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 빈곤율 왜 높은가 봤더니
  •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6 10: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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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연금] 은퇴 후 소득 대체율 39.3%로 OECD 평균 못 미쳐
공적연금 더해 개인연금 활용해야

2017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자료(Pension at a Glance, 2017)에 따르면 회원국의 법정 퇴직연령 평균은 65.1세인 반면, 실질 퇴직연령 평균은 64.3세로 근소하게나마 실제 퇴직이 빠른 편이다(2016년 남자 기준).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정년이 60세인 반면 실질 퇴직연령은 72세다. 물론 아이슬란드, 스위스, 스웨덴과 같이 법정 대비 실질 퇴직연령이 더 늦은 나라들도 있다. 그러나 매일같이 노인 빈곤율 관련 기사를 접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법정 퇴직연령 이후의 경제활동이 가치 있거나 자발적 노동이라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주요 선진국 국민들은 은퇴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각국의 경제 상황이 달라 동일하게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OECD 주요국이 강제적 연금(법으로 의무화돼 있는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은퇴 전 소득을 얼마나 대체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개인 스스로 연금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소득대체율은 39.3%로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불볕 더위를 피해 인천공항을 방문한 어르신 모습ⓒ연합뉴스

다른 나라들은 연금 준비 어떻게 하나

개인의 연금 수급액을 은퇴 전 소득으로 나눈 값을 연금소득 대체율이라고 한다. 이는 은퇴 후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으로 받는 연금 수령액이 은퇴 전 소득 대비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각국의 강제적 연금이 실제 개인의 은퇴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나타낸다. ‘강제적’이라는 표현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OECD의 연금 모델에서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같은 제도를 강제적 공적연금이라 하고, 법으로 의무화한 퇴직연금 제도를 강제적 사적연금이라고 한다. 즉 소득대체율은 강제적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두 가지를 포함한 연금 수급액을 통한 대체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소득대체율은 39.3%다. 은퇴 전에 100만원을 벌었다면 은퇴 후에 39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는 의미다. 80~90%에 달하는 덴마크나 네덜란드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OECD 평균 52.9%와도 큰 차이가 있다. 그나마 이 39.3%도 22세부터 은퇴 시점까지 휴직 없이 일했을 경우 적용되는 수치다.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소득대체율은 39.3%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은퇴 후 소득은 단순히 소득대체율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개인소득 대비 연금보험료로 납부하는 비율을 기여율이라고 하는데, 국민연금과 같은 의무연금의 기여율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직장인이 가입돼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부담은 소득의 총 9%다(기업 4.5%, 개인 4.5%). 물론 덴마크처럼 기여율은 12.8%이나 소득대체율이 80.2%인 경우도 있지만 핀란드, 프랑스, 헝가리,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의 60% 이상 소득대체율 이면에는 18~33%에 달하는 기여율이 그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수차례 기여율을 높이는 법안을 발의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기여율을 실제 높인다고 해도 당장 그 효과가 소득대체율로 나타나지 않는다.

소득대체율이 높은 나라들은 오래전부터 이미 높은 기여율로 적립됐으며, 공적연금의 사회 재분배 기능으로 소득대체율에 미치는 효과가 직접적이지 않다. 예컨대 덴마크의 경우 평균소득의 50%를 버는 저소득자의 소득대체율이 123.4%에 달한다. 은퇴 전에 일해서 받은 소득이 100만원인데, 은퇴하면 일하지 않고 연금으로 123만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활용도 높은 방향으로 연금 준비해야 바람직

OECD 자료에서 확인되는 나라 기준으로 개인연금의 평균 가입률은 약 24%다. 아이슬란드는 강제적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69.0%로 매우 높은 수준임에도 개인연금 가입률이 45.2%로 우리나라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한다. 심지어 네덜란드는 은퇴 전 소득과 은퇴 후 연금 소득이 거의 동일한 96.9%인데도 개인연금 가입률이 28.32%로 우리나라보다 높게 나타났다.

강제적 사적연금으로 법에 의무화된 퇴직연금 가입률도 살펴보자.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매우 저조한 17%의 가입률을 나타내고 있다. 대체로 50~60%를 상회하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낮은 기여률에 따른 낮은 소득대체율, 저조한 퇴직연금 가입률, 그리고 평균 수준의 개인연금 가입률까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문제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것 같다.

공적연금은 개인의 의지로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내가 근무하는 사업장에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해볼 수 있는 일이다. 혹은 자발적 퇴직연금에 해당하는 추가 납입도 활용도가 뛰어난 제도다. 그리고 남은 것은 개인연금이다. 세제 혜택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면 바로 이 부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은퇴 준비가 부족하다면 주택연금 등 대안을 활용할 수도 있다. 현재 기준으로 가능하고 활용도가 높은 방향으로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필자는 개인연금 적립과 운용, 그리고 퇴직연금의 추가 납입 등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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