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인사이트] 송도국제도시, ‘글로벌 바이오산업 클러스터’로 도약한다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08.22 16:00
  • 호수 1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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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진국과 어깨 나란히 하며 “K바이오 선도”
기업·대학·연구·병원·지원기관 갖춘 선순환 구조 확보

바이오산업은 생명공학이나 의·약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의약품이나 품종, 경제성 있는 물질을 개발하는 산업이다. 이미 보건·의료, 농업·식품·자원, 화학·에너지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커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있는 지금 상황에서 향후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금 전 세계는 백신 확보를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고, 치료제 개발에 인류 운명을 걸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미국과 영국, 독일, 싱가포르가 선도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창업 생태계와 금융기법을 바탕으로 한 민간 주도로 발돋움했고, 독일과 싱가포르는 정부의 체계적인 계획과 투자로 성장했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현주소는 어떠할까.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는 케미컬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특화됐고,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는 바이오 임상 분야를 전문으로 활발하게 폭을 넓히려 하고 있다.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는 의료기기산업, 대덕바이오단지(가칭)는 연구·개발, 광교테크노밸리는 산·학 연구와 의약품 분석 지원, 서울바이오허브는 창업인큐베이션과 사업화 지원, 송도바이오프론트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주력이다. 하지만 지금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전쟁에서 드러나듯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 비해 아직 갈 길은 멀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바이오산업은 대학과 연구소, 지원기관 등이 집적된 ‘클러스터’ 안에서 성장했다는 게 특징이다. 클러스터에 입주한 바이오기업들은 기술과 자원, 유통채널을 공유할 수 있다. 연구·개발이나 투자에 대한 비용 부담을 줄이게 되는 셈이다. 이는 해외 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열쇠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건물 전경ⓒ연합뉴스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건물 전경ⓒ연합뉴스

바이오기업 경쟁력, ‘클러스터’가 열쇠

미국의 ‘보스턴 클러스터’는 바이오산업 클러스터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1980년대부터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등 지역 명문대학 인재를 고용하기 위해 의약기업이 군집했고, 지역 의료기관이 임상시험 인프라를 제공하면서 바이오 생태계가 구축됐다. 자연스럽게 산·학·연이 클러스터를 형성한 셈이다. 여기에 400개가 넘는 벤처캐피털(VC)도 들어서 있다. 또 공유 오피스로 불리는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센터(CIC)’와 공유 연구·개발센터이자 스타트업 이노베이션으로 일컬어지는 ‘랩 센트럴’, 기업과 MIT 학생을 연결해 주는 ‘MIT 산업연계프로그램(ILP)’ 등 바이오산업을 지원하는 플랫폼도 들어섰다. 모더나·화이자 등 세계 10대 제약사 중 9개가 보스턴 클러스터에 위치해 있다.

세계 최상위권 수준의 바이오 의학 연구와 임상시험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독일의 ‘바이에른(뮌헨) 클러스터’도 풍부한 기초과학 역량 인프라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종합대학 11개와 응용과학대학 17개, 막스플랑크와 프라운호퍼 등 연구소, 의료기관 400여 개 등이 들어서 있다. 또 산·학·연 연계와 바이오벤처 육성을 지원하는 ‘바이오엠(BioM)’과 바이오 기업 간 교류를 촉진하고 신생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혁신창업지원센터(IZM)’ 등 지원기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싱가포르의 ‘원노스 클러스터’는 정부의 대규모 장기투자로 형성됐다. 1990년대까지 주요 산업이었던 전자 부문의 경쟁력이 약화하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선택했다. 2000년부터 약 20년간 270억 달러를 투자했다. 우수한 바이오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싱가포르 국립대(NUS)와 미국 듀크대가 공동으로 Duke-NUS 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했다. 정부가 과학 전문가의 유학 비용을 지원한 후 의무적으로 바이오폴리스에서 5~6년간 근무하게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바이오기업에 대한 세율도 파격적이다. 경쟁국보다 약 17% 낮은 수준의 법인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기술 선도기업에 최장 15년간 법인세를 완전히 면제해 주고 있다. 이는 GSK와 머크 등 약 30개 글로벌 제약사의 제조·연구시설을 유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해외에 비해 국내 바이오산업 클러스터는 전문화된 설비 운영인력이 부족하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올해 3월 발표한 ‘인천지역 바이오산업의 특징 및 시사점’에 따르면, 현재 국내 7곳에 바이오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2%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바이오 전문인력 공급과 입주기업 지원, 연구 인프라 조성이 더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인천시
6월7일 박남춘 인천시장과 바이오산업과 연관된 산·학·연·병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K-바이오 랩허브 최 적지는 인천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인천시

인천시, 바이오 인프라 대폭 확대

그런 가운데서도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종합적인 바이오 인프라가 구축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완벽한 바이오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된다는 얘기다. 송도국제도시는 경제자유구역이어서 투자유치에 유리한 세제혜택이 적용된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등 글로벌 접근성이 우수한 물류 인프라와 가깝다. 송도국제도시에 마련된 글로벌캠퍼스는 글로벌 대학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벨기에 겐트대와 미국 유타대가 바이오와 관련된 학사·석사 과정을 열어놓고 있다.

송도국제도시는 4·5·7공구 92만㎡ 부지에 60여 개의 국내외 ‘산·학·연’ 기관이 들어서 있다.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부속병원이 지척이어서 ‘산·학·연·병’으로 연결된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 2005년 셀트리온이 들어서고,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입주하면서 자연스럽게 바이오산업이 자리를 잡았다. 현재 단일 도시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고 있다. 게다가 연세대 송도(국제)캠퍼스에 ‘한국형 NIBRT 프로그램 운영-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가 구축된다. ‘NIBRT’는 아일랜드의 국립교육기관이다. 첨단 바이오 공정 시설을 활용해 인력 교육과 연구 솔루션을 제공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바이오 공정 인력양성센터가 구축되는 것은 미국과 아일랜드에 이어 세계 세 번째이고, 아시아 국가 중에선 최초다. 연세대 국제캠퍼스는 지난 7월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의 ‘랩 센트럴’을 벤치마킹한 ‘K-바이오 랩허브’도 품었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해 5월 바이오산업 클러스터를 확대하기 위해 송도국제도시 11공구에 대한 개발계획과 실시계획을 변경했다. 기존 산업·연구시설용지를 145만2000㎡로 확대하고, 송도국제도시 4·5공구와 인접한 지역으로 재배치했다. 이를 통해 인천시는 송도국제도시를 국내 바이오산업의 전진기지로 도약시킨다는 방침이다. 인천시 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송도국제도시를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2030년이 되면 700여 개의 바이오기업이 입주해 약 2만 명을 고용하고 10조원 상당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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