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성공에도 먹구름 드리운 스가의 ‘연임 시나리오’
  • 박대원 일본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6 14: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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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 감염 확산으로 지지율 하락하자, 자민당 의원들 잇따라 총재 선거 도전 의사 밝혀

네 번째 긴급사태선언 아래서 도쿄올림픽이 8월8일 막을 내렸다. 그러나 올림픽 기간 중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 상황은 급속히 악화됐다. 도쿄도에서만 하루 확진자가 4000명대에 이르렀으며, 전국적으로는 하루 1만 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고 있다. 올림픽 관계자 및 선수촌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일본 정부의 허술한 방역대책이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 대해, 스가 총리는 8월5일 일본 정부의 신종 코로나 대책본부에서 “수도권을 포함해 다수의 지역에서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감염 확대가 진행되고 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같은 날 열린 도쿄도의 코로나19 감염 확산 모니터링 회의에서는 “폭발적 감염 확산이 지속된다면 2주 뒤에는 도쿄 지역에서만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다음 날(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가 총리는 “올림픽 때문에 감염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해, 도쿄올림픽과 코로나19 확산의 연관성에 대해 부정했다. 올림픽을 둘러싼 국내외의 우려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극복하고 개최하는 것에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며 올림픽 개최를 강행한 만큼, 올림픽이 폭발적인 감염 확산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대해 선긋기에 나선 것이다.

스가 일본 총리가 5월21일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긴급사태 선포 기자회견을 하는 뒤쪽으로 도쿄올림픽· 패럴림픽 마스코트 인형이 놓여 있다.ⓒ연합뉴스

스가 총리 재선 묻는 여론조사, 60%가 “반대”

전국적인 감염 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의 주간지 ‘다이아몬드’ 온라인판(8월9일자)에서는 코로나19 대응책인 ‘긴급사태선언’이 “너무 느린 발령과 너무 빠른 해제를 반복함으로써 감염 억제 효과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본래 긴급사태선언은 감염이 확대되기 전에 ‘예방적 차원’에서 발령하고, 감염 확대 상황이 충분히 개선된 것이 확인된 후에 해제해야 하는데, 일본 정부는 감염이 확대되고 나서야 긴급사태선언을 하고, 감염 확대가 충분히 제어되지 않은 채로 해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긴급사태선언의 효과 감소로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일본에서는 코로나19 환자용 병상이 부족해지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료 시스템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병상 부족을 이유로 중증환자 혹은 중증화 위험이 있는 환자 이외에는 입원치료를 받을 수 없으며 자택에서 요양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입원할 수 있는 중증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정부의 자택요양 방침을 비판했다. 또한 일본 정부 ‘코로나 감염증 대책 분과회의’ 오미 시게루 회장은 8월4일 열린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서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사전에 상담한 적도, 논의한 적도 없다고 밝혀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일본판에서는 “시민의 생명,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포기한 기민정책(棄民政策)”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으며,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방역대책 미비에 대해 소신 발언을 계속해온 오미 시게루의 역할은 이제 끝났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보여주는 신호 아니냐는 반응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국민들은 올림픽과 코로나19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사히신문이 올림픽 폐막에 맞춰 8월7~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일본 국민들이 올림픽 개최와 코로나19 대책에 대한 평가를 분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도쿄올림픽 개최와 관련해 여론조사 응답자의 56%가 ‘좋았다’고 답해 긍정적인 평가가 과반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스가 총리가 강조해온 ‘안심, 안전한 올림픽이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는 54%가 ‘불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는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며 부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이 70%에 달했으며, 스가 총리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6%가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당내에서 중의원 선거 패배 가능성도 제기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이른바 ‘집콕’(집에서만 지내는 생활)을 하는 동안 올림픽 경기를 보며 그나마 활력을 얻었다는 점에서 올림픽 개최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올림픽 준비 및 개최기간 중에 정부와 당국이 보인 안일한 방역대책으로 인해 스가 내각의 ‘정책 수행능력’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28%를 기록하고, 스가 총리의 재선 여부에 대해 응답자의 60%가 ‘계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하는 등 스가 내각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처럼 내각 지지율이 하락하고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가운데, 스가 총리의 당 총재 임기 만료(9월30일)를 한 달여 앞두고 자민당 총재 선거가 주목받고 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다수당의 대표인 당 총재가 총리로 선출된다. 따라서 차기 총리직을 희망하는 자민당 의원들은 총재 선거에 출마해 총리 후보로서의 역량을 평가받는다.

본래 스가 총리는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내각 지지율을 반등시킨 후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총재 선거에 단독 후보로 출마해 연임을 달성한다는 ‘올림픽 승부수’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림픽 기간 중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자민당 내에서도 스가 총리는 “(향후 있을) 총선거의 얼굴이 될 수 없다”고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가 총리의 연임 시나리오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과거 아베 신조 내각에서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및 총무대신 등을 역임해 ‘아베 걸스’(아베와 가까운 우익 성향의 여성의원을 뜻하는 말)로 알려진 다가이치 사나에 의원은 시사 월간지 ‘분게이주(文藝春秋)’를 통해 총재 선거 입후보 의사를 밝혔다. 또한 다이라 마사아키 의원은 “중견급 의원, 젊은 의원 중에서도 총재 선거에 후보를 내고 싶다”고 밝혀 스가 총리 연임에 반기를 드는 모습을 보였다.

니카이도 도시히로 간사장은 “총재를 바꾸는 의의를 찾기 어렵다. 현직(스가 총리) 재선의 가능성이 매우 강한 상황”이라며 스가 총리 연임을 지지했다. 현재 스가 총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중의원 해산을 통해 스가 내각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묻는 것이다. 그러나 자민당 내에서는 중의원 선거 패배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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