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이‧윤대전’…갈등 수위 높이는 속내는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2 17: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홍 도화선 된 尹 ‘탄핵’ 발언…국민의힘 경선 버스에 적신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윤 전 총장의 기습 입당과 당내 행사 불참으로 불거진 ‘당 대표 패싱 논란’의 연장선이다. 이번엔 국민의힘 대선 후보 토론회 등 경선일정을 둘러싸고 두 사람 간 주도권 다툼이 첨예해지는 모습이다.

급기야 윤 전 총장 측의 ‘대표 탄핵’ 발언으로 당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이에 이 대표도 불편한 내색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두 사람 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형국이다. 당 안팎에서는 “서로 자중하라”며 경고도 보내고 있지만, 양측의 신경전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사람이 갈등 수위를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 에서 '치맥회동'을 하기 위해 음식점으로 향하는 모습 ⓒ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 에서 '치맥회동'을 하기 위해 음식점으로 향하는 모습 ⓒ 연합뉴스

“지지기반 없는 이준석과 윤석열…갈등은 필연적”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갈등의 근본 원인은 두 사람 모두 당내 지지기반이 두텁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 대표는 0선의 30대 정치인으로서, 당선 초반부터 리더십에 우려를 보내는 시선을 마주해야 했다. 윤 전 총장 또한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인 데다 여권에 몸을 담았던 전력 탓에 기반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두 사람 모두 당내 세력화를 통해 장악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양측의 신경전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시사저널에 “윤 전 총장과 이 대표가 당내 장악력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기 때문에 갈등이 빚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소장은 “이 대표로선 대표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이 당내 세력화를 꾀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볼 수 있다”며 “두 사람의 권력지향 욕구 탓에 시너지 효과를 못 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윤 전 총장의 입당 전부터 공공연하게 설전을 주고받았다. 윤 전 총장의 입당 시기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연출하는가 하면, 입당 이후에는 당 행사 참석 여부를 두고 재차 기 싸움을 벌였다. 두 사람은 지난달 25일 전격적인 ‘치맥 회동’을 통해 갈등설을 잠재우는 듯 했으나, 불화설을 모두 꺼트리진 못했다.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왼쪽)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오른쪽) 당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을 예방,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오른쪽) 당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을 예방, 인사말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탄핵’까지 나온 이준석vs윤석열 갈등…내홍 수위 최고조

아슬아슬한 신경전을 이어가던 두 사람은 이날 윤 전 총장 측의 ‘탄핵’ 발언을 계기로 갈등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윤 전 총장 캠프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경선준비위의 토론회 개최 통보와 관련해 “당 대표의 결정이라고 해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탄핵도 되고 그런 거 아니냐”고 말하면서다. 논란에 휩싸인 이후 신 실장은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게 아니다. 당과 대표께 부담을 드리게 된 점 사과드린다”며 몸을 낮췄지만, 이 대표 측은 “탄핵 발언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사과) 연락은 없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두 사람 간 갈등에 당내 인사들이 속속 합류하며 확전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윤 전 총장 측의 ‘당 공식행사 보이콧 권유’ 사실을 인정하며 갈등에 불을 붙인 데 이어, 곽상도 의원은 과거 한 유튜브 방송에서 “윤 전 총장이 대통령 되면 지구를 떠날 것”이라고 밝힌 이 전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두 사람의 갈등에 출구가 안 보인다”는 자조도 들리는 상황이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캡처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캡처

격화하는 이‧윤 갈등, 득일까 실일까

이 같은 ‘이‧윤대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일각에선 두 사람의 갈등 구도가 부각될수록 윤 전 총장이 골머리를 앓던 개인적 스캔들을 가리고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고 평가하는 반면, 갈등이 과해지면 대선판의 전반적 피로도를 높여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윤 갈등의 두 당사자들이 정치적으로 크게 손해 볼 것은 없다”라는 것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분석이다. 김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정치를 하면 서로 조금씩 갈등과 분란은 있다. 그다지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거의 모든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 않나. 두 사람의 갈등으로 윤 전 총장은 주120시간 실언 등의 논란들이 잠재워진 면이 있다. (갈등이) 두 사람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체적인 평가는 부정적이다. 오히려 윤 전 총장이 지지율을 끌어올릴 시기에 불화를 일으켜 반등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6월 둘째주(35.1%) 이후 연달아 하락하는 모습이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오마이뉴스(9~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2031명)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윤 전 총장 지지율은 26.3%를 기록했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전주 대비 5.5% 급락한 50.7%로 조사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 리얼미터
ⓒ 리얼미터

당내에서조차 “자중하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이 전 대표를 질타하는 의견이 충돌하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의 라이벌인 대선주자들은 “갈등을 키운 사람은 다 뒤로 물러나라”(최재형 캠프 측 박대출 의원), “국민과 당원이 뽑은 대표를 흔드는 게 참으로 가관”(홍준표 의원)이라며 윤 전 총장을 질타했다. 반면 “대표는 그저 조연으로 주연들이 빛나도록 노력해야 한다”(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거나 “자신이 출연자인양 본인 존재감을 높이는 데 혈안”(김태흠 의원)이라며 이 대표 측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