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광주 붕괴사고’ 부실 알고도 눈 감았나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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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철거 계획과 불법 재하도급이 빚어낸 인재(人災)…처벌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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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철거현장 붕괴사고’가 전형적인 인재(人災)이었음이 드러났다. 무리한 철거 계획이 건물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불법 재하도급으로 줄어든 공사비도 사고를 부추긴 배경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도 묵인한 정황도 포착됐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현대산업개발 경영진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10일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에 조사 결과,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해체공사 붕괴사고의 주된 원인은 무리한 철거 방식과 불법 재하도급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조위에 따르면, 철거 공사는 보통 상부를 철거한 뒤 하부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하부를 먼저 철거하고 최상층 철거를 위해 토사를 무리하게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1층 바닥판이 파괴돼 지하층으로 성토가 급격히 유입되면서 상부층 토사가 건물 전면으로 이동했고, 이때 발생한 충격이 붕괴의 직접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사조위는 불법 하도급으로 공사비가 깎인 점을 이번 사고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했다. 원도급인 현대산업개발에서 28만원인 단위면적(3.3㎡)당 공사비는 하도급인 한솔건설에서 10만원으로, 재하도급인 백솔건설에서 4만원으로 줄었다. 사조위는 이처럼 공사비가 줄어들면서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눈 여겨 볼 대목은 현대산업개발은 불법 하도급 등 일련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했음에도 이를 묵인한 정황이다. 앞서 경찰도 중간 수사 결과, 현대산업개발이 불법 재하도급을 인지하고도 묵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지난달 말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등 9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14명을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줄곧 불법 재하도급 사실을 부인해왔다. 사고 발생 직후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철거공사 재하도급에 관해서는 한솔기업과 계약 외에는 재하도급을 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6월18일 열린 국회 국토위원회 현안보고에서도 “재하도급은 몰랐다”고 답변했다.

희생자 9명의 유족들은 현대산업개발 경영진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유족들은 진정서를 통해 “꼬리 자르기가 아닌 본청인 현대산업개발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안전사회시민연대도 기자회견을 통해 “붕괴 참사는 다단계 하청구조에 대한 건설업계의 고질적 병폐 때문”이라며 “이를 방치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 권순호 대표는 이에 응분하는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대는 이어 “참사 직후 정몽규 회장은 ‘다단계 하청은 없었다’고 국민들 앞에서 말했다”며 “이후 이것이 거짓말이라는 게 밝혀졌고 정 회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에는 과태료 등 행정처분만 내려진 상태다. 재하도급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공모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원도급자가 불법 재하도급을 지시하거나 공모한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묵인이나 과실의 경우 과태료만 부과받는다.

다만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추가 처벌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현대산업개발의 불법을 지시·공모 여부에 대한 질문에 “현재 경찰수사가 진행 중이라 최종적인 판단은 경찰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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