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때마다 얼어붙는 한반도…불붙는 ‘北 도발 기획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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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선 복원 2주 만에 끝난 화해모드…무력 도발 관측까지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이하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위협 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다. 남북 통신선 복원으로 한반도에 화해모드가 조성된 지 불과 2주 만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연합훈련 중단을 관철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통신선을 복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에선 이를 근거로 문재인 정부와 북한 사이 ‘물밑 거래’ 의혹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기대하던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11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 담화를 통해 연합훈련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중단 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면서다. 전날 김여정 부부장이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대응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북한은 남북 간 통신선 호출에 불응하며 불쾌감을 여실히 드러내는 분위기다. 북한은 전날 통신선을 차단한 이후 이날까지 이틀째 통신연락선 ‘무응답’으로 연이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남북은 정상간 친서교환을 통해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바 있다. 북한 측의 시설물 폭파로 연락이 중단된 지 13개월 만이었다. 이후 남북은 2주 동안 하루 두 차례씩 정기 통화를 실시해왔으나, 북한 측의 일방적 조치로 인해 다시 중단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는 담화를 낸 10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임진강변 초소가 적막하다. ⓒ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는 담화를 낸 10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임진강변 초소가 적막하다. ⓒ 연합뉴스

“연합훈련 중단 요구, 北측 통신선 복원 청구서였나”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북한이 연합훈련 시기에 발맞춰 통신선 복구를 기획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통신선 복구도 급작스럽게 이뤄진 데다, 통신선을 대하는 북한 측의 태도가 불과 2주 만에 돌변하면서다. 통신선 복구는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야권에서는 이 같은 의혹에 힘을 보태며 문재인 정부와 북한 측의 ‘이면 협의’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단절된 통신선 복구를 진행하면서 국민께 알리지 않고 북한과 이면 협의한 내용이 있냐”며 정부의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북한이 왜 통신선 복구에 관한 청구서를 내밀기나 하듯, 이런 무리한 적대행위에 나서는지 저간의 상황에 대해서 정부가 있는 사실 그대로 국민 앞에 설명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김여정 부부장이 사용한 ‘배신’이란 표현이다. 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이 기회에 남조선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북한 측이 통신선 복원 이후 연합훈련 중단 등의 조치를 기대했으나, 한국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배신감’을 느낀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문재인 대통령(뒷모습)이 2018년 5월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와,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악 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뒷모습)이 2018년 5월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와,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악 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무력 도발 가능성까지 ‘솔솔’…평화 프로세스 가동 멈추나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이날 김영철 부장의 담화 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당사자간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입장을 냈다. 전날 김여정 부부장 담화 이후 “지켜보겠다”고만 대응한 데에서 더 나아가 북한 측에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청와대는 야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이면 합의’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의 언급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연합훈련이 ‘방어적 성격’이라며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점도 거듭 밝혔다. 통일부는 “이번 연합훈련은 코로나19 상황, 전작권 환수 등 군사적 수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 여건 조성 등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군사 도발의 징조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북한 측의 ‘위험한 선택’이나 ‘적대행위’라는 표현 때문에 일각에선 무력시위 전개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금강산 남측 시설물 폭파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이 거론되는 분위기다.

이 경우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에는 더욱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군에 따르면,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6일 연합훈련 본 훈련이 시작되는 만큼, 광복절을 전후로 한반도 정세가 한 차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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