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백문백답]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가 시대정신”
  • 구민주·김종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08.23 10:00
  • 호수 1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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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부터 부동산 안정화, 토지공개념 개헌까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이낙연의 A to Z
“동성혼 합법화, 사회적 합의 충분치 않아”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야 대권주자들의 이름이 하루에도 수백 번 우리의 눈과 귀를 잡아챈다. 정치권의 움직임은 기민해지고, 쏟아지는 메시지엔 날이 곤두서 있다. 확실한 승세를 잡기 위한 주자들의 레이스는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검증과 고민을 마치고 향후 5년을 이끌 지도자를 선택하기까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약 200일. 대권주자들의 자격과 능력 등 다방면에 대한 ‘중간점검’이 한번쯤 필요한 시점이다.

시사저널은 여야 주요 대권주자를 상대로 100문100답 인터뷰를 요청했다. 대권주자 자신을 비롯해 그의 머리와 손발이 되는 핵심 참모와 관계자들에게도 질문을 던져, 후보에 대한 모든 궁금증과 정책, 살아온 과정 등을 다각도로 조명하고자 한다. 그 첫 대상으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를 집중 인터뷰했다. 이 후보를 비롯해 부인 김숙희씨, 대선캠프를 이끄는 박광온 총괄본부장, 정태호 정책본부장, 배재정 대변인, 그리고 이 후보의 그림자 염시진 수행비서 등에게 100개의 질문을 건넸다.

‘이낙연’ 하면 흔히 따라붙는 수식어들이 있다. 언론은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을 호(號)처럼 붙이고, 측근들은 ‘아재 개그’를 자주 뽐내는 분위기 메이커라고 입 모아 평한다. 지지자들은 ‘어대낙’(어차피 대통령은 이낙연)이라 외치고, 반대쪽에선 ‘이대만’(이대로 대표까지만)이라 맞선다. 최장수 국무총리, 외교·안보 전문가, 동교동계 출신, 호남 정치인 등 여러 곳에서 여러 이낙연이 정의되는 가운데, 이 후보는 지금 국민으로부터 어떤 말을 가장 듣고 싶을까. 또 어떤 얘기를 가장 전면에 꺼내 전하고 싶을까.

시사저널은 네거티브 공방으로 과열된 당내 경선 경쟁과 매일 쏟아지는 당장의 현안에 맞서느라 놓친 ‘이낙연의 생각’을 우선 조명했다. 8월6~7일 이 후보의 대구·경주 일정 동행과 2시간의 티타임, 이후 서면 등으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3108자 대선 출마선언문에 모두 담지 못한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들을 본지에 하나하나 밝혔다.

ⓒ시사저널 박은숙

1. 전국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시민의 한마디가 있다면.

“사는 게 힘들어 정치에는 관심도 둘 수가 없다(20대 여성).”

2. 기자·국회의원·도지사·국무총리·당 대표 그리고 대선후보까지, 어떤 자리에 있을 때 가장 고민이 많았나.

“정말 쉬운 여정이 없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대선후보로 나선 지금이 가장 힘들고 고민이 많다.”

3.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나.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가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이다.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으로 전 연령대 국민이 삶을 불안하게 생각한다. 이럴 때 국가는 훨씬 촘촘하게 국민의 삶을 보호하고 위험으로부터 지켜줘야 한다.”

4. 당내 경선 경쟁이 치열하다. 타 후보들을 향한 속마음은.

“‘제발 합심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합시다’라고 외치고 싶다.”

5.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언론인 출신 윤여준 전 장관이 쓴 책 《대통령의 자격》을 보면 대통령의 자질과 능력 판단 기준을 4가지로 제시한다. 언어 구사, 말의 일관성, 언행일치, 그리고 매사에 신중한 자세와 금도가 있는지 여부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열정과 책임감, 균형감각을 들었다. 여기에 통찰력까지 겸비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6. 대통령이 되면 어떤 과제를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까.

“단연 코로나19 극복과 모든 분야의 회복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더 커진 사회 격차와, 국민의 삶에 걸쳐 있는 불안과 불평등을 최우선으로 풀어야 한다.”

7. 이 후보에게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각각 어떤 의미인가.

“민주당은 무명의 지방당원으로 생애를 마치신 아버지의 혼이 깃든 곳, 그리고 저를 성장시킨 곳이다. 문재인 정부란 행운·영광·책임 그리고 운명, 대통령님을 모시고 국정을 수행한 그 시절은 행복했고 책임에 쫓기던 기간이었다.”

 

“대통령 되면 빠른 시기에 남북정상회담 갖겠다”

8. 외교·안보 분야의 전문성이 다른 후보들과 차별되는 강점으로 꼽힌다. 정권 초에 비해 꼬인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남북관계에는 늘 우여곡절이 이어진다. 그때마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인내하며 지혜와 결단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7월 남북한 통신 연락선이 재개됐다가 최근 한·미 연합훈련 실시 문제로 다시 끊기긴 했지만, 조만간 다시 이어지길 기대한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빠른 시기에 남북정상회담을 갖도록 하겠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특별대사 임명, 한미워킹그룹 폐지 검토 등 좋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을 설득하고 협력을 얻어 남북관계 개선에서 우리의 주도력을 높여야 한다.”

9. 출마선언문에서 ‘연성강국 신외교’를 제시했다. 어떤 의미인지 풀어 설명해 달라.

“국력을 무력과 영토로 판단하던 시대에는 경성국가(하드 파워)가 강대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 시대가 아니다. 경제와 문화가 국격과 국력을 결정하는 시대, 연성국가(소프트 파워)의 시대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연성국가로 가고 있다. 국제적 위상이 G8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크게 높아졌다. 그에 걸맞게 세계 각국과의 호혜적 협력을 추구하고 세계에 공헌하자는 게 바로 신외교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을 계승해 안으로는 평화를 확보하고 밖으로는 인류에 공헌해 세계의 사랑을 받는 나라를 만들겠다.”

10. 총리 시절 강원도 고성 산불 현장을 질서 있게 지휘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재난 상황에선 지도자로서 어떤 면모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나.

“국민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위로해 드리면서, 이재민의 불편과 불안을 실제적으로 덜어드려야 한다. 재난을 당하면 이재민들은 눈앞이 캄캄해진다. 모든 것이 사라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눈앞이 보이게 해드려야 한다. 살 곳을 어떻게 해드리며 생업은 어떻게 지원할지 등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려야 한다.”

11. ‘신복지’란 개념이 아직 모호하다는 평가가 있다. 신복지의 요지는 무엇인가.

“신복지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 걸맞게 국민의 삶을 보장하자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국가 비전이다.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 있다. 한두 마디의 달콤한 말이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의 국가 비전이다. 2015년 국제노동기구(ILO)와 세계은행이 국제사회에 제안한 ‘보편적 사회보호’ 구상을 한국에 맞게 구체화한 것이 신복지다. ‘보편적 사회보호’를 유엔도, OECD도, EU도, 일본도, 동남아 일부 국가도 받아들였지만, 한국은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것을 우리도 하자는 것이다. 삶에 직결되는, 그래서 삶을 위협할 수도 있는 요소들을 소득·주거·노동 등 여덟 개 분야로 나누어 최저기준과 적정기준을 설정한다. 최저기준은 국가가 책임지고, 적정기준은 10년을 목표로 국가가 국민과 함께 지향하자는 것이다.”

12. 야권에선 최저임금 인상을 ‘범죄’라고까지 표현하며 강하게 비판한다. 어떻게 얼마나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임금이다. 그것을 범죄라고 인식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

13. 야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론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두 부처 모두 폐지해선 안 된다. 두 부처는 아직 할 일이 많다. 여가부는 성평등 사회를 구현하자는 것이 목표인데 폐지가 아니라 본질적 기능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통일부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폐지하면 북한은 우리를 어떻게 보고, 국제사회는 한반도를 어떻게 보겠나.”

14. 난제 중 난제인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묘안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205만 호 주택 공급 계획이 차질없이 이행돼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서 주택 수요의 다양화와 증가를 예측하고 지속적으로 예측 가능하게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거기에 더해 경기도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을 국민께 드리겠다. 서울공항을 이전하고, 그 땅에 공공주택 3만 호를 지어 스마트 신도시를 건설할 것이다. 주변지역의 고도제한을 완화하면 4만 호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할 수도 있다.”

15.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막걸리를 마시자고 약속한 분들이 많다. 마음에 내내 남아있다. 그분들과 만나서 신나게 막걸리 한잔 기울이겠다.”

16. 타인(혹은 국민)으로부터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나. 어떤 말을 가장 듣고 싶나.

“‘이낙연 말이라면 믿을 만해’ 이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17. 개헌은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1987년 헌법으로 34년째 살고 있다. 당시는 평화적 정권 교체가 지상목표였기 때문에 5년 단임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정치적 민주주의에 치중했던 것인데, 이젠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강화하도록 개정해야 한다. 생명권·안전권·주거권 같은 기본권을 신설하고,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규정해 불로소득을 부자들이 독점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힘차게 추진하도록 헌법에 확실한 근거를 둬야 한다.”

18. 국민에게 한마디해 달라.

“얼마나 힘드십니까. 현장 나가서 만나는 분들 말씀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 위기를 어떻게든 함께 극복해 갑시다. 안으로 우린 여러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격차를 좁혀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이를 시행착오 없이 해결해 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경륜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제가 가장 가까이 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적으로 올라간 국격에 맞게, 품격과 외교 역량을 갖춘 지도자도 필요합니다. 그 역시 제가 가장 가깝다고 자부합니다. 국민께서 제게 이를 실현할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차별금지법에 원칙적 찬성, 사형제는 폐지돼야”

19. 몇 가지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이슈에 대해 묻겠다. 차별금지법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다. 어떤 입장인지 밝혀 달라.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찬반의 의견이 민감하게 교차하므로, 국회에서 최대한 토론하고 타협해 합의 처리했으면 한다. 동성애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동성혼 합법화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않다고 본다.”

20. 사형제는 존치해야 하나, 폐지해야 하나.

“우리 나라에 사형 집행이 오랫동안 없었다. 사형제를 폐지하고 종신형이나 무기징역 등 대안을 모색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국회에서 사형제 폐지 법안이 발의됐을 때 세 번 이름을 올렸고, 사형제 폐지운동 회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21. 야권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탈원전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탈원전이란 용어는 과장됐다. 점진적 에너지 전환이 맞는 표현이다. 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 시대에 가야 할 방향이다. 탄소중립 달성은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이전에, 현재의 환경과 산업과 경제 등을 위해서도 불가피하다.”

8월7일 이낙연 후보가 대구시 북구 칠성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고충을 듣고 있다.ⓒ
8월7일 이낙연 후보가 대구시 북구 칠성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고충을 듣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지역인재 비중 30%에서 50%로 늘리겠다”

22. 최근 2박3일(8월6~8일) 대구·경북 일정을 소화했다. 현장에서 어떤 목소리들을 주로 들었나.

“2017년 총리로서 첫 여름휴가를 보냈던 안동과 경주를 찾아 유림의 어르신들을 뵈었고, 대구 칠성시장에 들러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정을 경청했다. 또 포항 신소재 철강기업에 들러 기술 역군들과 대화하며 산업현장의 고충과 미래 희망을 보았다. TK 지역의 심각한 청년 일자리 문제를 목도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과 국가산업단지에 지역인재할당제를 확대하고, 지역인재 비중을 현재의 30%에서 50%로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기업들의 지역본사제도 함께 추진하려 한다.”

23. 지역주의는 우리 사회 비극이다. 지역균형발전 구상안을 밝혀 달라.

“우리 헌법은 국토균형발전을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매우 불만족스럽다. 균형발전을 위해 이제 좀 더 대담한 정책을 펴야 한다. 우선 지금의 시도별 발전 전략을 더 키워 ‘초광역적’ 권역별 발전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균형발전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것의 핵심이 바로 ‘메가시티’다. 지방에 있는 공공기관이나 국가산단에서 지역인재 할당제를 강화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헌법부터 고쳐 좀 더 강력한 균형발전 의지를 담고, 이를 토대로 균형발전 입법을 추진하겠다.”

24. 국회나 청와대 이전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국회나 청와대를 이전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었다. 그래서 우선 상임위원회, 특히 세종시에 소관 부처가 있는 상임위부터 옮기면 헌재 판결에도 부합하고 일도 쉬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어서 <[이낙연 백문백답②] “날 빼닮은 아들, 뇌종양 수술 아픔 겪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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