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상장, ‘3세 시대 개막’ 신호탄되나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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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 자금, 정기선 부사장 전담한 친환경 신사업에 투자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현대중공업 제공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이 기업공개(IPO)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상장과 동시에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가 개막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 전액을 그동안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전담해온 친환경 신사업 분야에 투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오는 9월 유가증권시장(KOSPI)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도 제출했다. 전체 공모주 수는 1800만 주다. 현대중공업의 주당 희망공모가액이 5만2000원에서 6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모 자금은 최대 1조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친환경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수소·암모니아선박, 전기추진 솔루션, 가스선 화물창 개발 등 무탄소 시대를 대비한 친환경 선박의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선박‧자율운항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능형 자동화시스템, 데이터 기반 운영시스템 등이 도입된 스마트 조선소를 구축과 해상수소 생산 플랜트 개발 등 친환경 에너지 신사업에 대한 투자도 강화할 방침이다.

눈 여겨 볼 대목은 그동안 친환경 신사업을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장남 정기선 부사장이 전담해왔다는 점이다. 실제, 정 부사장은 미래 사업 방향 제시와 투자를 집행하는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친환경 신사업 발굴에 주력해왔다. 지난해부터는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미래위원회는 그룹 각 계열사에서 파견된 30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그룹 내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출범한 조직이다.

이 과정에서 정 부사장은 괄목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 부사장은 지난 3월 현대중공업이 한국투자공사(KIC)와 최대 1조원 규모의 해외 선진기술 업체 공동투자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같은 달 사우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때도 직접 아흐마드 알 사디 수석부사장을 화상으로 대면하기도 했다.

정 부사장은 또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현대로보틱스를 중심으로도 굵직한 신사업들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16년 현대중공업지주의 사후관리 부문이 분할해 설립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 부사장이 설립 과정부터 경영까지 책임진 계열사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재 선박 AS에 편중된 기존 사업구조에서 AI 기반의 스마트십 솔루션과 친환경 선박 개조 사업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최대 산업용 로봇생산 기업인 현대로보틱스도 정 부사장을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정 부사장은 특히 지난해 6월 현대로보틱스가 KT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을 직접 만나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 부사장이 그룹 내 신사업 발굴이라는 중책을 맡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상장을 통해 자금이 확보될 경우 그룹 내 그의 위상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정 부사장이 친환경 신사업 발굴을 성공적으로 이끌게 될 경우 경영권 승계에는 가속이 붙을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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