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위→3위→1위,  여권 정상 오른 이재명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7 14: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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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 이재명 경기지사
대권주자 4명 10위권 진입…이해찬 존재감 여전
정권 말, 현재권력에서 미래권력으로 이동 엿보여

‘비주류 이재명’이란 수식어는 이제 어색하다. 존재감은 해를 거듭할수록 막강해졌고, 오랜 아웃사이더는 명실상부 주류가 됐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1년 전만 해도 줄곧 한 자릿수에 머무르던 그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다달이 올라, 30% 안팎의 지지를 받는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자리에 올라섰다.

올해 실시된 시사저널의 ‘202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이재명 경기지사는 ‘여권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같은 항목에서 2019년 6위(5.9%)로 처음 순위권에 진입한 그는 지난해 이낙연-이해찬에 이어 3위(25.3%)를 기록하더니 올해 지목률 73.8%를 얻어 1위에 올랐다. 당내 치열한 대선후보 경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2위·41.8%)을 크게 앞지른 결과다.

ⓒ시사저널 이종현

비주류에서 주류로… 어느새 여권 1강으로

이 지사의 지지도와 영향력을 끌어올린 최대 동력으로는 자타 공인 ‘사이다’라고 불리는 행동력이 꼽힌다. 그의 정체성과 같은 기본소득 지급을 비롯해 신속하고 확실한 도정을 펼치며 ‘이재명은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했다. 수술실 CCTV 설치와 법정 최고 금리 인하 등 그가 던진 어젠다는 변방을 넘어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고, 여의도 정치권에도 적잖은 파급력을 낳았다.

이 지사 측근들은 이러한 그의 추진력이 진실된 ‘공감’에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이재명 대선캠프의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8월3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어려운 삶을 마음으로 공감하고 이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곧 ‘이재명 정치’의 핵심”이라며 “추진력도 용기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대선캠프 이름을 ‘열린캠프’로 짓고 지역과 계파를 초월한 캠프 조직에 나서고 있다. 당내 세력이 약하고 주류인 ‘친문’과 가깝지 않다는 그의 고질적인 고민 역시 점차 해소해 나가는 분위기다. 친문의 좌장 격인 이해찬 전 대표의 측근 조정식 의원과 이근형 전 전략기획위원장 등이 열린캠프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박주민·이재정 등 친문으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속속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던 외교·안보 등 각 분야 전문가들도 물밑에서 그의 자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랜 기간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안팎의 거센 공세는 숙명과 같다. 이 지사 스스로도 자신을 향해 점점 더 강해지는 견제에 “손발이 묶인 권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고충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당내에서 이 지사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이낙연 의원과의 네거티브 공방은 집안싸움을 과열시켰다. 이 지사의 네거티브 중단 선언으로 양측은 일단 휴전에 들어갔지만, 캠프 간 날 선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경쟁 후보에게 대역전을 허용하고 있진 않지만, 이 지사의 지지율이 다소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이어질 토론과 세부적인 공약 발표에서 전문성과 안정감을 증명해 내는 것이 지금의 선두 자리를 공고히 굳힐 방법으로 보인다.

ⓒ시사저널 임준선·박은숙·이종현

文 정부 인사→대권주자, 권력 이동 엿보이는 순위권

한편 이번 시사저널 ‘여권 영향력’ 조사에선 10위권 내에 차기 대권주자 4명이 랭크됐다. 지난해 차기 민주당 대표로 거론되며 62.4%의 지목률로 1위에 올랐던 이낙연 의원은 올해 2위를 기록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4위(14.9%)로, 현직 총리로 있던 지난해 조사(5위)보다 순위가 한 단계 상승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공동 5위(7.4%)에 올랐다. 추 전 장관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한창 대립각을 세우던 지난해 조사에서는 8위에 오른 바 있다.

반면 청와대나 정부 인사들은 과거에 비해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2%의 지목률로 9위에 오른 김부겸 국무총리 정도가 유일하다. 대선이 200여 일 앞으로 다가왔고, 정권은 임기 말에 다다르면서 자연히 무게추가 당과 차기 대선주자들에게 쏠린 결과로 풀이된다.

민주당 지도부(당 대표·원내대표)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8월10일자로 취임 100일을 맞은 송영길 대표는 20.4%의 지목률을 얻어 두 유력 대권주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4·7 보궐선거 직후부터 당 살림을 맡아온 윤호중 원내대표는 10위(1.2%)에 올랐다. 지난해 김태년 원내대표가 4위(12.2%)에, 2019년 이인영 원내대표가 3위(8.8%)에 올랐던 전직 원내대표들의 성적에 비하면 존재감과 영향력이 다소 약한 편이다.

이 밖에도 순위권 내에 대권주자들과 현직 여당 지도부가 포진한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7위에 오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다. 지난해 8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1년간 별다른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는데도 그는 정치권에서 꾸준히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 특정 후보를 물밑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도 적잖이 새어나오고 있다. 가을 들어 대선 본선이 본격화되면 그가 다시 선거 전면에 등장해 후보 지원사격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화제의 인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또한 이해찬 전 대표와 함께 공동 7위 자리를 차지했다. 한창 법무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던 2019년 같은 조사에서 4위를 기록한 그는 지난해 순위권에서 벗어났다가 올해 재진입했다. 정계를 떠난 조국 인물 자체의 영향력이라기보다, ‘조국 사태’의 영향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7 보궐선거 이후 조국 사태에 대한 민주당 송영길 지도부 차원의 공식 사과도 있었지만, 정치권에서 여전히 조국 사태는 ‘뜨거운 감자’다. 조국 사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두고 당 지지자들 사이의 논쟁도 여전하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은 올해 조사에선 순위권에서 벗어났다. 대권 경쟁이 본격화되기 전 꾸준히 출마설이 흘러나왔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시 불출마가 확실해지면서 순위권에서 모습을 감췄다. 즉 이번 조사 결과는 대통령의 측근들에게서, 차기 지도자 또는 대선판의 핵심 플레이어로 이미 권력이 이동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2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는 1989년 창간호부터 올해까지 32년째 이어지고 있다. 단일 주제로는 국내 언론 사상 최장기 기획이다. 이 조사는 우리나라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각 1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매년 국내 최고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 조사는 6월18일부터 7월16일까지 진행됐으며,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 전문가 1000명은 남성이 703명, 여성이 297명이다. 연령별로는 30대 207명, 40대 305명, 50대 370명, 60대 이상 118명이 설문에 참가했다. 전문가 조사 특성상 40~50대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많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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