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영업 위기는 코로나19 탓이 아니다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25 11:00
  • 호수 166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염병 사태 이전에도 한계상황 내몰려…단순한 자금 지원보다 자영업 경쟁력 키워줘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희망회복자금 4조2000억원이 지급되고 있다. 정부의 방역조치로 한 차례 이상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조치를 받았거나 매출이 줄어든 사업체 178만 곳이 대상이다. 구체적인 지급액은 매출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연 매출 4억원 이상인 매장이 6주 이상 문을 닫았다면 지원금은 2000만원이다. 지난 7월1일에는 오랜 논의 끝에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는 특히 자영업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폐업이 속출했다. 숫자로도 드러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128만 명으로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20년 1월과 비교해 17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1인 사장’도 430만 명에 이른다. 모두가 코로나 탓은 아니겠지만 영향이 컸을 것이다.

8월4일 서울 명동 일대 상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휴업에 들어가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자영업자, 1년 만에 17만 명 감소

이런 자영업자에 대한 피해 보상은 사회 전체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재산권을 제약하면서 영업금지와 제한 조처를 한 건 결국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국가 경제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매출이 줄어든 이유가 자영업자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포함한 방역조치 강화 때문이라면 국가가 보상을 책임지는 것이 맞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에게 지난해 9월부터 세 차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1차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은 최고액이 200만원이었고, 2차 소상공인 버팀목자금도 최고액 200만원이었다. 3차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플러스는 최고액이 500만원이었다. 드물겠지만 모두 다 받았다면 900만원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자영업자 1인에게 지원해준 규모를 보면 우리는 그 비중이 7% 정도지만 일본은 16%, 미국은 11% 정도다. 앞으로 더 늘어나겠지만 다른 선진국보다 많지는 않다. 적절한 시점이 되면 자영업자들의 대출금 문제와 관련한 연착륙 대책도 필요할 것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3월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32조원으로 1년 전보다 132조원 증가했다. 현재 자영업자 1인당 대출액은 3억4000만원에 달한다. 당장은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처로 넘기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끌고 가기는 어렵다.

이쯤에서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 있다. 코로나19가 가라앉으면 자영업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거래의 형태가 너무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설사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자영업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위기였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자영업 위기는 코로나19 탓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다. 현재 국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5%로 미국 6.3%, 영국 15.4%, 독일 10.2%, 일본 10.4%에 비해 매우 높다. 일본과 비교하면 일본인은 10명 중 1명이 자영업자지만, 한국인은 4명 중 1명이 자영업을 한다. 그러나 내수시장 규모는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게다가 절대 다수는 도소매, 음식 등 5대 업종에 집중돼 있다. 과잉 경쟁이 불가피하다. 사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의 감소는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였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017년 165만 명이었다. 코로나 이전인 2020년 1월까지 20만 명 줄었다. 아무래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많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산업화 과정의 우리나라에는 항상 자영업자가 많았다. 1970년 자영업자 비중은 35%였다. 함께 매달린 무급 가족 종사자를 포함하면 70%에 육박했다. 취업자 3명 중 2명이 자영업에 종사하는 비정상적 구조였다. 이상한 일도 아니다. 정부는 가난했고 취직할 기업은 없었다. 기업이 성장하는 속도와 비교해 임금 근로자가 늘어나는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아쉽게도 1987년 민주화 이후 자리를 잡은 체제는 자영업의 어려움을 악화시켰다. 노동권이 급격히 강화되면서 해고도, 재취업도, 신규 진입도 어려워졌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심해졌고 노동비용이 치솟자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늘어나지 않는 일자리를 다시 자영업이 채워야 했다.

 

코로나 끝나도 자영업 위기는 이어질 듯

1인당 소득 2만 달러 시점인 2007년에도 자영업자 비중은 여전히 32%였다. 자영업 가구 평균 소득이 임금노동 가구의 76%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자영업자는 사용자였다. 보수진영이 기업을 대변하고 진보진영이 노동자를 대변하는 동안 자영업자는 외면당했다. 상가 권리금이 법제화된 것도 겨우 2015년의 일이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최저임금을 급격히 높이면서 근로자에 대한 배려는 있었지만, 영세 자영업자의 현실을 고려하지는 않았다. 흔히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경제의 특징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못하고 사회적 안전망 수준이 미흡한 경우를 꼽는다. 우리나라의 현실이 바로 그렇다.

자영업이 어려운 이유는 다양하다. 과다한 경쟁과 인구구조 변화, 디지털 시대 도래는 자영업 위기의 구조적 요인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거래 형태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영세 자영업은 이른바 생계형이 대부분이다. 영업난에 시달리다 폐업을 하면 곧장 한계상황에 직면한다. 얼마 되지 않는 지원금도 가뭄에 단비가 될 수 있다.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가라앉고 다시 자영업의 위기가 본래의 모습을 찾으면 그때 진짜 고민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동안 자영업을 위한 정책은 대부분 자금 지원과 세제 지원에 집중됐다. 그러나 수시로 등장하는 정부의 대책들, 카드 수수료 인하나 저금리 대출 지원, 세무조사 면제는 근본적인 지원 방안이 될 수 없다. 경쟁력을 키워주는 방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유예되고 있는 금융권의 대출금도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정부의 지원금은 유지될 수 없다. 과당경쟁 업종의 진입 자제를 유도하면서 동시에 획기적인 구조조정과 경쟁력 제고 방안이 필요하지만, 이 모든 일은 현 정부가 코로나 이전에도 손대지 못하던 일들이다. 노동 개혁과 기업 개혁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그랬듯이 코로나가 사라져도 자영업의 위기는 그대로일 것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