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면 질병 옮을까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8 11: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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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관리·예방접종만 잘하면 큰 위험 없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로부터 질병을 옮지 않을까 걱정한다.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이런 우려가 더 크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예전에는 동물은 마당이나 밖에서 키우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이에 실내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살을 맞대며 지내는 것을 비위생적이라 생각하고 꺼리는 이가 많았다. 

기본적으로 동물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꼭 사람에게도 동일한 질병을 유발하는 건 아니다. 병원체로 분류되는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은 특정 종에 특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숙주가 되는 동물의 체내로 들어가 표적 장기에 도달했을 때 병원성을 나타내지만, 다른 동물에게는 전혀 병원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개 코로나바이러스는 개에게 바이러스성 장염을 유발하지만, 사람에 들어왔을 때는 증식하지 못하고 병원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질병을 유발하는 감염병도 물론 존재한다. 우리는 이런 질병을 인수공통질병이라 명명해 관리하고 있다. 

기생충성 질환 전염될 가능성 희박 

반려동물의 대표적인 인수공통질병은 광견병과 톡소플라스마 등 기생충성 질환이다. 반려동물이 광견병에 걸리는 경로는 광견병에 걸린 야생동물, 특히 너구리와의 접촉이다. 광견병에 걸린 동물의 침에는 광견병 바이러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감염된 너구리에게 물리는 경우 광견병에 걸릴 수 있으며, 단순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실제 우리 반려동물이 야생 너구리와 접촉해 물릴 확률 자체도 미미하고, 광견병 예방접종은 매년 1회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일반적인 환경에서 반려동물을 통해 광견병에 걸릴 확률은 희박하다. 

고양이를 통해 감염된다고 알려진 톡소플라스마의 경우 온혈동물이면 누구나 감염되지만, 그중 고양이는 종숙주이기 때문에 감염됐을 때 배변을 통해 원충이 배출돼 배변이 전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람이 고양이를 통해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되려면 우선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쥐를 고양이가 잡아먹어야 하고, 이후 배변을 통해 배출된 원충이 48시간 이상 방치된 후 임산부가 그 변을 맨손으로 집거나 섭취해야 15% 미만의 확률로 감염된다. 하지만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을 가능성이 있을까. 길고양이들도 쥐를 먹기보다는 사냥놀이를 하듯이 잡을 뿐 먹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울러 고양이의 변을 48시간 동안 치우지 않고 그것을 맨손으로 만지고 그 손으로 음식을 섭취해 원충이 입으로 들어갈 가능성을 생각하면 이런 경로의 감염 가능성은 사실 0%에 가깝다. 실제 톡소플라스마 감염 사례는 고양이를 통한 감염보다 덜 익힌 육류를 섭취해 감염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반려동물을 통한 질병 감염은 가능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 평소 반려동물을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예방접종과 구충을 꾸준히 한다면 반려동물과 함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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