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네거티브 함정 빠져 힘 빠지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23 13:00
  • 호수 1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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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후보 지지율의 명과 암] 이재명 비해 안정감 돋보여 한때 상승세
‘골든크로스’ 조급함에 다시 꺾여

이낙연 대선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는 언제 다시 가능할까. 지난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 직후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인물은 선두 이재명 후보가 아니라 2위 이낙연 후보였다. 왜냐하면 사실상 민주당 차기 경선의 1차 관문인 예비경선 효과를 가장 많이 누린 후보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예비경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이재명 후보는 혼쭐이 났다. 다른 후보들의 공세가 예상보다 거셌고, 개인 신상과 관련한 공격에 이재명 후보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정세균 후보가 여배우와의 스캔들 의혹을 지목하는 질문에 “바지를 한 번 더 내려야 하느냐”는 답변으로 이른바 ‘바지 논란’을 불러왔고, 지지율에 타격을 받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흔들리는 이재명 후보의 빈틈을 파고 들어간 후보가 이낙연 후보였다. 특히 출신 지역이지만 지지율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던 호남에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엄숙하고 근엄하고 지나치게 근엄한 ‘엄근진’ 이미지가 약이 됐다. 안정적이고 개인 관리가 철저한 후보로 인정받으면서 호남 지지율뿐만 아니라 여성의 주목을 받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낙연 후보 캠프의 설훈 의원과 박광온 의원은 7월말에 이낙연 후보 지지율이 이재명 후보를 앞서가는 ‘골든크로스’를 희망적으로 예상할 정도였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는 정치 격언이 있다. 지지율 상승 바람을 탔던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은 추가 상승세로 이어졌을까. 결론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이재명 후보와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면서 지지율은 주춤해졌고, 도로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하포상’이란 설명이 딱 맞아떨어지는 국면이다. 네거티브를 하면 지지율이 하락하고, 포지티브를 하면 지지율이 상승한다는 정치 방정식이다. 9월초부터는 지역별 순회 경선이 이뤄진다. 이낙연 후보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 지지율에 어떤 빛과 그림자가 있는지 들여다보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이낙연 전 대표가 8월7일 대구시 북구 칠성시장을 방문해 칠성종합시장연합회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호남 양호, 서울 불안…60대 이상 맑음, 40대 흐림

대통령선거 후보의 지지율은 지역, 세대, 이념 기반으로 구성된다. 먼저 지역별 경쟁력으로 본 이낙연은 ‘호남 양호, 서울 불안’이다. 지역 기반은 대선후보에게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역대 대통령 당선자치고 지역 기반이 뚜렷하지 않은 후보는 없었다. 노태우·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TK(대구·경북) 기반이 확실했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호남 기반이 분명했다. PK(부산·경남)의 맹주였던 김영삼 대통령은 3당 합당을 통해 영남권 기반을 다 확보한 대통령이었다. 이낙연 후보는 호남 출신이다. ‘호남대망론’이 살아있는 민주당 정서에서 호남 지지율은 기본이다. 더군다나 출신 지역인 만큼 다른 후보보다 비교 우위에 있어야 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 의뢰를 받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가장 적합한 후보가 누구인가’ 물어보았다. 민주당 예비경선이 끝나기 전인 6월25~26일 조사에서 이낙연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24.3%에 그쳤다. 예비경선이 끝난 후인 7월16~17일 조사에서 호남 지지율은 31.7%로 올라섰고, 전체 지지율이 하락한 8월13~14일 조사에서 호남 지지율은 30%로 선방했다. 예비경선 전만 하더라도 20%대에 그쳤던 호남 지지율을 30%대로 끌어올리며 반전 기반을 다진 모습이다.

호남 지지율 상승은 분명 이 후보에게 ‘빛’이 되는 결과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서울을 놓치고 대통령이 된 민주당 출신 후보는 없었다. 그러나 많은 호남 출신 유권자를 포함하고 있는 서울에서 이 후보는 역부족이다. 6월 조사에서 10.4%로 나타났고, 두 달여 뒤인 8월 조사에서도 10%대 초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그림①). 선거는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젓는 이벤트다. 지지율 상승과 골든크로스에 가장 중요한 지역 기반인 서울을 잡지 못했다.

대선후보의 또 하나 중요한 기반은 세대인데, 이낙연 후보는 ‘60대 이상 맑음, 40대 흐림’이다. 예비경선을 거치면서 이 후보는 안정감을 더 높이 평가받고 있다. 심지어 60대 이상의 보수 성향이 강한 연령대에서도 이 후보가 국무총리를 역임한 국정 경험과 국회의원, 전남지사를 통해 쌓은 정치 경륜을 인정받고 있는 모습이다.

KSOI의 조사에서 60대 이상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분석해 보았다. 예비경선이 끝나기 전인 6월 조사에서 이 후보에 대한 60대 이상의 지지율은 불과 8.3%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예비경선이 끝난 직후 조사에서 60대 이상 지지율은 18.2%로 껑충 뛰었다. 일각에서 이낙연 후보가 윤석열 후보의 지지층마저 흡수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문제는 40대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지지율을 양호하게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핵심 지지층의 결집이다. 특히 40대는 지속적으로 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핵심 지지층 중 핵심이다. 민주당의 최대 핵심 지지층이자 이재명 후보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40대에서 이낙연 후보는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다. 6월 조사 이후 계속 하락세로 나타나 8월 조사에서 40대 지지율은 고작 10.3%밖에 되지 않는다(그림②). 60대 이상의 지지를 받는 외연 확대는 반길 일이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 지지층인 40대를 놓친 안타까움이 더 커 보인다.

‘민주당은 좋으나, 진보층은 글쎄요’

마지막으로 대선후보에게 필요한 기반은 이념이다. 이낙연 후보는 이념 기반에서 ‘민주당은 좋으나, 진보층은 글쎄요’로 나타나고 있다. 여당 경선에서 가장 중요한 지지층은 ‘호-문’이다. 호남 지지층과 친문 지지층을 의미한다. 친문 지지층을 더 넓게 펼쳐보면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이다. 치열한 당내 경쟁에서 이기는 데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비경선을 거치면서 민주당 내 이낙연 후보의 위상은 강화된 모습이다. 6월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율은 27.7%로 나타났다. 7월 조사에서는 37.9%로 10%포인트가량 끌어올렸다. 분명한 약진이다. 그런데 진보층은 다른 상태다. 6월 조사에서 16.7%로 저조했던 지지율이 8월이 돼서도 19.1%로 여전히 부진한 결과다(그림③). 민주당 지지율은 호전됐지만 네거티브 국면에서 진보층 지지율에는 변화가 없었다.

대선 전략은 타이밍과 내용이다. 예비경선 직후와 본경선이 시작되기 전 시점은 이낙연 후보에게 최고의 기회였다. 그러나 ‘별의 순간’으로 올라설 기회를 네거티브 공방 속에 놓치고 말았다. 호남, 60대 이상, 민주당 지지층은 좋았다. 가야 할 길은 ‘서울, 40대, 진보층’이다. 지지율 그림자를 빛의 순간으로 만드는 ‘신의 한 수’가 지금 가장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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