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증시 속에 재조명 받는 리츠 투자
  •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21.08.26 07:30
  • 호수 1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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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차익과 함께 배당도 가능해 주목
최근 진행된 리츠 IPO에서도 ‘흥행 몰이’

반도체 업황 악화와 경기침체 우려, 원-달러 환율 상승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시세차익과 함께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에 투자한 뒤 수익을 배당하는 투자 형태다. 투자자 입장에선 부동산을 주식 형태로 보유하면서 정기적인 배당을 받는 투자처로 이해할 수 있다. 과거에는 고액 자산가와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비상장 사모형 리츠가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투자자 접근성이 높은 증시 상장 리츠도 많이 나오면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실제 상장 리츠는 주가 상승과 배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어왔다. 특히 리츠의 기대 배당수익률은 일반 주식에 비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반 주식과 달리 배당 가능 이익의 상당 부분(일반적으로 90% 이상)을 배당해야 한다는 리츠의 규정 때문이다. 여느 배당주처럼 주가 변동성이 낮다는 점도 상장 리츠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주춤하면서 시세차익과 배당 수입이 가능한 리츠 투자가 주목을 받 고 있다. 사진은 한국리츠협회 주관으로 열린 미디어데이 모습ⓒ연합뉴스

증시에서 소외됐던 리츠, 부활 성공할까

그러나 최근 1년여간 투자시장에서 리츠는 성장주와 경기민감주의 가파른 주가 상승에 가려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모습을 보여왔다. 코스피는 코로나19로 급락했던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130%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상장 리츠의 대장주 격인 신한알파리츠는 지난해 3월23일 5577원에서 올해 6월4일 8840원으로 58%가량 상승하는 데 그쳤다. 2018년 공모가 5000원에 상장했던 신한알파리츠는 리츠 열풍에 2019년 11월 9300원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랬던 리츠가 국내외 증시의 상승 부담 확대와 배당 투자에 대한 관심 증가로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6월25일 장중 사상 최고치인 3316.08을 기록한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코스닥지수 역시 역사적인 1000선을 재차 넘어선 6월 이후 상승세가 둔화된 상태다. 그동안의 가파른 상승과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투자심리가 다소 냉각되자 리츠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진행된 리츠 IPO의 흥행도 분위기 반전을 예상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올해 첫 리츠 IPO인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지난달 말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244.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 청약은 36.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조5939억원의 증거금이 모였다. 일반 IPO 대비 낮은 경쟁률과 적은 증거금 규모지만, 이는 리츠 IPO 중 NH프라임리츠(2019년 12월 상장)와 롯데리츠(2019년 10월 상장) 다음으로 많은 역대 세 번째에 해당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리츠 IPO는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가장 흥행했던 이지스밸류리츠의 경쟁률은 26.9대 1이었고 청약 증거금은 7958억원이었다. 비슷한 시기인 7월 IPO를 진행한 이지스레지던스의 경우 일반 청약 경쟁률이 2.55대 1, 증거금은 799억원에 그쳤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역시 저조한 경쟁률을 보이며 흥행을 이끌지 못했다. 투자자들의 냉랭한 반응에 당시 IPO를 추진했던 리츠들이 상장을 미루는 사례도 나왔었다.

올 하반기 상장을 준비하는 리츠가 많다는 점도 리츠의 관심을 높일 요인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SK리츠, NH올원리츠, 마스턴프리미어제1호리츠, 신한서부티엔디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등이 대거 상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리츠 섹터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다만 여전히 시세차익 위주의 투자 관성이 남아있는 만큼 예전과 같은 투자 열풍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리츠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과 현금 흐름 창출처로 각광받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증시에 유입된 투자자들은 배당보다는 상당한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다”며 “자산 편입을 지속하면서 배당도 많이 주는 성장형 리츠가 그나마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가배당률·리츠 안정성 등은 살펴봐야

리츠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리스크도 함께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장돼 있다 보니 증시가 하락세를 보일 경우 동조화될 수 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가 나빠져 기초자산의 가치가 하락한다거나 임대수익이 줄어들 경우 기대 수익률이 낮아진다”며 “무엇보다 리츠 투자에서 중요한 부분은 투자금 대비 배당 수익률과 배당의 지속성인데 이에 대한 분석과 판단 없이 섣불리 투자에 나서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조언에 따르면 우선적으로 시가배당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가배당률은 배당금이 현재 주가의 몇 퍼센트(%)인지를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리츠 측에서 제시하는 목표(예상) 배당 수익률은 공모가 기준으로 산정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디앤디플랫폼리츠가 투자설명서에 언급한 회계연도 5기(2022년 4월1일~9월30일)의 연 환산 예상 배당 수익률은 6.05%인데, 이는 공모가 5000원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를 단순 역산하면 주당 302.5원 수준이다. 만일 주가가 7000원으로 오르게 되면 예상 배당 수익률은 연 4.32%로 낮아진다.

시가배당률을 다른 자산의 기대 수익률과도 비교해 봐야 한다. 리츠의 시가배당률이 예금이나 적금의 이자율, 국채 금리 등과 큰 차이가 없다면 리츠 투자의 매력은 낮아진다. 반대로 이들 자산보다 리츠의 시가배당률이 높다면 리츠 투자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커진다.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때 리츠가 각광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배당 가능 수익이 증가할지 여부도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주가가 상승해 시가배당률이 낮아지더라도 향후 리츠의 배당 가능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 투자 매력이 커진다. 임대료 상승이나 공실률 하락, 대출 이자 감소,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은 배당 가능 이익을 늘리는 요인이다. 반대의 경우에는 배당 가능 이익을 줄어들게 해 투자 효율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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