 '오존주의보'가 발령된다.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은 “기상 영향도 있지만,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산업활동 저하로 오존 전구물질(화합물 합성에 필요한 재료가 되는 물질)이 줄어 오존 농도가 떨어졌다가, 올해는 폭염에 공장 가동률이 회복되면서 다시 증가 추세“라고 분석했다. 

서울의 첫 오존주의보는 5월13일 발령됐다. 지난해보다 17일이나 빨랐다. 여름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왔기 때문이다. 낮 기온이 30도를 넘으면 오존 농도도 올라간다. 요즘처럼 폭염 속 직사광선이 강한 날에는 오후 2시부터 6시 사이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된다. 충남 지역 첫 오존주의보 발령(4월20일)도 지난해보다 40일가량 빨랐고, 발령 횟수(34회)도 배 이상 증가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오존주의보 발령 건수(8월 기준)는 352회로 지난해의 1.3배에 달한다. 

오존은 자연에서 나오는 물질이 아니다. 자동차나 공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1차 오염물질이 강한 자외선과 만나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지는 2차 생성물질이다. 오존은 산소 원자 3개가 결합한 산소의 동소체지만, 독성이 강하다. 특히 오존은 마스크를 써도 걸러지지 않아 미세먼지보다 더 위험하다.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20개국 406개 도시에서 대기 중 오존 농도가 0.2% 늘어날 때마다 연간 6262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BMJ 2021년 2월10일자에 실었다. 연구팀은 “도시 지역 거주자 5명 중 4명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을 초과하는 오존 농도에 노출돼 있었다”며 “WHO 권고 기준(100mcg/㎥)보다 낮게 오존 농도를 조절했다면 매년 6000여 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존은 성층권에 있지만, 햇빛이 강한 날에는 대기오염물질에서 산소 원자가 분리되면서 지표 근처에서도 생성된다. 문제는 대기오염물질 증가로 해마다 오존 농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오존주의보가 본격 시행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발령 횟수는 연평균 76회였다. 그러나 2017년에는 276회로 3.6배, 2019년 489회로 6.4배나 늘었다. 1995년 2회에 비하면 24년 사이 무려 250배 급증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산업활동이 위축돼 주춤했지만, 올해는 공장 가동률이 정상 수준을 회복하면서 오존주의보가 500회에 육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국내 연구에서도 오존이 사망률을 높인다는 사실이 오래전에 입증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0년 7대 도시의 기상 자료와 대기오염도, 사망 원인 등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오존 농도가 0.01ppm 올라가면 사망률이 0.9% 증가했다. 서울대 환경의학연구소도 오존 농도가 0.1ppm 상승하면, 그 직후 사망자가 7% 늘어난다고 밝힌 바 있다. 오존의 역습은 광범위하다. 세포를 손상시키고 뇌혈관질환에도 관여한다. 2016년 한양대병원 연구팀이 과거 10년 동안 발생한 뇌졸중 환자 1400여 명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오존 농도가 10ppb(=0.01ppm≒0.021μg/㎥) 올라갈 때 뇌동맥류 파열 위험은 32% 증가했다. 오존 농도가 올라가는 오후 1시부터 5시 사이에 뇌경색 발생률도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로 인해 남극 지방의 파괴된 오존 구멍ⓒ
온실가스로 인해 남극 지방의 파괴된 오존 구멍ⓒNASA 제공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논의 않는 정부  

태양에서 내리쬐는 자외선은 백내장과 피부암 유발 등 인간에게 해로운 영향을 준다. 대류권 위 50km까지에 존재하는 성층권의 오존층은 이 자외선을 막아준다. 이 고마운 오존층에 구멍이 뚫렸다. 온실가스가 주범이다. 다행히 오존층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반가운 연구 결과도 있다. 리즈대학과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공동 연구팀은 2050년까지 오존층이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물론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량 약속’을 지킨다는 전제하에서다. 

유럽연합과 스페인, 미국, 일본 등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확정한 상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8월5일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논의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 논의 테이블에서 뒤로 밀린 상태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8억7000만 톤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1인당 배출량 3위다. 경제대국으로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한국이 ‘기후 악당’이란 불명예를 벗어던질 때가 지났다는 지적이 많다.   

1980년대 우리나라는 아황산가스가 문제였다. 당시 대도시 아황산가스 농도가 요즘의 20배였다. 그랬던 것이 공단의 연료를 저유황유(유황성분 1% 이하)로 규제하고, 도시 난방을 LNG(액화천연가스)로 바꾸면서 아황산가스 오염은 해소됐다. 1990년대부터는 자동차가 급증하면서 질소산화물과 오존이,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부각됐다. 그런데 질소산화물 농도도 최근 10년간 꾸준히 낮아졌다. 미세먼지도 상당히 개선됐다. 유일하게 오존만 악화일로에 있지만, 전문가도 많지 않고 정부 대응도 시큰둥하다. 오존으로 인한 우리나라 사망자 수는 100만 명당 15.9명, OECD 35개 회원국 중 단연 선두다. ‘침묵의 살인자’ 오존의 소리 없는 경고에 귀를 닫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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