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도요타와 오요룸스 실패 사례 곱씹어야
  • 이호 프랜차이즈월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3 14: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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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재사용 논란 ‘후폭풍’…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못 막는다

#1. 2009년 가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렉서스를 몰고 가던 일가족 4명이 사망했다. 도요타의 명성에 엄청난 타격을 가져온 사건이었다. 더 큰 문제는 경영진의 초기 대응이었다. 신속하고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 사태를 감추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사건 발생 후 2주 동안 ‘원인 분석 중’이라거나 ‘협의 중’이라며 시간을 흘려 보냈다.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원인 설명은 불충분했고, 일부 간부는 사고 원인을 소비자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의 대응치고는 실망스러웠다. 소비자들은 크게 실망했다. 이후 1000만 대라는 사상 최대의 리콜 사태로 이어졌다. 리콜 비용만 1조3000억원이 발생했다.

#2. 인도 최대 호텔기업 오요룸스도 비슷한 사건을 겪었다. 한때 이 회사는 수백억 달러에 가까운 기업 가치를 자랑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이 투자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여세를 몰아 오요룸스는 2017년 11월 중국에 진출했고, 1년 반 만에 320개 지역에 5656개 체인점을 내며 중국 호텔 체인업계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20년 기준으로 중국에 남아있는 호텔은 1567개에 불과했다. 그해에만 오요룸스 중국 본사는 1억9700만 달러(약 2200억원)의 손실을 냈다. 회사가 입은 글로벌 손실의 64%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오요룸스가 중국에서 몰락한 이유로 현지 소비자를 상대로 마케팅에 힘쓰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서비스나 사용자 경험을 전혀 고려하지도 않았다. 중국 임원진은 실행자로서 실질적인 힘이 없었고, 기업의 핵심 경영전략을 인도 임원진이 결정하면서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본 것이다.

정의당·아르바이트노조 등이 8월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존폐 위기 바비인형이 살아남은 비결

#3. 2007년 중국에서 생산한 장난감에서 인체에 유해한 납 성분이 검출돼 파문이 일었다. 이 장난감이 이름만 들어도 아는 바비인형이었다. 당시 생산 제품의 65%가 중국산이어서 바비인형을 만든 ‘마텔(MATTEL)’사는 회사 존립까지 걱정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회사 측의 대응은 빨랐다. 즉각적인 리콜과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에케트의 직접 사과 동영상을 제작해 홈페이지에 띄웠다. 방송 뉴스에도 출연해 리콜 요령을 소개했다. 당시 리콜 비용만 1억 달러를 상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회사 측은 “어떤 작은 문제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을 약속했고, 안전진단 시스템도 강화했다. CEO가 직접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조치를 취하는 모습에 시장은 신뢰와 격려를 보내기 시작했다. 주가는 세 번째 리콜 조치를 발표한 다음 날 바로 반등했고, 그해 4분기 마텔의 순이익은 3억285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나 증가했다.

최근 한국맥도날드의 식자재 스티커 갈이 논란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맥도날드의 창업자 레이 크록은 1955년 맥도날드를 처음 시작하면서 ‘고객에게 깨끗한 레스토랑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품질 높은 식사를, 친절한 서비스와 함께 제공할 것’을 기업정신으로 삼았다. 현재 외식 창업의 성공 공식으로 통하는 QSC&V였다.

Q(Quality)는 품질이다. 최고의 재료, 엄격한 조리방법, 안전이 검증된 준비방법, 뛰어난 맛을 지닌 음식을 말한다. 원재료는 철저한 품질기준에 의해 선정돼야 한다. S(Service)는 서비스다. 고객 서비스는 성공의 기반이다. 기대를 뛰어넘는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행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C(Cleanliness)는 청결이다. 매장 외부를 비롯해 주방, 화장실, 주차장에 이르기까지 깨끗하고 상쾌한 공간과 시설을 제공해야 한다. 청결에 대한 확실한 철학이 있어야만 고객 안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V(Value)는 가치다. 고객이 소비한 시간과 비용보다 많은 혜택과 만족을 제공하는 것이다. 음식 이상의 많은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재방문을 이끌어낼 수 있다. 오늘날의 ‘맥도날드 신화’를 있게 한 원동력이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선택의 기준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을 한국맥도날드는 스스로 저버렸다. 시작은 한 언론이 공익신고자 제보를 바탕으로 한국맥도날드의 스티커 갈이를 보도하면서였다.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폐기 대상으로 정한 햄버거, 빵 등 식자재를 버리지 않고 유효기간 스티커를 바꿔 사용 가능한 재료로 속여 재활용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맥도날드는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내부에서 정한 유효기한(2차 유효기한)은 원재료의 품질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유지·제공하기 위한 맥도날드의 자체 품질관리 기준”이라면서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유통기한(1차 유효기한)보다 짧게 설정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미 맥도날드의 성공 전략인 품질과 청결, 가치를 손상시켰다. 여기에 ‘스티커 갈이’를 제보한 20대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정직 3개월의 중징계에 처하면서 서비스의 개념도 잃어버렸다. 점장의 지시에 따른 알바 노동자를 순식간에 범죄자로 만들고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은 고객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준다는 맥도날드의 성공 전략과는 배치되는 행태였다는 지적이 전문가들에게서 나왔다.

 

맥도날드 QSC&V 신화 어디로 갔나

원칙을 어긴 맥도날드에 대한 소비자의 분노는 높아졌다. 사과의 주체도 없고, 내용도 없는 허울뿐인 사과라는 비판과 함께 국민의 공분만 키웠다. 특히 알바생에게 3개월 징계 처분한 내용은 여론의 악화를 불러일으켰다. 정의당·알바노조·민생경제연구소·정치하는엄마들 등을 포함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는 한국맥도날드 불매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알바 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징계와 책임 떠넘기기가 철회될 때까지 불매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맥도날드 본사 책임 인정, 외부기관·전문가 포함 조사기구의 실태조사, 알바 노동자 중징계 철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글로벌 대기업 맥도날드가 직영 매장에서 일어난 사건에 책임감을 갖고 대응할 줄 알았지만, 과거 햄버거병 때와 달라진 게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후퇴했다”며 앤토니 마르티네즈 대표의 품격 있는 대처를 요구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유효기간이 지난 식재료를 재사용했다는 공익신고를 접수하고 관련 내용 심사에 들어간 상태다. 권익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식품의약품안전처나 경찰 등에 해당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석학이자 ‘경영의 구루’로 불리는 짐 콜린스는 기업의 몰락을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고,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부리고,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며, 절망 속에서 구원을 찾다보면,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난다’라고 5단계로 설명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이번 사태를 통해 2단계를 넘어 3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과 품격은 한국맥도날드에서는 현재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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